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두루마리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작자 미상, 정혜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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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 [여정의 두루마리]는 아스떼까(Azteca) 제국의 신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 서사 기록이다. 아스떼까 제국은 멕시코부터 벨리즈, 과테말라 및 온두라스를 포함하는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라고 불리는 고대 문명 지역에서 발전했던 원주민들의 마지막 나라였다.


2. "내일 아침 일찍 '물이 사라지는 곳'에 갈 거야. 거기는 우리들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살았던 곳이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부족이 이동하던 때를 이야기한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선인장 위에 독수리가 앉아 있는 곳'이다.


3. 그들의 여정 중에 하루는 빛나는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나타났다. 독수리는 아스떼까 사람들에게 활과 화살, 그리고 물을 주었다. "활과 화살은 전사의 표식이야. 적들을 물리치고, 또한 경작하고 고기를 잡아 땅의 주인이 되라는 거야. 그때부터 우리들은 아스떼까라는 이름을 버리고 멕시까로 불리게 되었어. 또한 이때부터 귀와 머리에 깃털을 달아 독수리가 상징인 우이칠로뽀츠뜰리의 사람임을 나타내게 되었어." 


4. 이 고문서는 1746년 보뚜르니가 수집한 목록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가로 25. 5cm, 세로 19.8cm 크기의 21장 반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이 병풍처럼 접혀서 전체 길이가 5.49cm 에 이른다. 재료는 원주민이 사용하던, 나무껍질을 으깨어 만든 아마테 종이에 석회를 칠한 것이다. 


5. 그림문자로 작성된 이 고문서는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 멕시코 원주민들의 그림 언어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자료로 남아있다. 신화적이면서도 역사적인 기록을 읽으며 아스떼까 부족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 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문서이다.


6.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한 사람이 죽었다. '불길한 해'를 보내기 위해 고요뜰의 가족들은 부엌의 단지, 솥 , 물 항아리, 돗자리 등을 모두 버렸다. 신들의 상, 모까헤떼, 메따떼 등 돌로 된 것들은 강에 버렸다. 남은 것들은 깨뜨렸다. 그리고 집 안의 모든 불을 껐다. 그 사이에 사제는 우이츠꼴 산에서 지난 해들을 묶고 부싯돌과 막대로 새로운 불을 지폈다. 새로운 불이 지펴지지 않으면 세상도 끝나고, 모두 죽는다.


7. 다행히 새로운 불이 켜졌다. 의례를 끝낸 후 각 집의 대표들에게 불을 나눠줬다. "아빠, 새 불을 받았어요. 신은 우리들에게 다시 52년을 허락하셨어요!"  불이 곧 생명이었다. 새로운 불이 켜질 때마다 52년씩 보너스로 받는다는 것 좋은 일이다.


8. "남자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걷는다고 생각한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다. 죽는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쳐들어와서 인간이 스스로를 지배하는 힘을 읽고 그를 사로잡는다는 것을 말한다. 죽은 자는 중요한 일을 하도록 의무가 부과되었다. 아스떼까 사람들은 죽는 이유에 따라 죽은 후에 가는 곳이 다르다고 믿었다.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듯 하다.


9. 이 책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아스떼까, 그들 자신의 역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그들을 정복한 유럽 열강이 본 고대국가 아스떼까의 모습만이 알려졌다. 신성한 절대군주가 지배하는, 화려하고 잔인하고 원시적이며 신비로운 나라였다. 왜곡된 역사의, 그것도 번영기의 극히 일부만이 소개된 것이다. 


10. 이 책은 우리에게 알려진 아스떼까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고문서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메소아메리카 고대 문명의 고문서 원문을 그대로 소개하는 첫 시도다.  제2, 제3의 번역을 통한 저자들의 글과는 다른 생생한 고대의 기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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