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평점 :
1. 요즘 처럼 비가 계속 내리자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남성이 기상청에 항의 전화를 했답니다. "날씨를 바꿔주세요. 저는 오늘 오후에 중요한 외출이 있습니다." 아니, 기상청 직원이 날씨까지 조정하나요? 일기예보 하기도 버거워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산을 들고 다니는 기상캐스터도 있다고 하는 판에, 어찌 비를 멈추게 하나? 웃자고 하는 이야기 같지만, 항의 전화 한 사람은 매우 진지했답니다.
2. 얼마 전 웹을 통해 뉴스를 스캐닝하던 중에 본 기사 한 꼭지가 생각납니다. 그룹회사 임원 한 사람이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스튜디어스에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치고, 라면이 푹 삶아져야 하는데 덜 익었다고 마구 화를 내고 폭언을 내뱉더랍니다. 그 승객이 소란을 피우자, 기내 사무장까지 나서서 비행기는 고도와 기압의 영향으로 그렇게 푹 안 삶아진다고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나가다가, 폭행까지 했다나 어쨌다나.
3. 뭐 굳이 심리학 동네까지는 안 가도 이런 류의 사람들의 행위는 프로젝션이라고 표현합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엉뚱한 곳에서 발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집에선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다니면서 밖에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을 만들어내곤 하지요.
4. 이 책은 30년 넘게 수행승으로 살아온 웃음의 명상가 아잔 브람의 에세이집입니다. 책의 제목이 [슬프고 웃긴 사진관]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저자가 인간의 삶을 살아오며 들여다보며 '슬퍼서 눈물나고 웃겨서 눈물나는' 인생 사진 38장을 스냅형식으로 적어나갔기 때문입니다.
5. 웃음이 건강에도 좋다고 알고는 있지만, 참으로 웃을 일이 드물지요? 억지로라도 웃어보려고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어느 결에 곰팡내나는 고서적을 들여다보는 노학자의 얼굴로 변한 적은 없으셨는지요? 가끔 내가 그럽니다. 저자는 웃음과 미소에 대해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입술 모양만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입술 꼬리가 아래로 처지면 부정적인 태도를, 입술 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으면 긍정적인 태도를 말해줍니다." 여기에서 빠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어찌 구별하는지 아시나요? '눈'이 같이 웃느냐 입만 웃느냐 구별해야겠지요. 나의 뇌에선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을 잘 구별 못해서 일단 엔돌핀을 쏘아 준다고는 하지만..
6. 저자가 숙제를 하나 내주는군요.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좋은 것을 알아보고, 거기에 물을 준다면, 바로 우리의 행복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이 같이 따라올 것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을 종이에 써서 가족들이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날마다 소리내어 읽으십시오."[꽃에다 물을 주면 꽃이 자라고, 잡초에 물을 주면 잡초가 자란다.] 그런데 이것을 벽에 붙이기 전에 Think a Twice a Action ..'아니 그럼 내가 여태 잡초였단 말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되길..
7. 저자가 젊었을 적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 학교에서 잠시 수학 교사로 재직 중에 있었던 이야기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첫 시험 문제를 출제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감이 안 잡히더랍니다. 난이도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 선배 교사가 이렇게 조언을 해줬습니다.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칠십 점이 되도록 시험 수준을 맞추라"는 이야기죠. 만일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삼, 사십점 선에서 멈추면 학생들이 기가 죽어서 더 이상 수학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구십오~백점 짜리가 많이 나오면 너무 쉬워서 공부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나머지 삼심 퍼센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가 숙제겠지요. 삼심 퍼센트는 '실수'라고 이름 붙이지요. 우리가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자리로 남겨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8. 그저 차 한잔을 마시면서 스냅 사진첩을 들여다 보듯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는 가벼운 듯 하지만 그 안에 실린 뜻과 생각이 들뜨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네요. 어차피 우리 살아가는 삶이 한 편의 스냅사진의 연속일 뿐입니다. 스냅은 싫고 동영상으로 가고 싶다구요? 동영상은 배터리가 충만해야 하는데..충분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