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는 시해 당하지 않았다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박은식 선생이 중국으로 망명한 뒤 집필해 온 [한국통사(韓國痛史), 지만지]는 1915년 상해의 대동편역국에서 순한문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엔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혀 국내로 반입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한국통사]는 간행 직후 중국, 러시아 등지에 있는 한국인 동포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비밀리에 대량 보급되어,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독립 투쟁 정신을 크게 고취했습니다. 일제가 이에 당황해 1916년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를 설치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조선사] 37권을 편찬해서 식민사관에 의한 한국역사의 왜곡을 시도했습니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일제가 우리 민족의 뿌리까지도 뒤흔들어놓는 작업을 순수히 일본인들의 손으로만 마쳤겠는가?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 작업엔 분명히 한국인들이 참여했을 것입니다. 그 보상으로 적당한 지위와 땅이 주어졌으리라 짐작이됩니다. 그 왜곡된 역사의 장본인들이 아직도 한국사에 뿌리깊이 관여하고 있고, 그 아류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2. 이 책의 제목 [명성황후는 시해 당하지 않았다]를 보면 두 가지 반응이 예상됩니다. '그래? 그럼 도대체 명성황후가 어떻게 된거야?' 또 하나의 반응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구먼.' 그대는 어느 쪽이신가요?

 

3. 책 내용을 소개하지 전에 [한국통사]에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기록되어 있기에 간략하게 옮겨봅니다. 아마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리라 생각듭니다. "을미년(1895) 8월 20일 일본인이 우리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하니, 그 사건의 대략적인 전말은 다음과 같다. 당시 일본 공사 이노우에 가오루가 귀국하고, 후임으로 미우라 고로가 왔다. 그는 스기무라 후카시, 오카모토 류노스케 등과 함께 비밀리에 황후 제거를 모의했으며, 대원군을 허수아비로 이용하기 위해 오카모토를 보냈다. (....) 새벽녘에 서문에 이르러 훈련대와 일본군이 서로를 앞뒤로 호위하며 행군했다. 날이 샐 무렵 광화문에 도착해 바로 근정전으로 들어가니, 우리 호위병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대장 홍계훈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궁궐로 난입한 훈련대를 큰 소리로 꾸짖다가 일본군에게 살해되었다. 궁내부대신 이경직 또한 일본 병사의 칼에 죽었다. 일본인들은 다시 옥호루에 돌입해 황후를 시해했는데, 이때 평복에 단검, 장검을 휴대하고 입궐한 일본인은 자객과 고문관 및 순사 등 60여명에 이르렀다."

 

4. 자, 그렇다면 이 책의 지은이 신용우는 어떤 근거와 맥락에서 '명성황후가 시해당하지 않았다'는 주제를 갖고 책을 썼을까요? 지은이는 일본과 중국에 의해 찢기고 왜곡된 우리나라 역사 바로세우기와 요동수복, 통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이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고 소개됩니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 무엇보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전개했음을 밝혀둔다고 썼군요.

 

5. "나는 지금 3류 소설만도 못한 [에조 보고서]('이즈키와 에조'라는 일본 낭인이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일본 법제국 장관 스에마스 가네즈미에게 보냈다는 보고서. 일본 국회도서관 보관 중 발견)때문에 명성황후께서 시해 당했다는 오류를 범하는 현실을 바로잡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6. 소설의 도입부분은 모두 시해당한 줄만 알고 있던 중전(명성황후)이 1896년 병신년 정월 대보름을 향해 밤마다 달이 커져가던 어느 날, 궁녀 옥분을 데리고 연해주의 어느 민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집엔 옥분의 오라비 준서가 아내와 아이들과 거처하고 있습니다.

 

7. 다시 시계를 뒤로 돌려서 1895년 8월로 가봅니다. 러시아 건축기사인 동시에 궁궐을 경비하기 위해 특별히 초빙된 세레딘 사바틴이 고종과 중전을 급히 독대할 일이 있다고 전해옵니다. 그는 고종에게 일본이 중전마마를 시해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전하는군요. 고종과 중전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앞서도 한밤중에 왕의 침전 바로 앞까지 무례하게 쳐들어온 일본군을 생각하며 대책을 세웁니다. 중전과 얼굴(옅은 마마자국까지)은 물론 몸매도 빼어 닮은 홍 상궁을 대신 중전의 자리에 두는 것으로 계획합니다. 홍상궁으로 변장한 중전은 사바틴과 함께 러시아 공관으로 갑니다.

 

8. 일본의 계획대로 '여우사냥'은 성공리에 끝난 것 같지만, 오카모토는 진짜 중전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점을 갖고 있군요. 이미 일본 본토엔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된 상황에도 오카모토 만큼은 의구심을 풀고 있지 않는 것이 중전의 앞날을 염려하게 만듭니다.

 

9.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웬 노인 한 분과 만난 사연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그 노인은 고려인 4세로 연해주에 사는데 지은이와 꼭 만나고 싶다는 말을 출판사를 통해 전했다는군요. 그 노인은 대대로 집안에서 보관 해 오다가 사라진 일기장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일기장은 노인의 3대조 할아버님이 쓰셨다고 전해 오던 '황후마마를 모시면서'라는 것이지요. 그 황후마마는 명성황후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노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그 며느리가 일본인에게 그 일기장을 집 한채 가격의 돈을 받고 팔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일기를 수없이 읽었던지라 기억을 되살려 필사본을 남겨 놓았다고 하는군요. 그 이야기를 지은이에게 해준 것입니다.

 

10. 모름지기 역사는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사가(史家)가 어떤 관점에서 쓰느냐가 중요하지요. 한국의 역사가 바로 쓰여져 있기나 한가요? 특히 근세사는 더욱 아리송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세(勢)를 유지하고 있는 일제시대 사가들은 아마도 일제시대의 역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다 못해 기피하려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명성황후의 그 이 후 자취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젠 지나간 역사를 재조명해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이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면 쓰여진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