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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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역기능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순기능도 많다. 그 중에서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페북 친구들의 일상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의 못난 모습을 보며 화가나고, 실망스럽다가도 타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오십보 백보구나 하며 위로를 받는다.

 

2. 시선을 문학 작품으로 돌리면 더욱 다양하다. 작품안에서 나의 모습, 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갈등을 보며 그들이 그 상황 속에서 웃고 울고 하면서도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뭔가 답을 얻는 느낌이다.

 

3. 이 책의 저자 박수현은 소설가를 꿈꾸던 이십대, 이른바 세계명작을 읽으며 자존감을 얻었고 소설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한다. 슬퍼하지 않는 기술도 배웠다고 한다. 문학이 지닌 치유의 힘을 깊이 깨달은 셈이다.

 

4. 저자는 7년 동안 이 책을 궁리했다고 한다. 문학작품 속 사랑의 다채로운 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이라는 부제가 전해주는 느낌이 있듯이, 문학작품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의 영원한 인기 테마인 '사랑'을 들여다본다.

 

5. 그대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내겐 '알다가도 모를 일'이 사랑이다. 어쩌면 사람은 '사랑'이 뭔지 알기위해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받고, 위로받고, 주저앉았다 일어났다, 죽었다 살았다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니 진짜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망할 '사랑' 때문에 죽어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6.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표현으로 서장을 열고 있다. '삼킬수도 뱉을수도 없는 애물단지, 사랑 그리고 소설'. 연인들의 고뇌와 곤궁을 담았다. 이 책에서 사랑의 장구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결국 다음 세 가닥으로 묶인다. 첫째, 신경증이나 광기에 가까운 기이한 연인의 심리. 둘째, 판타지를 벗긴 사랑의 누추한 면모 혹은 인문학적 통찰. 셋째, 사랑의 기적 또는 기적을 행하는 방법.

 

7. 저자는 이 책이 사랑의 비극적 양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보다 잘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랑 때문에 비탄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랑의 부정적 면모를 두루 알아야 위로받고 자신을 치유할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양한 연인의 고뇌를 발굴하고, 그 본색을 샅샅이 캐려 했다. 아픈 마음의 대륙을 가능한 넓고 깊게 탐사하려 했다."

 

8. 각 이야기의 서두에는 민, 경, 희, 연, 도 등 익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소설 주인공이 아니라, 독자다. 연애 때문에 고통받는 독자다. 그들은 소설에서 비슷한 증상(?)을 발견하고 공감하거나 위로받거나 깨달음을 얻는다.

 

9. 책에는 12권의 국내외 문학작품이 소개된다. 그 중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들여다본다. 그 전에 만나는 남자마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에 '난 저주 받았어'소리치기도 하든 '희'라는 여인이 사례로 등장한다. 희는 남녀관계가 도달할 수 있는 정서적 오르가즘을 믿는다.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빠져들어서 이례적인 헌신을 베풀고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죽기전에 '당신만을 사랑했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번도 그 꿈이 이뤄지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 못해 절망이다.

 

10. 쿤데라에 따르면 "하나의 사랑이 잊지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는 상투어도 있다.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접근도 필요하긴하다. "사랑은 꽉 짜인 필연의 그물을 벗어나서 짐작치 못했던 돌발적인 기적을 행할 수 있다. 우연성으로, 사랑은 범속한 일상성에 대항하는 힘을 얻는다. 우연은 신의 영역이고 필연은 인간과 사물의 영역이다."

 

11. 사랑도 당연히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이다. 좀 더 내밀하고 복잡한 그 무엇이 개입되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인간관계를 위한 팁을 얻는 면도 있다. 읽어볼까 말까 망서리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권유한다. "세상은 내 뜻과 다르고 삶은 여전히 막막하며, 과거에 나는 많은 것들을 몰랐고, 그 무지를 깨닫는 일은 희열이자 고통이지만, 글쓰기는 행복하다. 이 책을 계기로 사람들이 열정을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사랑을 쉽게 그만 두지 않기를 소망한다."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지만, 읽는 것은 아무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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