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흔적을 찾아서
바바라 해거티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영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1. 함께 신의 존재와 흔적을 찾아 나서 볼까요? '생명의 DNA에서 죽음 이후까지, 뇌의 회로에서 우주의 과학까지 신의 존재를 찾아 나선 위대한 탐사'라는 부제가 적혀 있군요. 이 책의 저자 바바라 해거티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종교 등 전 방위를 넘나들며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금기의 주제에 접근하여 진실을 밝혀온 25년 경력의 탐사 전문 작가라고 소개됩니다. 그가 쓴 글은 이곳 저곳에서 상도 많이 받았군요.


2.  어떤 이슈. 특히 신(神)과 관련된 글이 종교계와 과학계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자의 글들이 그러하답니다. 이 책의 원제는 [Fingerprints of God]입니다. 각 챕터의 제목들이 궁금점을 유발시킵니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 무단 침입하는 신'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글꼭지 제목에서 시작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마무리 하는군요.


3.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그가 오랫 동안 영육간에 몸을 담았던 '크리스천 사이언스'를 떠나기로 한 시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는 19세기 말경 미국의 에디 부인이 창립한 기독교의 한 종파입니다. 죄, 병, 악은 모두 허망하다고 깨달음으로써 만병을 고칠 수 있다는 정신요법을 주장합니다. 자연히 몸이 아프다고 병원을 가거나 약을 먹는 일은 권장 사항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위염 때문에 열과 오한에 시달리던 저자는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몸이 회복됩니다. 이 사건이 저자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는군요. 이 참에 신에게서 멀리 떠나버릴까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그는 어떤 힘에 이끌려 그렇게 하지 못하는군요.


4. 그는 1995년 6월 10일, 복음주의 교회 신자인 케시 영이라는 미혼 여성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LA 타임스] 일요일 매거진에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교회들에 대한 취재기사를 쓸 계획입니다. 캐시 영은 수년 동안 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암이 재발했지만, 교회에서 힘과 위로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 그는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지만 어떤 존재에 조금씩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휩싸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영적 체험'입니다.


5. 기도를 듣고 병을 치유하는 신이 존재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믿음의 생물학으로 풀어나가기도 하는군요. 생각이나 감정이 몸에 영향을 끼친다는 신념이 미국 대중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50 년대에 개신교 목사인 노먼 빈센트 필이 [적극적 사고방식]이라는 혁신적인 책을 쓰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1970년대에 와서야 마음과 몸의 연관성을 인정하기 시작하지요. 그 와중에 웃음이 불치병도 치료 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사례를 제공한 노먼 커즌즈가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해서 새로 태어난 과학 분야가 정신신경면역학입니다. 뭐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좀 부언설명을 해드리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우리 뇌 속의 화학물질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질병과 싸우거나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입니다.


6.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옆길로 샌 느낌입니다만, 여러 레포트는 '영성'으로 이어집니다. '영성'이란 단어를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까요? '영성'을 다른 말로 '신과의 관계'라고 표현해봅니다. 한 연구에서 영성이 건강과 관련 있음을 달리 설명할 수 있는지 조사를 해보았군요. 일단 연구팀들은 통계분석을 통해 다른 가능성들을 걸러냅니다. 연령, 학력, 성별, 인종, 그리고 장수와 관련 있는 교회 출석 여부까지도 배제했습니다. 또한 낙관주의, 삶의 스트레스, 우울증, 대처능력 등도 걸러냅니다. 그 결과는 '여전히 영성은 질병의 악화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 "사랑이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몸에서 바이러스를 씻어 낼 수 있다." 


7. 자, 그러면 내가 나에게 주는 영향을 떠나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 또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들어보시렵니까? 기독교에선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중보기도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둘 (내가 기도하는 것과 중보기도)의 차이를 엄청난 거리를 두고 봅니다. 후자를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단언하는군요. 


8. 어쨌든 동료 과학자들의 분노까지 유발하면서(감히 신을 연구시험대에 올리겠다는 의도에) 과학자 최초로 R. C. 버드가 첫 삽을 뜹니다. 1980 년대 말 그는 심장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400명을 관찰합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기독교 신자들에게서 중보기도를 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기도와 무관합니다. 그 결과에 대해선 각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만, 어쨌든 결과는 중보기도를 받은 환자들의 입원 일수가 더 적었고, 보조 호흡기나 항생제, 이뇨제를 포함한 치료 횟수도 더 적었다고 합니다.


9. 물론 그 이후 많은 스터디에서 반대 결과로 나온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성'의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나의 개인적인 견해가 깊이 담긴 말입니다. 몸과 마음이 무너질 때 일차적으로 나의 생각과 의지가 중요하지만,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해주고 염려해주는 마음이 개입될 때 더 큰 영적 에너지가 채워질 수 있습니다. 


10. 이 책은 종교서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과학 서적도 아닙니다. 종교의 상징인 '보이지 않는 것'을 과학의 그것인 '보이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책 일뿐입니다.  8장 '유체를 이탈했을까, 정신이 나갔을까? 에선 뇌가 기능을 멈추면 그 사람의 정체성과 존재 그리고 정신도 기능을 멈춘다고 하지만, 뇌가 기능을 멈춘 상태로 여전히 생각하고 관찰 할 수 있는 어느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11.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두 종류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과학 분야에서 이제 막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저자의 영혼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회가 아무리 세속적이 되어도, 모든 것은 물질로 환원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과학이 아무리 신을 추방하려고 애써도, 신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지 않다고 하네요. 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설명 할 수 없는, 아주 영적인 순간에 신과 끊임없이 마주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2. 종교를 권유할 수는 있어도 강요할 수는 없지요. 나만 잘 있으면 되었지, 신의 존재에 대해 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요. 눈으로 확인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이 되어야 받아들이는 실증주의도 정신이 빠지면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무한도전이 아닌 무모한 도전인 '신의 존재'를 찾아 나선 작가의 지혜와 용기가 대단합니다. 여러 관점에서 생각을 다시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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