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의 첫 부분, '들어가는 글'에 적힌 이 대목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잘해보려다 지쳐버린 당신에게" 이런 기억 나도 있다. 아니, 지금도 가끔 돌아보면 나는 여전히 그러고 있기도 하다.
2. 이 책의 지은이 나쓰가와 가오는 다수의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인재 프로듀서로도 활약하며 각 분야에서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해 네트워크를 통한 비조직 프로젝트로 많은 사업을 성공시켰다고 한다.
3.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전한다. 직업상 뛰어난 경영자들을 인터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저자가 잘 나가는 한 경영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까지 읽으신 책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경영자가 답하길 "책 말인가요? 소설은 자주 읽는데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같은 건 전혀 안 읽습니다.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저자는 충격을 받는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출간한 바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경영자가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적을 많이 안 읽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안 읽는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4. 하긴 나도 몇 해 전 모 인터넷 서점 신간서평단에 선정되어 근 1년간 자기계발서만 지속적으로 본 적이 있다. 5~6권쯤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자계서는 많이 볼 것이 못 되는구나." 그 이유는 책이 잘 못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그 중 하나라도 실천을 하며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안 해도 한 것 같은 착각속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5. 저자는 자기계발서의 공통점이 'Doing List'라는 점을 의식하며 역발상으로 뽑아낸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Stop Doing List'라는 것이다. 두말 할 나위없이 현대의 각종 방법론은 모두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판적 사고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요령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6. 각 챕터 소제목은 다음과 같다. '스마트한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 등이다. 내가 남자인지라 스마트한 사람을 남자로 그린다면 열거한 소제목들 몇 가지는 '나쁜 남자' 가 연상된다. 혼자 짊어지지도 않고,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풀이하기 나름이겠지만 일일이 말하지도 않는 남자와 같이 일하는 것이 과연 스마트할까?
7. 저자는 '정보수집에 급급해서 다가온 기회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 묻고 있다. 하긴 정보가 너무 많으면 '직관'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직관도 직관 나름이겠지만, 지식이 많다고 유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한다. 온갖 정보(인포메이션)를 수집하다보면 지식이 쌓이기는 하겠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아인슈타인은 오로지 지식만 수집하는 것을 부정했다. 상대성이론을 펼칠 때 정보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지론을 펼쳤다.
8.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성공과 실패 둘 다 포함한다. '모든 것을 맡기고 책임은 리더가 진다'는 말로 표현된다. 이 부분에는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동반된다. 사실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숨어 있긴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차피 내가 모든 일을 다 감당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러 지켜보면서 한심해 보이고, 깊숙히 관여하고 싶지만 믿고 맡기는 훈련도 필요하다.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면 편해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다.
9.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 역시 불안한 면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남의 말 속에 부정적인 요소, 혹시 내가 너무 잘 나갈까봐 짐짓 염려하는 척하면서 위험요소만 지적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다. 저자는 이 예로 '세븐일레븐'의 사례를 들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일본 기업인 줄 처음 알게됨)이 창업 당시 주변에선 온통 그만두라는 이야기뿐이었다. 우리 속담에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면서 말린다.'는 그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그 이유는 대형 슈퍼마켓의 시장 진출로 중소 소매점이 점점 쇠퇴해 가는데 작은 가게가 잘 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10. 사람이 살아가는 삶에 모범답안은 없다. 또 새로운 것도 없다. 각자의 꿈과 그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꿈을 이루는 과정도 각기 다르다. 그러나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 좀 더 욕심을 내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점검해보는 것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좀 더 생산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에 나오는 조언들을 모두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겠지만, 방법론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