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 우리의 습관을 좌우하는 뇌 길들이기
이케가야 유지 지음, 최려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1. (나의)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편이란 말인가? 단순히 저자가 관심을 끌기 위해 책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책을 펼칩니다. 부제는 '우리의 습관을 좌우하는 뇌 길들이기'로 되어있군요. 


2. 저자 이케가야 유지는 도쿄대학교 대학원 약학계 연구과에서 약학박사를 취득했다고 소개됩니다. 저자의 관심 분야는 기억의 메커니즘과 치매, 간질, 우울증 등입니다. 특히 '뇌의 가소성 탐구'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군요. 가소성(可塑性)이란 외력에 의해서 변형된 물체가 외력을 제거해도 원래의 상태로 환원되지 않고 영구변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아울러 이전까지 뇌에 관심이 없던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에 관한 첨단 연구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3. 저자는 이 책을 비롯한 모든 저술 활동의 주제를 뇌 과학의 관점에서 '더 나은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정리하겠다고 합니다. 즐겁게 기분 좋게 살기.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뇌 과학의 성과가 활용된다면, 저자로서 그리고 뇌 연구자로서 더 없이 행복하겠다고 하네요.


4.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26 꼭지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1부 '깊이 생각하지 않는 뇌' ,  2부 '내 마음대로 했다는 거짓말' ,   3부 '뇌는 내가 하기 나름입니다'. 저자 스스로 핵심적인 내용을 18~20장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 소제목들은 '뇌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 '일단 행동을 시작하면 의욕은 따라온다' , '웃으니까 즐겁다는 역인과관계'. 이 세 가지중 첫 번째 '뇌에는 자유의지가 없다'를 제외한 두 가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듭니다.


5. '빨간색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꼭지를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색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온도가 마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입니다. 콜로라도대학교의 로렌스 윌리엄스 박사팀의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깐 메모를 해야겠는데, 이 커피 좀 들고 있어 주실래요?라며 낯선 사람에게 부탁합니다. 이때 실험용으로 따뜻한 커피와 아이스커피 중 하나를 준비하여 상대방의 반응을 비교합니다. 그 결과 따뜻한 커피를 들어준 사람이 아이스커피를 들어준 사람에 비해서 '의뢰자는 온화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는군요. 너무 시시한 실험인가요? 어쨌든 비가 오는 날보다 맑은 날 첫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다는 점도 드러난바가 있다니까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6. 자, 그렇다면 빨간색이 어떻다는 이야긴가 들어볼까요? 온도뿐 아니라 색깔 역시 우리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있긴 합니다. 이런 통계도 있군요. 권투, 레슬링 경기에서 홍코너쪽이 청코너쪽보다 10~20 퍼센트 정도 승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빨간색이 '파워플한 색'이라는 설명보다는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군요. 다른 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빨간색은 심리적으로 회피적인 경향을 낳고 경계심을 높이는 반면, 파란색은 적극적이며 호전적인 경향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빨간색이,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한다든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처럼 창조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파란색이 좋다고 합니다. 


7. 저자가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언급한 곳으로 관심을 가져볼까요? '뇌에는 자유의지가 없다'. 이 꼭지글 제목이 책 제목하고 부합되는 듯 합니다. 이렇게 시작을 하는군요. '80퍼센트 이상은 정해진 습관을 따른다'. 흥미로운 연구결과입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 알버트 바라바시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일면 수긍이 갑니다. 바라바시 박사는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의 선구자 중 한 사람입니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링크]의 저자입니다. 


8. 바라바시 박사팀이 활용한 것은 휴대전화입니다. 통신사에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 상세한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박사팀은 5만 명의 사용이력을 3개월에 걸쳐 조사한 끝에 각 사람의 이동 엔트로피를 산출해냈습니다. 조사결과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평소 행동패턴을 알고 있을 경우 어떤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평균 두곳 이내로 좁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변화와 자발성을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 생활은 강한 규칙성에 지배된다는 이야깁니다.


9. 자, 그렇다면 '자유의지'라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가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나는 의지가 뇌에서 생겨나지 않고, 주위 환경과 신체의 상황으로 결정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평소의 습관이 들어가겠지요. 착각이라는 표현도 나오는군요. 심리학자 허태균은 [가끔은 제정신]이라는 책을 통해 "착각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당신과 우리"를 향한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했지요. 저자의 실험 결과와 논리를 모두 소개하기엔 리뷰라는 공간이 너무 확대되기 때문에 생략하렵니다. 어떤 사항을 결정하려 할 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결에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나의)뇌가 내 편이 아닌 경우가 매우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10. 나의 지난 기억을 더듬어볼 때 그런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뇌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조언을 옮겨봅니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경험을 쌓아서 좋은 '반사'를 할 수 있도록 전념하는 삶을 제안한다. 이것이 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최선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을 하고 그 이후는 뇌의 자동적 반사에 맡길 뿐, 이만큼 긍정적이고 건전한 생활이 또 있겠는가?".  여기서 '반사'를 '결정'으로 바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직관의 힘'을 키우는 방법이 되겠지요. 나중에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직관'에 대한 책도 몇 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리뷰가 좀 길어졌군요. 뇌에 관한 책이지만 여러 실험 결과가 실려 있어서 읽기에 지루함이 없고, 문장이 쉽게 쓰여져서 권해 드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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