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근 교수의 수학 오디세이 1 -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편 이만근 교수의 수학 오디세이 1
이만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와 숫자를 생각해봅니다. 수(數)는 양(量)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이며, 숫자는 그것을 표현하는 기호입니다. 수(數)란 최초의 사람들이 그들의 손가락과 주변의 돌멩이를 이용해 하늘의 별을 세고 가축들을 세면서 차츰차츰 인식하게 된 '존재의 어떤 표지'이지요.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수학자일 것이다."  수학자들이 종종 이렇게 이야기한다 합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수학과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학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학문이지만, 우주의 운동 법칙과 삼라만상의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이 강한 학문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도 수학을 하고, 공학자도 수학을 하며, 생명과학자도 수학을 합니다. 수학으로 말할 수 없으면 자연과의 대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수학과 교수로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는 저자는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수학의 기원과 역사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 탄생과 시작을 같이한 수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문화 역사적 탐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 동안 세 번에 걸쳐 이뤄진 여행기입니다.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인류문명 속의 수수께끼를 수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수와 기하학'을 알아보기 위한 이집트의 여정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이어집니다. 


'죽은 후에는 저승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강에 이르게 되는데 그 강의 건너편이 저승입니다. 강을 건너려면 아켄이라는 사공이 젓는 나룻배에 올라타야 합니다. 이 배에는 '자신의 손가락의 숫자를 모르는 사람'은 탈 수가 없습니다. 뱃사공 앞에서 손가락을 세는 음조를 외워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숫자를 모르는 자, 영생을 얻지 못할지니" 입니다.


고대에는 숫자란 마법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는군요. 그래서 숫자를 세고 수학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자 권력의 표상이기도 했답니다. 피라미드에서도 높은 기하학 수준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0년 이상 세계 수학계를 주름잡았던 [원론]의 저자 유클리드가 소개됩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바뤼흐 스피노자는 [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이라는 저서에서 '유클리드식 수학적 방법론'을 동원해 신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수학은 물론이고 신학을 포함한 서구 지성계 대부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고고학자들과 수학자들이 동의하는 수학적 최초 기록은 '르봄보 뼈'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뼈에는 29개의 눈금이 새겨 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많은 기록(뼈나 돌이 새겨진 눈금)들에서도 28에서 30까지의 눈금이 새겨 있는 공통된 특징이 발견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현재 많은 학자들은 이 숫자가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곧, 여성의 생리주기와 달의 주기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의 이스라엘 여정에선 최초로 예수가 태어난 생일을 계산하려고 시도했던 디오니시우스라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도사를 생각합니다. 아울러 예수가 부활할 수학적 확률을 계산한 사람들도 있었군요. 1980년 이스라엘 인근 지역 탈피옷에서 아파크 공사 중 한 가족의 무덤을 발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예수의 두 번째 무덤이라는 것이지요. 논란 속에서 수학적 계산의 결과를 놓고 예수의 무덤이라는 발표가 나왔다고 합니다. 두 번째 무덤이라는 것은 예수의 부활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여전히 논란 속에 잠겨 있는 듯 하네요.


터키의 이스탄불에선 동로마시대에 좌표평면의 원점 역할을 했던 밀리언스톤을 보게 됩니다. 이스탄불은 거리의 단위 마일뿐만 아니라 각도와 시간의 단위를 정하고 세계로 전파시킨 중심도시라고 합니다. 도시 곳곳에 시계탑이 있고 한 궁전에는 시계박물관이 있는 것도 시간의 발명자인 이슬람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네요.


그리스는 '피타고라스의 원리'가 태어난 곳입니다.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 피타고라스는 '수의 원리'를 통해 우주의 비밀을 찾으러 평생을 바친 고대 수학자입니다. 그에게 수학과 철학은 한 몸뚱이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이런 말을 남긴 사람도 있습니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  그리스의 대철학자 플라톤입니다. 기원전 387년에 '아카데미아'를 세우면서 정문에 이렇게 새겼군요. 


세계의 저명한 수학자들이 4년에 한 번씩 모여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201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고 하는군요. 이 대회에선 4년마다 발표되는 필즈상(Fields Medal)이 있습니다. 필즈상의 수상자는 수학계에서 노벨상의 수상자와 같은 영예를 누립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2006년 국제 수학대회에선 세계언론이 주목을 하고 있던 일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이 펄즈상 수상식에 참석할 것인지의 여부 때문입니다.


100년 전, 프랑스 수학자 푸엥카레에 의해 제기 되었던 '3차원 구의 형태의 유일성'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답이라도 제시한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필즈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페렐만이 이 문제를 완전히 풀어낸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풀이를 그저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 올려놓기만 했습니다. 이 증명이 세상의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많은 수학자들이 검증에 참여했습니다. 마침내 세계수학자협회는 비록 공식적인 논문은 아니어도 그가 완벽하게 푸엥카레의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를 취재하려는 언론의 인터뷰도 모두 거절했습니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현제 패렐만은 직업도 없이 매우 가난한 상태로 그의 어머니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그저 수학 문제만 풀 뿐입니다. 세상이 자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에넌 아무런 흥미가 없어 보입니다.


필즈상은 부상으로 10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상금을 받으러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한 러시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0만 달러를 거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우주의 비밀에 관심이 있는 내가 어찌 100만 달러에 관심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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