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래를 내다보고 염려하는 사람들은 '종이책'이 사라질까 걱정한다. 이미 세계의 많은 도서관들은 종이책의 보관 한계를 인지하고 전자책으로 파일로 여유로운 보관 환경을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책은 일단 눈에 들어와야 한다. 책의 제목도 장정도 질감도 느껴야 한 권이라도 더 읽게 된다. 종이책 이외의 것들은 이미 책으로의 생명을 상실했다. 그저 보관용이다.
2. "오직 독서뿐! 온 세상이 책을 멀리하는데 오직 독서뿐이라니, 무슨 말인가? 아이들은 글자를 익히고 사물을 인지하기도 전에 게임기를 놀리는 재간부터 배운다. 글도 기계 장치로 배우고, 생각도 기계에 의존한다. 버튼만 누르면 답이 나온다. 서랍에 넣어 두었다 꺼내는 것처럼 없는 것이 없고 못할 일이 없다. 반응 속도를 얼마나 단축하는가가 기업들의 지상 과제다. 삶의 속도는 날로 가파르게 빨라진다. 행복지수도 그러한가?" - 저자의 서문에서.
3. 현대인의 가파른 삶에 쉼표가 필요하다. 생각할 틈이 필요하다. 나를 나답게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좀 덜 후회하는 삶. 감정에 너무 충실하다가 브레이크리스한 삶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나 역시 오직 독서뿐! 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 다른 방법을 못 찾았다.
4. 저자 정민 교수는 이 책에서 "책 읽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한다. 책만 읽으면 될까? 된다. 어떻게? 그 대답은 옛 선인들이 이미 친절하게 다 말해두었다. 왜 읽고, 어떻게 읽고, 무엇을 읽을까? 여기에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이 책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등 아홉 분 선인의 글 속에서 독서에 관한 글을 추려내 옮긴이(저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5. 선인들의 글에 저자가 생각을 덧붙였지만 리뷰에선 나의 생각을 간단히 덧붙인다. 같은 이야기가 될지언정 저자의 글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원문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밤은 낮의 나머지다. 비 오는 날은 갠 날의 나머지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다. 이 세 가지에는 사람의 일이 마땅히 조금 뜸하므로 내가 뜻을 모아 학문에 힘을 쏟을 수가 있다." - 허균(許均)
...책 읽기를 방해하는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하기로 한다. 폰으로 e-book을 다운받아 보는 사람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자.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본다는 이야긴 하지말자. 책은 시간을 내서 보는 것이다. 시간이 나서 보는 책은 결국 킬링 타임용 책에 불과하다. 워킹을 해도 최소한 30분 이상을 꾸준히 걸어야 운동효과가 나타난다. 딴짓하지 않고 30분 이상을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봐야 그때부터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책읽기 모드로.
6. 학사 한 사람이 책을 보다가 반도 못 보고는 땅에 던지며 말했다. "책만 덮으면 바로 잊어버리는데,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현곡 조위한이 말했다. "사람이 밥을 먹어도 뱃속에 계속 머물려 둘 수는 없다네. 하지만 정채로운 기운은 또한 능히 신체를 윤택하게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 비록 잊는다 해도 절로 진보하는 보람이 있을 것일세." 말을 잘 했다고 할 만하다. - 이익(李瀷)
... 집중력이 문제다. 운전을 하면서 딴 짓, 딴 생각하다간 십중 팔구 사고를 직면하게 된다. 집중을 못 하는 것은 생각이 너무 많던가 아예 없던가 둘 중 하나이다. 처음엔 내가 책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나중엔 책이 나를 보고 있다. "그대, 뭐하고 계시나요?"
7. 일찍이 독서가 사람을 기쁘게 할 때가 있고, 사람으로 하여금 손과 발이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할 때가 있음을 알았다. 어떤 이가 물었다. "옛사람의 뜻과 선생의 뜻이 서로 합치된 뒤라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 양응수(楊應秀)
.... 몸치인지라 책을 읽다가 기뻐서 춤을 춘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 저자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합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이 참 기쁘다.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는 것 같다는 마음도 갖게 된다.
8. 인생 백 년의 사이에 근심과 괴로움이 자주 침범하니 편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진실로 진즉에 스스로 각오해서 노력하지 않고, 구차하게 그때그때 대응해 나가다가는 쓸모없는 재주로 마치게 될 뿐이다. 늙은 나이에 궁박한 살림을 탄식해 본들 장차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 홍대용(洪大容)
... 어떤 때는 마음이 심란해서 책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즘 사실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에 앉아 독서대에 책을 올려 놓고 오직 책만 생각하고 글을 따라간다. 그러다보면 내 안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진 않지만, 최소한 작아진다. 은연중 해결책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독서는 젊어서부터 훈련이 되어야 한다. 나이 들어갈수록 책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시력도 기력도 딸린다. 헬스장에가서 초콜릿 복근, 식스팩 만들기엔 열심이나 마음 근육 단련을 소흘히하면 하루 아침에 무너진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 근육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9. 군자의 아름다운 말도 간혹 뉘우침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착한 행실도 때로 허물이 있을 수가 있다. 독서에 이르러서는 1년 내내 해도 뉘우칠 일이 없고, 1백 사람이 말미암아도 허물이 없다. 명분과 법이 비록 훌륭해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맛이 좋아도 많이 먹으면 해가 생긴다. 많을수록 더욱 유익하고, 오래되어도 폐단이 없는 것은 독서뿐이다.
- 박지원(朴趾源)
...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잘 못 되었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책을 많이 읽긴 했지만 잘 못 읽었을것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목에 힘이 들어가거나 교만된 마음이 일상에서 묻어나온다면, 이 또한 책의 잘못은 아니다. 같은 술을 마시고도 개가 되는 사람이 있고, 시인이 되는 사람이 있다.
10. 이 책에 소개되는 선인들은 백프로 한자 세대이다. 그래서 같은 책을 수십, 수백 번 읽으라고 하기도 하고, 소리내어 읽으라고 권유한다. 요즘 세대엔 사실 안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에 대해선 한 목소리다. 한 꼭지당 한 장(2쪽)분량이다. 그저 아무곳이나 펼쳐서 책 읽기에 대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그 분들이 책을 그만큼 읽었기에 지금까지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분들의 이름은 영원히 남겨지고 기억될 것이다. 나의 이름도 선(善)하게 기억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