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1. 앞서 잠깐 소개를 해드렸던 책이지만, 오늘은 좀 더 살을 붙여서 리뷰를 올립니다. "인간의 생애란 너를 만나서 너와 헤어지는 일 / 아직 헤어짐을 짓지 않은 너에게, 음악에게" 음악은 표현입니다. 그 안에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시작과 끝이 녹아 있습니다.

 

2. 이 책의 지은이 정강현은 현재 중앙일보 취재부 기자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 몇 년전 대중음악 분야를 취재 하면서 '인디 음악'에 폭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음악이 일상의 관습을 뛰어넘은 사운드의 언어라서, 나는 음악을 사랑하겠노라 맹세했었다. 그래서 내게 좋은 음악의 첫째 조건은 관습으로부터 달아난 사운드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운드와 멜로디와 리듬을 발굴해내는 음악에 매료되곤 했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미 존재하는 사운드를 재생산해내는 게으른 음악은 내게 좋은 느낌을 주지 못했다."

 

3. 지은이는 특히 홍대 언저리에서 사귀게 된 뮤지션들이 그를 감전시켰고, 넘어뜨렸다는 표현을 하는군요, 홍대 음악가들은 흔히'인디'라고 합니다. '인디'란 말을 누가 맨 처음 붙였는지는 모른다고 하네요, 또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인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다고 합니다. 뭐 굳이 '사회적 합의'까지 갈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지은이의 추측으로는 1990년대 중반 홍대 둘레에서 생성된 밴드들을 기존 음악 시장과는 구별 짓기 위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디(Independent)'라는 말의 뜻 그대로,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이들이 '인디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4. 요즘 홍대 주변에는 수백 개의 밴드가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인근 합정동이나 문래동의 라이브 클럽까지 포함하면 1000개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내용은 지은이가 '중앙일보' 지면에 '인디 카페'라는 연재 기사로 실었던 내용을 토대로 해서 새롭게 쓴 글이라고 합니다. 책은 4부로 되어 있습니다. 그 타이틀들이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생활 저항의 록 스피릿, 두근거리는 무한의 음악, 소박한 소리들의 풍경, 당신이라는 유일한 음악 등입니다.

 

5. 책에는 많은 인디음악 뮤지션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인디 록 밴드의 음악 풍경을 소개합니다. [크라잉넛] 을 지은이는 '개념없음'의 미학(美學)'이라고 표현하는군요. 그러나 그 '개념'의 개념이 사회에서 음악 세상으로 넘어 올 때는 예술이 된다고 합니다. 예술가 자체가 이미 좋은 의미로 '개념 없는'이들이라는 것이지요. 이들(크라잉넛)에겐 음악을 향한 열정을 그저 '재미'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이 처음 홍대앞에서 작당을 하고 모였던 때는 네 명 가운데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개념 있는 클럽사장 한 사람이 이 개념 없는 친구들에게 미래를 걸게 됩니다. 넷은 그날로 악기를 사고 연주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크라잉넛에게 록이란 무엇인가. 직설이라고 표현합니다.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대놓고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떠들지 않는 것.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면에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외부에 있다는 것이지요.

 

6. 밴드 '훌(wHOOL)'의 음악은 '두근거리는 무한'이라고 합니다. 퓨전 국악 밴드입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새 음악을 만들자"는 뜻에서 이름이 '훌'입니다. 이들은 국악에 덧씌워져 있던 온갖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들의 생각은 국악도 대중음악이라는 것이지요. 하긴 대중과 멀리 있는 음악은 도대체 어디에 쓰임새가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들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훌의 음악은 퓨전이 아니다. 전에 없던 한국의 새로운 음색이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

 

7. 음악은 주로 어떤 때 들으시는지요? 나는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소위 이지 리스닝 음악을 주로 틀어놓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주곡이나 경음악이 종종 그 대상이 됩니다. 환자와의 대화나 치료에 지장이 없어야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단점은 계속 듣다보면 나른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땐 좀 격한 음악으로 정신을 추스립니다. '옥상달빛'이라는 밴드의 노랫말을 보는 순간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 정답을 알긴 할까 /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 나에게 실망한 하루 / 눈물이 보이기 싫어 / 의미 없이 / 밤하늘만 바라봐 //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 슬픔보다 더 큰 /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 수고했어 오늘도 / 아무도 너의 슬픔에 / 관심 없대도 / 난 늘 응원해 / 수고했어 오늘도."   리듬은 어떤지 몰라도 노랫말은 나의 정신을 다시 재정비시켜주는 힘이 느껴지는군요.

 

8. 각 챕터 말미에는 인디클래식이라는 소제목을 붙여서 산울림, 한국재즈1세대밴드, 빛과소금, 김광석 등이 소개됩니다. 음악은 교감입니다. 뮤지션들의 가슴에서 태어난 음악들이 내게로 오고, 내 귀와 가슴이 받아들이는 순간 그 뮤지션의 감성이 나의 가슴엔 떨림으로 옵니다.  그래서 '당신이 들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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