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녀사냥(魔女-, 프랑스어: Chasse aux sorcières)은 중세 말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및 북아메리카 일대에 행해졌던 마녀나 마법 행위에 대한 추궁과 재판에서부터 형벌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마녀사냥'을 '마녀재판'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 위키백과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의 논지를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나 마녀가 보이는 특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마녀를 만들어내는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녀 프레임(framing theory)'에서 사용하는 용어법을 응용했다고 한다. 프레임 이론은 특정 대상을 제시하는 방식이 우리가 취하는 선택을 어떻게 좌지우지하는지 설명해준다. 우리 선택이나 판단은 프레임에 따를 뿐 이성에 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레임이론은 이성적 선택 이론에 도전하는 새로운 관점이다.

 

여러 이유에서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는 역사학이나 문화 인류학, 여성학에서 중요한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지역과 시기를 구분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저자는 마녀사냥을 특정시기에 발생한 역사적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 정치적 문제를 해명 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중요한 요인은 '중세적 세계관'의 붕괴이다. 종교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에 갑작스럽게 균열이 발생한다. 요한 아우징아에 따르면 중세적 세계관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곧 질서였다. 모든 삶이 기독교라는 종교작 믿음을 축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 산업사회의 일꾼들은 더 이상 종교적 일상에 묶어 둘 수 없는 변화가 오게 된다.

 

그러나 '마법'이라는 단어만을 놓고 본다면, 마녀와 연결지어 사냥이나 처형까지 가게 된 것은 의문점이 많다. 마법이란 것이 꼭 위해적인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마법은 병을 고치거나 기후를 변하게 하는 요술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법은 유럽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마녀사냥 이전까지 마법은 과학적 인식에 기반을 둔 테크놀로지와 공존했다.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이지만, '마녀'라는 이미지가 종교세력에 반하는 존재로 부각된다. 그 결과는 마녀사냥이 가장 극심했을 때는 가톨릭교회가 가장 약했을 때였다. 이것은 권위 또는 권력에 공백이 발생했을 때 종교적 광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도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가톨릭에 의해 그 명예가 복권되었지만, 이 당시 상황은 거부할 수 없는 크나큰 힘이 지배적이었다. 종교적 신암심과 합리적 지식이 만났을 때 이 조합이 어떻게 순식간에 집단적 광기로 돌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어떻게 '마녀사냥'이 유행병처럼 퍼져 나갈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 공을 인쇄술의 발달로 들고 있다. 책이 출판되어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되는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하인리히 크라머의 [마녀의 해머]라는 책은 공식적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인준을 받고 제작을 하게 된다. 그 내용은 마녀를 색출하는 방법과 소추 방법 그리고 재판과 고문, 유죄 판정, 선고 방법까지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마녀사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고 수많은 여성이 마녀라는 명목으로 희생되었다. 그 후 중세 임상의학이 태동하면서 '마녀사냥'도 그 불길이 사그러질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마녀사냥은 한갖 중세때의 이야기거리로 남게 될 것인가? 개인적인 의견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하려고 눈이 빛나고 있다. 선한 의지가 공동체 안에서 생명을 얻는 것보다 그 반대에서 힘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어둠 속에서 불을 보듯 분명한 일이다. 저자는 '마녀'이야기를 역사상의 문헌과 자료를 통해 소상하게 소개해주고 있지만, 마녀가 만들어지는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와 대중들이 그 흐름에 아무 생각없이 동참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만 한다. 그 사유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현재를 벗어 날 수 있는 출구를 내면에서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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