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문학 - 흔들리는 직장인을 위한
이호건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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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인문학에 대해서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중 '존재의 모호성'을 뜬구름이라고 가정한다면, 세상 모든 뜬구름 속에 숨은 다채로운 이야기의 무지개를 찾아내는 힘. 그것이 인문학의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이 점에 공감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고달픕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아침이 놀이동산을 가듯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서 퇴근 무렵이면 다크 서클이 생겨서 다른 얼굴로 변모되어 집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자기 존재 감각'이라고 풀이됩니다. 자존감이 사라진다는 말은 나의 존재가 비누방울 터지듯 사라져 버린다고도 표현 할 수 있겠지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직장인들의 기(氣)를 살려주고 싶어합니다.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길 원합니다. 그 처방은 증상에 맞는 인문학입니다. 따라서 인문학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생각에 깊이를, 행동에 확신을, 말에 설득력을 더하는 인문학의 힘!".


인문학을 만난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직장인들이여 좀 덜 흔들리고 싶으면 책을 읽으시오! 라고 했다면 그 누가 관심이나 갖겠습니까? 저자는 각 챕터마다 직장인들이 흔히 접하는 상황을 펼쳐놓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갖게 될 꼭지글입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동,서양의 고전들을 소개합니다.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면 뭔가 길을 찾게 될 겁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이 저자를 만나보시오.  이 책을 읽어보시오. 하고 권유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도 삶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남이 만들어 놓은 규칙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사는데도 삶은 늘 힘겹고, 행복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이야깁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스스로 삶의 규칙을 만들어서 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 그 결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말은 쉬운 듯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지요. '내 삶의 규칙'이라, '내 삶의 주인'이라 '내 문제의 답'이라. 어디서 그 답을 찾아야 하는가.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이지요.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학문, 인간의 삶에 대한 학문입니다. 따라서 삶을 성찰하고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줍니다. 


반대 의견도 있겠지만, 직장생활에서 휘둘리는 것도 휘둘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휘둘리고, 흔들릴 만하기 때문에 흔들린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힘이 키워져 있지 않으면 쉽게 흔들리고 쉽게 깨지고 아주 쉽게 열을 받습니다. 급기야는 집어 던집니다. 사표를 집어던지든 물건을 집어 던지든 나 자신을 내동댕이치든 아뭏든 집어 던지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요.


책 내용 중에서 한 꼭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제목은 '과거에 실패했던 기억이 마음에 걸린다면'입니다. 사실 저도 이 타이틀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 들에 기억 중 '그 때 왜 그랬지? 바보같이..' 하는 마음이 꼭 샤워 할 때마다 떠올라서 혼자 궁시렁거리게 만듭니다. 이런 경우 저자의 의견은? 

"플라톤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서양 철학에서는 기억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진리라는 말의 뜻을 풀어봐도 알 수 있다. 진리를 나타내는 고대 그리스어 '알레테이아(aletheia)는 부정어인 'a'와 망각의 강을 뜻하는 'lethe'가 결합된 단어다. 진리란 망각의 강을 거슬러 가는 운동, 즉 기억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 능력을 중시했던 서양과는 달리 동양의 철학에서는 망각의 능력을 중시했다. 나가르주나의 '공'개념이나 장자의 '허(虛)'나 '망(忘)'의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장자의 '망'을 살펴보면 동양 철학에서는 기억보다는 오히려 망각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처방전에 '니체'의 [도덕의 계보]라 적습니다. 니체가 사유의 두 가지 상반된 능력, 즉 기억과 망각의 능력 중에서 망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서양 철학자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망각에 대한 니체의 사유가 동양의 불교나 장자의 사유와 공명하고 있는 점입니다. 니체는 창조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과거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망각의 능력이지요. 우리가 가진 의식의 구속 상태를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망각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요. 또 그렇게 쉽게 잊을 것 같으면, 저처럼 샤워할 때마다 기억의 서랍 이곳 저곳에서 튀어 나올 일이 없겠지요. 그렇다고 니체는 무조건 다 잊으라는 이야기는 안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이 현재를 향유하고 긍정하도록 돕는 데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하면, 과거의 기억은 제거 되어야겠지요. 그러니까, 지금 다시 어찌 해 볼 수 없는 좋지 않았던 선택이나 실수는 깨끗이 잊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뒤를 안 돌아보고 사는 것도 위험하지만, 너무 자주 뒤를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상황별 처방을 주고 있지만, 캡슐 형식의 단방입니다. 공정 과정을 거친 인삼 캡슐을 먹는 것 보다는 인삼 한 뿌리를 통째로 먹는 것이 내 몸에 더욱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요. 그러니까 책을 사던, 빌리던 간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인문약(人文藥)을 통해 내면의 힘이 커지고 마음의 근육이 키워지면,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문제 덩어리의 크기는 줄어들 것입니다. 나를 좀 덜 힘들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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