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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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란 무엇일까? 문화(文化, culture)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하여 만들어낸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산물들을 모두 문화라고 일컫는다.  (위키백과 참조)


2. 문화를 만들어내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인 자연이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의 키워드인 명승(名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명승은 흔히 경치가 아름다운 장소나 건조물을 연상하게 된다. 이 책에선 '명승'을 현재 우리나라가 '문화재보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 등의 문화재 중 하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승이 유적보다는 예술적, 관상적 측면에서 자연유산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3. 이 책의 저자 김학범 교수는 국내 문화재 분야에 있어 '명승'의 토대를 다지고 그 영역을 새로이 개척한 명승 연구 분야의 선행 연구자로 소개된다. 2003년 단지 7곳에 불과했던 국가지정 명승이 2013년 100여 개소가 넘게 지정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 비록 전국토를 요새화하고 명승지마다 붉은 글씨 일색인 북한 조차도 320건의 명승이 있고, 일본은 360건, 중국은 국가지정 명승이 208건, 지방 명승이 2,560건으로 총 2,768건에 달하는 규모를 갖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가 명승지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얼마나 미흡했는지 비교가 된다.


4. 저자는 2003년 이후 명승지정에 관한 모든 절차에 관여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승'에 대한 인식부터 새로운 변화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래서 2011년 후반부터 문화재청에서 발행하고 있는 [문화재사랑]과 인터넷 매체인 [헤리티지 채널]에 꾸준히 글을 올렸고, 이 책은 그 글들을 새로 다듬고 편집한 결과물이다.


5. 책은 총 5챕터이다. 고정원, 누원과 대, 팔경구곡과 옛길, 역사및 문화의 명소, 전통 산업, 문화 경관으로 분류된다. 


6. 고정원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우리 선인들이 산수와 벗하며 손수 짓기도 한 정자와 원림이 포함된다. 명승 제52호로 지정된 '채미정'으로 시작된다. 오백년을 이어온 고려왕조가 국운이 다해 결국 멸망했다. 그러나 새로운 나라(조선)의 창업에 동참하지 않고 이미 무너져버린 고려왕조에 끝까지 충절을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야은 길재(吉再)가 기록된다. 길재는 고향인 금오산 아래에 둥지를 튼다.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금오산 계곡에는 채미정(採薇  亭)이 고고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채미정은 충절을 지키며 오직 학문에 정진한 야은의 올곧은 선비로서의 향기가 묻어나는 명승이다.


7. 진도에 가면 세 가지를 자랑하지 말라고 한다. 글씨와 그림, 노래가 그것이다. 이중 글씨와 그림은 운림산방(雲林山房)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른바 남종화의 산실로 일컬어지는 운림산방이 진도에 있기 때문이다. 진도에는 섬에 있는 산치고는 비교적 높은 첨찰산이 있는데 그 아래 안온한 위치에 운림산방이 자리잡고 있다. 운림산방은 그 이름처럼 자연경개가 아름다우며 운무가 깃드는 유현하고 그윽한 곳이다.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후기 남종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이 기거한 곳이다.


8. 옛날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단양의 석문 안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마고할미는 높은 산인 이곳에서 비녀를 찾기 위해 손으로 땅을 팠는데 이것이 아흔아홉 마지기의 논이 되었다고 한다. 마고할미의 논에는 저절로 물이 차고, 빠지기 때문에 긴 답뱃대를 입에 물고 경치만 즐기고 있어도 농사가 그냥 지어졌단다. 석문에는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있는 형상의 마고할미 바위가 있다. 명승 제45호로 지정된 단양 석문에 얽힌 마고할미 전설이다.


9. 어린 단종의 한이 서린 유형의 땅, 영월 청령포는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청령포는 영월의 서강 건너에 위치해 있다. 서쪽은 육육봉이 험준한 층암절벽으로 솟아 있고 주위에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마치 섬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내륙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이 유형의 땅은 배를 타고 서강을 건너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다. 바로 1457년(세조 3)조선의 6대 임금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청령포다. 이곳에 있는 망향탑은 단종이 남긴 유일한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왕후 송씨를 생각하면서 눈물로 쌓은 돌탑이다.


10. 버킷 리스트에 외국의 명소만 담아놓고 돌아 다닐 생각만 했던 나의 짧은 소견이 부끄럽다. 여지껏 이 땅에 수십 년을 살면서도 옛 선인들의 혼과 역사가 담긴 곳 조차도 모르고 무심히 살아왔음이 한심하다. 외국으로 나가기 전에 이 땅부터 알아야겠다. 이 땅부터 제대로 밟아야겠다. 개발(開發)의 포크레인이 개발(犬足)처럼 휘젖고 다니기 전에 더욱 많은 '명승'이 명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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