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 더없이 소중한 날들을 위한 명상과 그림의 눈부신 만남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 본 적 있으시지요?  나는 그 그림을 볼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역시 그럴 때가 있소".  노르웨이가 낳은 근대화가 뭉크(1893~1944)는 북구의 대표적인 예술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의 그림들은 강렬한 색채와 구도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스런 심리적 갈등을 화폭위에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기묘한 흥분과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2. 뭉크 그림의 특징은 사실적 묘사를 거부하고 작가 자신의 주관적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기법을 적용함으로 일종의 심리회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동 시대의 반 고흐와 대비되기도 하지만, 반 고흐가 뜨겁게 불타는 광기의 시선을 드러낸 화가였다면, 뭉크는 얼음처럼 차가운 광기의 모습을 지닌 화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3.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지만, 미술 작품에 국한 시켜 생각할 때도 그림에는 화가의 심적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그림을 통해 작가의 마음 상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면서 내 마음자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일 것입니다.


4. 이 책이 다른 미술관련 서적과 다른 점은 그림과 명상을 접목시킨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입니다. 그는 2006년 저서 [나라서 참 다행이다]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국민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오랜 의학공부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파리 생탄 병원 인지행동치료 분과에서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책은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 [괜찮아, 마음먹기에 달렸어]등 꽤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5. 책의 부제는 '더없이 소중한 날들을 위한 명상과 그림의 눈부신 만남'입니다. 프롤로그에서 램브란트의 [명상하는 철학자]라는 그림이 독자를 맞이합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옅은 겨울햇살이 보입니다. 따스하지는 않지만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실내를 비춥니다. 이어서 가만히 앉아 있는 노인이 보입니다. 노인은 책이 놓인 책상을 비스듬히 등지고 앉아 있습니다. 노인은 어떤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까요? 그냥 쉬고 있을까요? 아니면 명상? 


6. 저자는 이 그림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표현된 모든 세계들 중에서도 가장 광대한 것은 바로 철학자의 정신이라고 합니다. 그의 내면세계라고 표현합니다. 이어서 이런 설명을 붙이고 있군요."암흑과 어슴푸레한 어둠, 옅은 빛, 약간의 온기, 사고하는 정신, 우리의 내면도 비슷하지 않은가?"  대충 이 책의 분위기가 느껴지시지요?


7. 이 책의 키워드는 그림과 명상입니다. 명상은 어떤 상태일까요? 책은 안 봤어도 책제목은 익숙할지도 모르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들어보신 적 있으시지요. 바로 명상은 '멈춤'입니다. 따라서 동영상이 아닌 정지된 상태의 '그림'은 명상을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요. "빛에서 어둠으로 시선을 옮기듯 우리는 반드시 우리 자신에게로 들어가야 한다. 아주 가까이 있음에도 우리가 결코 가보지 못하는 그곳으로."


8. 책에는 '마음챙김'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마음챙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의 내 존재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행위나 사유를 통해 이 순간을 피하거나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움직임을 멈추고 이 순간에 젖어드는 것이다."


9. 책은 4부로 되어 있습니다. '의식은 마음의 문제',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지금 이 순간은 폭풍 속의 피난처', '마음을 열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등입니다.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군요. 말만 쉽습니다.


10. 책에는 그림이 많이 나옵니다. 글반 그림 반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명상을 하는 계기와 함께 그림 공부를 톡톡히 하게 됩니다. 클로드 모네의 [까치] 그림을 보면, 마치 우리네 시골집에 소복히 쌓인 눈을 보는 듯 합니다. 흰 눈과 까치가 색대비를 이루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살을 붙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지금, 바로 지금이다. '조금 있다'가 아니다. 까치는 날아가고, 태양은 더 높이 떠오르고, 울타리의 그림자는 점점 뒤로 물러날 것이다.....그래서 더 좋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전혀 달라질 것이다."


11. "마음을 열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챕터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4가지 미션을 주는군요. '일하라, 관조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자아의 확장과 무아에 잠겨라.' 이 4가지 중 마지막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행하며 살고 있는 듯 한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군요. 일을 하긴 하는데 짜증 날 때가 많고, 관조보다는 밖을 내다보기 바쁘고, 사랑도 그때 그때 기분따라 움직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자아의 확장과 무아에 잠기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12. 화가들이 남긴 그림들이 저자에 의해 다시 생명력을 얻습니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같은 그림을 봐도 각기 마음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다르지요. 같은 사람에게도 그 마음 상태에 따라 받아들여짐이 역시 다르지요. 저자가 조곤조곤하게 설명해주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그림 속에 들어가서 분위기에 젖어드는 느낌입니다. 명상을 유도하는 그림의 세계에 한 번 빠져보시지요.

끝으로 저자가 마지막에 남긴 말을 옮깁니다. "의식하세요. 지금 그리고 영원히." 오래 전 이 땅에 살다 갔던 화가들의 의식은 어쩌면 영원히 이어지리라 생각듭니다. 그들이 남긴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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