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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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 예술작품이란 무엇일까? 나아가서 '예술가', '예술 창조', '독창성'. '창의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예술이란 것이 인간이 살아감에 어떤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예술가들도 힘이 날테니까.


2. 이 책 [영혼의 미술관]의 저자는 알랭 드 보통이다. 국내에도 제법 팬이 많다. 좀 썰렁한 이야기가 될지 몰라도 그의 이름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여러모로 보통이 넘는 사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일상과 감정을 정밀하게 포착해낸 우아하고 지적인 에세이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3. 이 책은 온전히 보통의 작품이 아니다. 그가 영국 출신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알랭 드 보통이 집필한 책이다. 원제는 [Art as Therapy] 로 되어있다. 


4. 넓고 두꺼운 표지를 열면 제법 큰 활자체로(특별히 두 쪽만 효도 폰트) 이렇게 묻고 있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자는 예술이 너무 높이 올라가 있다고 한다. 눈높이로 내려와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명화, 명작등을 직접 대면하게 될 때, 예상했던 감동이나 변화의 경험이 일어나지 않아 의아해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실망하기도 한다. 어리둥절하다. 나아가선, 내가 무지하거나 무능한 탓이려니 하고 자책까지 한다. 그러니 예술은 점점 먼 그대가 되고 마는 것이다.


5. 그래서 보통이 나섰단다. 문제의 뿌리가 개인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류 예술계가 예술을 가르치고, 팔고 ,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 여태껏 불문률로 여겨온 예술의 존재 이유를 더욱 생각해보고 싶다 한다. 역시 보통 답게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예술의)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 등에 대한 이야기도 펼치고 있다. 


6. 141편의 사진이 글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잘 배치되어있다. (이 점 중요하다. 그림과 사진의 배합과 조율이 안 된 책은 보다가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소위 명화급에 들어가는 그림이나 조각은 물론 근, 현대 건축물 또는 오래 된 광고 전단지까지 동원시켜 뒤집어도 보고, 흔들어 보기도 하고, 비틀어보기까지 한다.


7.  많은 이야기 중에서 보통이 열거한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이 특히 마음에 든다.  


1) 기억 : "우리는 기억하는데 서툴다. 우리의 마음은 난처하게도 사실적이든 감각적이든 중요한 정보를 잘 잊어버린다." 글쓰기는 망각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고, 미술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방편이다. 문자가 형성되기 전엔 그림이 앞섰다. 고대 동굴 벽화를 연상해보면 그렇다. 


2) 희망 : 가장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미술의 범주는 쾌활하고, 즐겁고, 예쁜 것들이다. 봄날의 초원, 뜨거운 여름 한 낮의 나무 그늘, 전원 풍경, 미소 짓는 아이들, 취향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들에겐 비호감이라고 한다. 


3) 슬픔 : 고통을 보다 잘 견디게 하는 법이 예술의 기능 중에 포함이 된다는 부분은 철학적인 경향이 있다. 좀 곁길로 빠지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전쟁기념관'이라는 호칭이 너무 맘에 안든다. 기념할 것이 그리도 없어서 전쟁까지 기념인가? 그냥 '기록'이라고 하면 어떤가. 정 남기고 싶은 유물과 역사라면 '전쟁기록관' 까지는 봐주겠다. 그 아픔의 기록은 슬픔의 또 다른 이름이다.


4) 균형회복 : 지혜로운 삶은 균형감있는 삶이라고도 표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예술의 한 역할이 우리의 정서적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데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각기 그 개성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다는 이야길 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보통 그렇다.


5) 자기 이해 : 그대 자신을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 나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단연코 'No~' 라고 답하련다. 묻는 그대가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복잡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제외한 대체적인 이미지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알렉산더 포프는 詩의 한 핵심 기능을, 우리가 어설픈 형태로 경험하는 생각들을 붙잡아 거기에 명료한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보통은 예술 작품에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6) 성장 : 처음에 낯설게 느껴지는 예술작품의 가치는, 그런 예술을 통해, 익숙한 환경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우리 인류와 충분히 교류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생각과 태도를 만날 수 있다는데 있다. 바로 이질적인 것과의 연결점을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는 보통의 생각이다.


7) 감상 : 우리의 주된 결점,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주위에 늘 있는것을 알아채리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것의 가치를 보지 못해 고생하고, 매혹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종종 엉뚱한 갈망을 품는다. 저자는 예술은 이룰 수 없는 것을 미화하는 행위와 정반대의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이끌어가야 할 때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8. 어쨌든 예술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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