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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살리는 역설 건강법 - 금오 김홍경의
김홍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1. 해산 조헌영 선생은 그의 저서 [통속한의학원론(通俗漢醫學原論)]에서 동양의학이라고도 부르는 한방과 서양의술인 양방의 차이점을 논(論)하고 있다. 동양의학은 종합적, 치본(治本)의학이고, 서양의학은 국소적, 치표(治標)의학이라고 한다. 또 한방은 자연치료 의술이고, 양방은 인공치료 의술이라는 비교도 하고 있다. 질병의 근본 치료에는 동양의학이 능하고 응급처치에는 서양의술이 능하다는 표현도 한다. 조헌영 선생은 그 외에도 많은 비교를 하면서 동서 의학이 진정한 인술로 융합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동, 서양 의학의 차이점을 논하는 것이 이 책이나 리뷰의 목적이 아니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
2. 이 책 [내 몸을 살리는 역설 건강법]의 저자 김홍경은 한의사이다. EBS TV 특장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 으로 많은 시청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51회차의 특강 직후 의학 수련과 전파를 위해 7~8 년 동안 해외 생활을 한 후 귀국해, 현재는 신농백초 한의원에서 10명의 제자 한의사들과 함께 사암침법을 중심으로 한 진료 활동 및 무료 의료 봉사와 후학 양성을 하고 있다고 한다.
3. 저자 역시 한, 양방 진료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후배 한의사들을 질타하고 있다. "인체는 하나인데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느냐 양의학적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질병을 찾아내는 방법과 결과가 다르다. 이는 단순히 관점의 차이를 떠나 보다 깊고 오묘한 그 무엇이 개입된다. 환자를 진료 할 때 손으로 만지는 진맥과 복진(腹診)이전에 눈으로 환자의 자태와 용모, 안색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한 진단과정인데 요즘 (한)의사들은 만사를 제치고 먼저 컴퓨터에 엉겨붙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만이 진리요" 를 외치는 서양의학자들만큼 개탄스러운 모습이라고 한다.
4. 책의 처음 시작은 마치 후배 한의사들의 교육용 서적이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로 무겁게 나갔지만, 읽어 나갈수록 일상생활 중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몸 건강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펼쳐진다.
5.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뇌에 있을까? 심장에 있을까? 서양의학에선 마음이 생각과 함께 자리를 잡으니까 뇌에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을 받아 들이면(한의학적 관점이기도 하지만) 마음은 심장에 있다고 한다. 심장이 기억을 주관한다고 한다. 심(心)의 기능이 비정상적이면 사고, 판단, 기억 등 정신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을 양방에서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살해된 사람의 심장을 공여받은 소녀가 심장이식 수술 후 살해당하는 악몽을 계속 꾼다. 이를 심장의 기증자와 공여자의 기억이 공유되는 '셀룰러 메모리(Cellular memory)'증후군이라고 한다.
6. 날이 갑자기 더워지면서 찬물을 자주 찾게 된다. 나는 원래 찬 음식을 안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리 더워도 냉커피보다는 온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도 갈증이 나다보니 찬물을 자주 들이키게 되는데 속은 별로 안 편하다. 그런데, 저자가 권유하는 음양탕(동의보감에는 '생숙탕(生熟湯)'이라고 되어있다)을 마셔보니 속도 편하고, 훨씬 갈증이 덜하다.
7. 어떻게 좋다는 것인가를 저자의 표현을 빌려서 옮겨보면, 팔팔 끓인 물(여건상 정수기 온수물을 사용)반 컵에 차가운 물을 조금 부어서 바로 복용하길 권한다. 뜨거운 양의 기운인 물과 차가운 음의 성질이 만나서 상하순환(대류현상)이 될 때 마시면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토사곽란, 위장병의 명약으로 나와있다. 같은 이야기지만, 아래의 뜨거운 물 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위의 차가운 물기운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이 대류 현상이 인체의 상하순환이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1:1 비율까지 괜찮다고 하는데 그냥 원샷에 마실 만큼 너무 뜨겁지 않은 정도가 좋은 듯. 컵에 뜨거운 물을 먼저 받고 차가운 물을 넣은 후 흔들지 말고 그냥 마심).
8.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먹은 것들이 바로 나다. 음식을 약으로 삼고 약을 음식으로 삼아라!" 히포크라테스의 이 말은 단순히 질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한 인간을 대하며 사람의 생활방식과 습관을 고려해 '인체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키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9. 저자 역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동양의학적 관점에서 지적해주고 있다. 문제는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약이 되는 것인데, 본인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다. 사상의학을 제대로 공부한 한의사를 만나야 체질 또한 분명하게 알게 될텐데, 더러 진맥하는 의사에 따라 다른 체질을 지적해주니 이 또한 문제다.
10. 최근 광풍적인 인기를 끄는 '1일 1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 좋다고 체질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한 끼를 먹고 몇십 시간을 공복으로 보내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건강비법을 찾아 멀리 돌아다니거나 언론에 노출된 정보를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가 전혀 없다. 건강비법은 바로 내 몸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릇된 식욕과 식습관으로 부터 나를 보호하자!"
11. 요즘 건강에 대한 무수한 정보와 몰림 현상을 보면, 여러해 전 '새벽형 인간'의 분위기가 연상된다. 나는 다행히 그 쓰나미에 휩쓸리진 않았지만, 개인의 바이오리듬을 무시하고 때아닌 새벽에 일어나서 활동하다가 병을 얻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12. 저자는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챕터에선 '바쁜 사랑에 아픈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타이틀부터 관심을 끈다. 병이 나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더 먹인다?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한다? 아이들에겐 조깅이 좋은 운동이다? 뚱뚱한 아이에겐 오렌지 주스가 좋다? 성장기 아이에게 과일, 달걀, 우유는 필수식품이다? 등에 대해 일일히 답을 열거하기엔 무리이다. 반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답이다. 병이 나면 안 먹던 음식을 먹는 것이 낫고, 지나친 칭찬은 아이를 교만하게 만들고, 어린이에겐 조깅보다 고요한 잠이나 명상이 좋고, 뚱뚱한 아이에게 신 음식은 비만을 부르고, 성장기 아이에게 일률적으로 과일, 달걀, 우유를 먹이는 것보다는 체질에 따라 먹는 양이 달라져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에 수긍이 가는 면이 많다.
13. 한자로는 표기가 안 되었지만,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삼은 [내 몸을 살리는 역설 건강법]의 역설은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역설(逆設) 과 역설(力設). 언뜻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통념에 반(反)하는 듯 하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저자의 힘찬 주장과 논지가 담겨 있다. 다소 어려운 듯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