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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에서 만난 예수 - 그리스도교의 한반도 전래 역사
최상한 지음 / 돌베개 / 2012년 10월
평점 :
1. "이 책은 예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머리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아프다. 크리스쳔으로서 예수님이 이 땅에 지금 당장 오신다면 어찌 그 분의 얼굴을 뵙나 부끄럽다. 크리스쳔이 아닌 사람들이 요즘의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예수님 이야기가 아니라니 좀 안심이 되는 것은..예수님이야기나 그리스도교 이야기나 마찬가지지만 예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책을 여는 마음을 좀 가볍게 한다.
2. 지은이는 예수를 안 뒤부터 한국의 천주교와 개신교의 공식 설립년도인 1784년과 1885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인도에서 기원전 6세기에 시작된 불교가 기원후 4세기 말에 한반도에 전래되었다면, 1세기 중엽에 시작된 그리스도교 또한 고대 한반도에 유입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된다.
3. 이러한 사실을 여러 고문헌에서 확인하고, 한국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조선, 고려, 발해, 신라 순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전래를 살펴보았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통칭해서 '그리스도교'로 사용하고 있다.
4. "한반도에 민족 공동체가 뿌리를 내린 순간부터 종교는 우리 역사와 함께 흐르는 큰 물줄기였다. 한반도의 반만년 역사 속에 종교는 우리 민족과 함께 기쁨과 슬픔과 고난을 빚어내면서 성장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종교가 뿜어내는 힘으로 나라를 구했고, 나라가 일어설 때 종교가 지닌 사상으로 문명과 개혁을 일궈냈다."
5. 동방 그리스도교는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시리아, 터키, 중앙아시아, 중국, 몽골, 그리고 한국까지 전파되었다. 동방 그리스도교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은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한 명인 사도 토마스(도마)였다. 실크로드를 통해 토마스가 중국에 들어가기 약 250년 전 한나라 때부터 '천주(天主)'라는 말을 사용하는 하느님을 믿는 종교가 중국에 있었다고 한다.
6. 현재 조선 시대 이전의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고문헌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1592년부터 1871년까지 약 300년 동안 전래된 한국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집대성한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사료적 근거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참고자료는 다산 정약용의 [조선복음전래사]이다. 그러나 이 책 [조선복음전래사]는 단지 참고자료로만 존재하지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다.
7. 17세기 초부터 18세기 말가지 약 200년 동안 조선 지식인들과 민중들은 서학서를 통해 야소교(예수교)를 만났다. 서학서는 서학(西學)이라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서양 문물과 예수 신앙에 관한 책자를 말한다. 중국을 방문한 사신 일행이 가지고 오는 서학서가 조선 사회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8. 전남 해남군 대륜산 기슭에 자리한 대흥사에는 380여 년 동안 간직해온 서산대사의 진기한 유품이 있었다. 대흥사는 서산대사 휴정의 호국불교 전통이 서려 있는 사찰이다. 서산대사의 유품은 순금으로 만든 칠보 십자가였는데, 세로가 6cm 가로가 4cm 정도 되었다. 십자가에는 'INRI'라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었다. 이 글자는 '유대인의 왕 아사렛 예수'를 뜻한다.
9. 십자가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임진왜란때 승병장으로 나섰던 서산대사가 어떻게 이 십자가를 소유하게 되었을까? 아직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고 확실한 것은 서산대사가 직접 설명해주지 않는 한 그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간직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사실은 임진왜란을 통해 그리스도교가 일본에서 조선으로 유입되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10.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발해 땅이었던 지금의 연해주와 중국 대륙에서 발굴되는 유물들을 보면 발해에서 꽃핀 어울림의 신앙을 잘 보여 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역 100km 떨어진 곳에 우수리스크 시가 있다. 우수리스크 시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절터가 발굴되어 발해의 많은 유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 불교적인 여러 가지 장식물들과 함께 동방 그리스도교의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점토판이 발굴되었다.
11. 지은이는 한반도에 천주교와 개신교가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년도보다 훨씬 이전에 그리스도교가 들어왔음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왜 그런 시기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양측 다 교회의 성립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스도교가 성당이나 교회로 형상화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12. 천주교의 최소한의 교회 성립 조건은 사도적 계승에 따라 서품을 받은 주교와 믿음 안에서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들의 공동체를 들고 있다. 개신교의 교회 성립 조건도 천주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은 교회의 성립 조건이지 그리스도교의 기원 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의 교회는 외부적인 조건은 제대로 갖추려고 애쓰는지 몰라도 그 내면의 점수는 많이 못주겠다. 교회보다 진정한 '믿음의 유산'을 물려 줄 수 있는 그리스도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