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유시찬 신부의 인생공감
유시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니 같은 톤의 책을 연이어 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가 아닌 서 있는 위치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 봐야겠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몸을 위한 스펙을 쌓는 동안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은 얼마나 쌓으셨나요?  삶에서 자신만의 진정한 목적을 찾으셨나요?"


이 책의 지은이는 "삶의 길을 찾기 위해 내면 깊은 곳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유시찬 보나벤투라 신부는 종교로 인한 학문의 닫힘을 경계하고, 유학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넓은 사유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책의 서문에서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詩를 소개합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앚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가 꽃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 때, 아니 꽃자리로 만들었을 때 내 안에는 평안함이 가득찰 것입니다. '꽃자리'라는 것은 안주(安住)하는 자리가 아니지요. 그 자리에서 꽃향기를 내어 주위를 더욱 향기롭게 만드는 자리겠지요. 물론 그 자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겠지요.


지은이는 출세나 성공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을 안타까워 합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맑은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매일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하듯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음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멘토(mentor)'에 대해 다른 생각을 나타냅니다. 멘토의 역할이 단순히 나에게 실용적이고 기술적이며 현실 지향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멘토를 넘어선 인생의 등불 같은 참된 '스승'을 찾아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지은이는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과 그의 가르침을 따라 평생을 산 단 한명의 제자 황상과의 관계를 예로 듭니다. 황상은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한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주 독자층을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두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조곤조곤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젊은이 그룹에서 벗어난 세대에게도 필요한 조언들이 많이 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전진만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지혜로운 건축가는 여백을 먼저 그리고, 음악가는 쉼표의 기능과 역할을 두면서 작곡을 하듯이, 살아가며 멈춰 서서 내 자리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다시 앞을 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떠나라, 찾아라, 앉아라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째, 떠나라.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으로부터 떠나길 권유하고 있습니다. 향기 없는 조화 같은 삶에서 떠나 온갖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견딜 수 있는 향이 짙고, 아름다운 꽃 같은 삶을 추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몸이 떠날 여건이 아직 안되었다면 마음으로라도 우선 그래야겠지요. 아울러 지금까지 배워온 온갖 가치관과 인생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둘째, 접속하며 찾아라.

생명을 지니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생명의 그물망을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첫 걸음이지요. 떠남과 만남을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체험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며 끝없이 새로움과 접속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셋째, 앉아라

명상 수행을 위해 앉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우린 이미 너무 많은 일에 혼이 빠져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못합니다. 손이 바쁘던 눈이 바쁘던 발이 안보이게 움직이던 간에 가만히 있지 않아야 생명력이 있는 것으로만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지요. 앉아 있는 것.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참나를 찾는 시간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듭니다.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일대 혁명을 일으키기 전에 인도에서 구루를 찾아다니고 일본 선사의 영적 지도를 받으며 오랫동안 참선에 몰두해 왔다는 사실을 소개합니다. 지은이는 일상의 삶에서 깊게 앉아 있는 시간을 갖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럴 때 삶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내적 에너지를 길어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발상이 샘솟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마련된다고 합니다. 


구상 시인의 詩를 다시 생각합니다.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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