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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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람은 누구인가? "셜록 홈스를 닮은 민완형사를 꿈꾸던 내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경기대 부천시에서 일어난 '후기대 입시 시험지 도난 사건' 등 대형 사건을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무능력은 '실력이 있어야 정의를 구현 할 수 있다'는 숙제를 던져 주었고, 범죄 수사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오르게 했다".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 이름 석자는 낯이 익은 표창원. 이분을 소개하기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듯 하다. 


2. 여기서 키워드는 '무능력'이다. '무능력'이라 쓰고, 무의지, 무관심, 무책임이라고 읽으련다. 사회적 병폐는 시민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 관료 층에 만연해있다. 그들의 의식이 기본에만 충실해도 이 사회는 더 밝아질 것이다. 범죄율도 줄어들고, 자살률도 줄어들 것이다.


3. 이 책을 읽고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소위 불편한 진실이 '속편한 진상'으로 바뀐다. 이 책은 '대화집'이다.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와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가 만나서 만든 이 시대의 작품이다. 글을 쓰는 작업은 모노 드라마다. 그렇지만 대화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수다 타임'이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박 3일도 모자란다. 나의 경우는 예외지만, 주변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런 추측이 온다. 


4.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환상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든다.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만만치 않다. 아니, 굳이 묻고 답한다는 표현도 좀 그렇다. 그냥 두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까발리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책임져야 할 자리에서 책임 있는 사과와 행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이기적 집단들의 양심전선 철조망이 끊어지게되길 기대한다. 이 사회와 국가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적 범죄의 탄생',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사회의 어두운 고리', '과학수사를 파괴한 사법 시스템의 죄악', '거대 국가 범죄에 가담한 경찰들', '차가운 분노, 그리고 뜨거운 희망' 등이다.


6. 이미 외국은 경찰 활동의 패러다임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적인 차원으로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경찰과 시민이 불편한 관계이다. 오죽하면 강간 당하고 자살한 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모정이 동원하는 영화가 나오는가. 경찰과 시민의 관계가 회복되면 이 사회가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리라고 믿는다.


7. "경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권력의 도구로 이용돼왔었기 때문에 권력자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자꾸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 언론 플레이를 하고, 시민한테 한 번 내보이는 시늉을 했다가 조금 있으면 다 없어져버리거든요."


8. TV 미드에선 단연 수사물이 대세이다. CSI, Bones 시리즈는 낮과 밤이 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사반장' 프로가 인기몰이를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사물은 찬,반의 대상이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과학수사에 대한 필요성을 알린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모방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미디어 소비자 교육 부분을 좀 더 폭넓게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유학 할 때 많이 느낀거예요. 미디어상의 범죄도 범죄학의 중요한 분야라서 들어봤더니 그쪽은 초중고등 과정 내에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는 거예요. (...) 그러니까 우리나라처럼 프로그램 하나에 휩쓸리고, 그것 하나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많이 취약한 상태예요. 그래서 더욱이나 방송을 장악하려고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9. "차가운 분노, 그리고 뜨거운 희망" - 국정원 댓글 사건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불신만 늘어나고, 어쩌면 또 다른 의로운 희생자(권은희 과장)가 생길지도 모르는 참 더러운 현실이지만, 희망은 버리지 말아야한다. 그네들이 영구히 이 나라를 이끌어가지는 못할테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8 %가 공정하지 않다'라고 답하고 있고,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 44%가 '10억 원을 준다면 징역 1년 정도 살 짓을 저지를 수 있다'라고 응답하고 있는 이 일그러진 사회. 그 아이들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표창원 이분 처럼 양심과 사명감에 따라 진실을 행하고 말해주는 참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똑똑한 판단과 따뜻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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