집 더하기 삶 - 한국의 건축가 13인이 말하는 사람을 닮은 집
김인철 외 지음, 박성진 엮음 / MY(흐름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집'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곧 '집'이라는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밖에서 시달린 몸이 빨리 가고 싶은 집인가, 아님 조금이라도 더 있다 가고 싶은가는 집안에 있을 사람과도 상관이 있겠지만, 어쨌든 '집'이 주는 편안함이 비중을 많이 차지할 것이다.

 

2. 이 책은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13인의 건축가가 지은 집들에 대한 스토리다. [하우징 스토리]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건축가와 건축물을 재구성한 책이다. 진행자는 각 건축가들에게 묻는다. '좋은 건축이란?' 공통된 단어를 하나로 줄인다면, '삶'이다.

 

3. 사실, 이런 책은 불편하다. 난 어느 세월에 이런 집에 살아보나. 내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그런 기회나 오게 될까? 그러나, 최근 이런 류의 책. 집과 관계되는 책들을 연이어 보게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든다. 사람 일은 모르니까 마음 속에 그림이라도 그려보자.

 

4. 집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싶다. 전원주택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주거 밀집 지역에 있는 집이 아닌, 호숫가 근처 또는 절벽 끝머리쯤이나 강가 등이다. 스치듯 그런 집들을 보며 자연과 잘 어우러진 집들을 보면 그 안에 사는 건축주나 건축가가 착한 사람으로 그려지나, 그렇지 않고 내 고집만 내세워 지은 집들을 보면 불편하다. 그러니까, 집이 너무 튀어도 안 좋다는 이야기다. 집이 주위 자연환경을 살려주고, 자연환경은 집을 더욱 집답게 만들어준다면 그만이다.

 

 

 

5. 다행히 이 책에는 그런 집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책은 4챕터로 구성되었다. @ 집 더하기 자연-푸른 달빛이 흐르는 집. @ 집 더하기 이웃-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집. @ 집 더하기 작업-일이 왠지 즐거워지는 집. @ 집 더하기 쉼-게으름이 살아 숨쉬는 집.

 

6. 처음 등장하는 집은 '은빛 호수 위의 점 하나'로 소개된다. 겉보기엔 투박한 듯 해 보이나 호수를 포함한 주변 경관을 손상시키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그리 자리잡고 있었던 듯 차분하다. 건축가의 말이다. "저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많은 분들이 처음 만났을 때 대부분 '예쁜 집 지어주세요'라고 말을 꺼냅니다. 그러면 저는 '그건 당연하고, 거기에 멋을 더해야죠'라고 답합니다. 제가 말하는 '멋'이란 어디 멀리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집에 살 사람들의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삶입니다.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잘 담아내는 건축이 바로 좋은 설계 아닐까요?"

 

 

 

7. 많은 건축물 중에서 특히 눈길이 머문 곳은 건축가 김억중의 리모델링 하우스 무호재(無號齋)다. 애물단지 단무지 공장이 보물단지로 변신했다. 건축가 김억중은 우연히 공주 계룡산 자락을 지나다가 본 허름한 단무지 공장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시큼시큼 썩은 단무지 냄새가 코를 찌르고 쓰레기에 뒤덮여 폐허가 되어버린 그 공장을 마주하자마자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듯 신이 났다고 한다. 

 

 

 

 

8. 꽤 튼튼한 골조로 만들어진 단층의 노출콘크리트 구조물. 에라, 모르겠다, 그는 그 공장을 발견한 날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다 더해봐야 10여 곳 겨우 넘는 이웃집과 산자락 풍경이 고즈넉한 시골마을. 그 대단한 변신의 과정을 보면서 역시 건축가의 안목은 다르구나 하는 마음을 느낀다. 마음에 드는 구조다. 특히 서재가 정말 마음에 든다.

 

 

 

9. 사(買)두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生)위한 집. 우린 그런 집에서 살다가야 정상이다. 사람이 건강하면 집도 건강해지고, 집이 건강하면 사람도 건강해진다. 크고 화려하고 전망이 좋다고 모두 좋은 집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조악한 환경일지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합해지느냐 흩어지느냐를 생각해본다. 죽을 때 갖고 갈수도 없는 집이기에 더욱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