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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과 인간 ㅣ 지만지 고전선집 499
유카와 히데키 지음, 남정순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현대과학은 과연 우리에게 희망찬 미래만 보여주고 있는가? 과학이라는 이름 뒤에서 인간 본연의 모양과 색깔은 점점 퇴색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한편 우리는 더욱 과학의 일상에서 벗어난 삶을 생각하기가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과학에 관심이 없다손 치더라도 우린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과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 이 책의 저자 유카와 히데키는 누구인가? 교토제국대학 이학부 물리학과 졸업. 도쿄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1953년 이후 정년 퇴직할때까지 교토대학 기초물리학연구소 소장을 역임. 과학뿐 아니라 동양 사상에도 조예가 깊었다. 중간자 이론을 제창해 원자핵과 소립자물리학 발전에 커다란 공적을 쌓음. 소립자이론으로 1949년 일본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 그는 또한 오랫동안 세계 평화를 둘러싼 운동에 헌신적으로 노력함.
3. 저자에 따르면 현대과학은 우리 인간에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공했고, 그 가능성 중에는 인류를 행복과 번영으로 이끄는 것도 있지만 공포와 파멸로 이끄는 것도 있다고 한다. 또한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는 과학의 문제라기보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4.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분된다. 1부는 '과학과 인간', 2부는 '기초과학의 진흥'이다. 1부에서는 과학과 인간이라는 소주제와 별도로 과학과 도덕, 과학자의 책임, 문명사회와 인간의 역할등 다양한 주제의 글이 이어진다. 2부에선 시간의 문제, 소립자의 수수께끼, 소립자와 통일장, 기초과학의 현재와 미래, 과학의 분화와 종합 등의 글이 실려 있다.
5. 저자는 과학의 진보는 인간 밖에 있는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는데 성공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과학의 진보와 함께 외부 세계에는 인간에게 미지인 것과 합리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더 확실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6. 우주 전체의 긴 역사로 볼 때, 또 인류 역사로 보아도, 짧은 시간에 과학의 발전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다. 그 중에서도 기계는 눈부시게 발달해왔다. 이미 기계가 인간의 두뇌 할동을 대신 해주고 있는지 오래되었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이곳저곳에 붙지만,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그 이름을 붙여주기에 손색없는 물건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결코 허황되지가 않다.
7. 그렇다면 기계의 발달은 앞서 간다치고 인간의 내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저자는 자연과학과 그에 따른 기술의 진보로, 우리 인간을 다시 생각하고 재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새롭게 생겨나는 점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8. 저자가 언급한 여러 이야기 중 '인간의 세 가지 역할'에 주목한다. 과학문명이 발달한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이 세 가지 중 최소한 한 가지 역할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역할은 과학자와 관계된 것으로 '과학 연구'다. 두 번째로는 과학자 또는 그 그룹에서 새롭게 발명된 것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좀 막연한 표현이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한 역할'이 요구된다고 한다.
9.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을 담은 학술서라기보다는 근원적인 과학의 존재, 혹은 미래의 과학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과학개론서라고 볼 수 있다. 과학에 대한 글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 중에 느낀 단상과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시절 독서편력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과학자인 저자는 문학에 대해서도 상당히 깊이 있는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10. 중국문학인 [홍루몽]에 대해선 이런 평을 적었다. "구체적인 성격을 가진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이상하리만치 강하다. 또한 시간적이고 음악적이라기 보다 공간적이며 회화적인 구성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홍루몽의 작가인 조설근(曺雪芹)이 화가였다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저자의 균형감있는 사유(思惟)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