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사 지만지 고전선집 592
박은식 지음, 최혜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1. "지금 일본 사람들이 대한제국을 빼앗기 위해 전후 체결한 조약이 10여 가지나 되는데, 그 조약문을 읽어보면 대서특필할 내용이 아닌 것이 없다. 즉, '한국의 영토를 보존해 제3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황실의 존엄을 보존해 준다.', '한국과 일본의 우의와 동아의 평화를 오래도록 유지케한다.', '한국의 독립과 치안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은 통감부를 설치해서 정권을 빼앗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을 베트남처럼 만들었다. 심지어 한국이 일본에 합병할 때도 한국의 영토와 치안을 보전한다고까지 말했다."


2. 이 글은 이 책의 '서(序)'로 공자2465년(1915) 2월에 갱생(更生)이라는 사람이 쓴 글이다. 갱생은 강유위를 말한다. 중국 근대의 사상가, 정치가이다. 그는 서(序)말미에 '중국이 아직 희망이 있다고는 해도 분발하지 않으면 제2의 조선이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니 탄식할 뿐이다.'라고 했다. 갱생은 1927년 이 세상을 하직했는데, 그의 우려대로 1937년 7월 7일 일본의 침략으로 시작된 중일전쟁(지나사변)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3. 이 책 [한국통사(韓國痛史)]는 지은이 박은식이 중국으로 망명한 뒤 집필해 1915년 상해(上海)의 대동편역국에서 순한문으로 간행되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혀 국내로 반입이 금지되었다. 박은식이 '나라 잃은 미친 노예(太白狂奴)라는 필명을 가지고 쓴 이 책은 범례, 목차, 서(갱생), 서언, 삽화 그리고 본문, 결론, 후서, 발(한진,韓震)으로 구성되어 있다.


4. 책 제목이 한국통사(通史)가 아닌 통사(痛史)라는 것을 주목해야한다. 통할 '통'자가 아니라, 아플 통(痛)자다.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치스러운 역사이다.


5. 이 책에서 지은이가 비판하는 것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원군의 내정 계획을 가치 매길 수 있지만 그는 세계정세에 어두워 중흥의 기운을 막았다.

2) 민씨 정권이 자주적 근대화를 실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문호를 개방해, 우리나라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다.

3) 갑신정변은 여건 미숙으로 실패했고, 일제의 술책에 말려들어 타력(他力)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독립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4) 동학농민전쟁은 신분 해방을 실현한 개혁의 선구이나, '폭동'이라는 정치혁명으로서의 한계를 지녔다.

5) 명성황후 시해라는 일본의 만행과 아관파천 때 친러파에 대한 문제가 있다.


6. 일제의 한반도 강점 과정에 대해

1) 독립협회의 활동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그들은 조급한 행동으로 개혁에 실패했다.

2) 을사조약은 부당하게 강제로 체결되었다.

3) 열강들은 우리나라의 이권을 쟁탈하고 일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본의 한국 병합을 묵인했다.

4) 일진회 회원, 을사오적 등은 일본의 한국 병합을 도와 그 공으로 작위를 받은 친일 인사들이다.


7.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나라는 멸망 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망할 수 없다고 했다. 대개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정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큼은 남아 존재하고 있으니, 이것이 통사를 저술하는 까닭이다. 정신이 존속해 멸망하지 않으면 형체는 부활 할 때가 있을 것이다."


8. 동학 혁명이 일어 날 때 지은이는 서울에 있다가 나라에서 청국에 원병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당국자에게 "동학교도는 오합지졸에 불과해 관군들이 힘써 소탕하면 진정시킬 수 있을 텐데 어찌 중국에 원병을 청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구구하게 일어나는 내란을 스스로 진압하지 못하고, 외국에게 이런 위급에서 구해 달라고 하는 것은 국가의 치욕이 아닌가? 또한 갑신년(1884)의 천진조약에 명시된 바에 따라 만약 청국에서 파병하게 되면 일본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양국 군대를 불러들이게 되면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인데, 우리나라가 어찌 무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니, 그는 대답을 못했다. 결국 지은이의 말은 적중했다.


9. 책의 후반부는 일제의 만행에 대한 기록이다. 도둑 맞도록 문을 열어준 친일파 을사오적(乙巳五賊)은 외부대신 박제순, 학부대신 이완용,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매국노들. 아. 이 땅에 친일파들의 명(命)은 참 질기기도 하다. 해방 이후 그들이 권력의 변방에 자리잡은 시간은 고작 10년이란다.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다던가. 그 외엔 참 잘 나갔단 이야기다. 그간 잃어버리고 망가뜨린 아픔과 치욕의 우리 역사 시간이 얼마인데 그들은 아직도 기가 막히게 당당하다. 


10. 지은이 박은식은 192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제 2대 대통령에 추대되었으나 이듬해 11월  1일 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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