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1. 잠시 함께 근무했던 외과 의사가 있었다. 눈매도 성깔도 매우 날이 서 있는 사람이었다. 뒤늦게나마 아내 덕분에 교회를 나가면서부터 눈매가 좀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간혹 잘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다보면 경찰이나 형사가 아니냐는 이야길 듣기도 한단다. 그런데 이 사람 외과 수술 만큼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신속 정확하다. 환자중에 무속인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의사의 사주를 묻더란다. 쿨한 성격인지라. 대뜸 가르쳐줬더니 그 분 하시는 말씀. 선생님은 외과 의사 안 되셨으면 칼 휘두르다가 명이 짧아졌을 것이라는 이야길 하더란다. 


2. 사이코패스. 묻지마 살인, 연쇄살인범, 살인을 저지르고도 너무 태연한 사람. 우리에게 심어진 일반적인 이미지다. 위의 그 외과의사는 사이코패스였을까? 사회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 캐빈 더튼에 논거에 의하면 그는 사이코패스 맞다. 


3. 저자는 번뜩이는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 그리고 내재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이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를 보여 주면서 이런 이들을 '기능적 사이코패스(Functional Psychopaths)라고 따로 분류한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그는 다음과 같은 7가지 특징을 뽑아냈다.   1) 무자비함  2) 매력  3) 집중력  4) 강인한 정신  5) 겁 없음 6) 현실 직시  7) 실행력

..  몇 가지나 해당되나 카운트 해보는 그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4.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예를 들면서, 제일 먼저 그의 아버지를 의심의 여지없는 사이코패스였다고 소개한다. 그(저자의 아버지)는 매력적이고, 세상에 무서울 게 없고, 무자비했다(다만 폭력적이진 않았다). 누군가를 '죽인' 적은 없었지만, 몇 차례의 거래로 '죽여줄' 만큼 한 밑천 잡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은 주식거래인이었다.


5. 사이코패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저자 역시 이를 염려해 서문에서 미리 밝히고 지나간다. "이 책에서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속성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속성을 심리적 기술로 활용해서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물론 사이코패스의 행동을 미화할 의도는 전혀 없다. 특히나 파괴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칭송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건 과다한 햇빛 노출로 인해 생긴 피부암을 미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적절한 햇빛을 쬐면 까무잡잡한 멋진 피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사이코패스 성향도 소량만 활용할 경우에는 우리의 성격에 멋진 선탠을 하는 것과 같아서 놀랄 만한 혜택을 가져다 준다."


6. 여러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의 스터디에 의하면 인간의 공감대는 냉, 온이 있다. 즉, 뜨거운 공감과 차가운 공감이 있다. 사이코패스에겐 공통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냉혹하고도 면밀하게 계산적으로 관찰 할 수 있는 '차가운 공감'이 있다. 대신 '뜨거운 공감'은 부재중이다. '느낌'보다는 '이해'로 정의 될 수 있는,  개인적 동질화가 아닌 추상적이고 무신경한 차가운 공감 능력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이런 차가운 공감 능력은 선사시대의 사냥꾼과 뛰어난 독심술사가 공통적으로 지닌 기술이기도 하다. 


7. 조금 방향을 바꿔서 '성격장애'를 예로 들어본다. 망가진 성격이라고도 표현되는 성격장애를 함부로 입에 올려선 안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강력히 주장하면 할 수록 그대의 성격은 문제가 있다. 성격장애는 당신을 짜증 나게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신도 나를 짜증나게 한다. 성격장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성격장애는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이 속한 문화에서 수용되는 것과 전혀 다른 행동이나 내적인 경험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키워드는 '지속적'이란 단어다. 


8. 자, 그럼 직장내에서 사이코패스(아직은 비폭력적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기업 내 사이코패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조직심리학자 폴 바비악의 의견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사이코패스는 빠른 변화에 따른 상황에 아주 쉽게 대처합니다. 오히려 급변하는 상황을 즐기죠. 조직 내부의 혼란은 스릴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들이 원하는 자극을 제공하고, 남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사이코패스의 가학적인 행위를 감춰 주는 기회가 됩니다."


9. 소설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은 [인간의 굴레]에서 이렇게 썼다. "당신이 베푸는 모든 선행의 이면에는 쾌감이 자리하지.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에 행동을 하네. 그리고 만약 그 행동이 공교롭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면, 선행으로 간주되는 걸세 (....) 당신이 거지에게 2펜스를 적선하는 것도 개인적 쾌감 때문이고, 내가 똑같은 2펜스로 위스키를 한 잔 사먹는 것도 개인적 쾌감 때문이야. 이처럼 나는 당신보다 더 솔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개인적 쾌락을 추구하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지도, 당신의 존경을 요구하지도 않네."  문학속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10. 개인적 여담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70년 대 중반 군생활을 할 때 부대원 중에 심리학 전공자가 있었다. 대부분 그러하지만, 재학 중에 입대했다.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심리학과 졸업하면 먹고 살수나 있으려나? 복학하면서 전과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심리학 전공자들이 먹고 살만 해졌다고 한다. 세상 살이가 스트레스는 쌓이고, 피곤해지고, 더욱 복잡해지다 보니 심리학 전공자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이코패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더욱 공교해지고 있다고 한다. 참, 심리학 전공자인 부대원을 얼마 전 페북에서(이렇게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만났다.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제법 큰 인성교육센터를 운영하는 원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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