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거웠던 날들 꿈꾸는돌 5
리타 윌리엄스 가르시아 지음, 곽명단 옮김 / 돌베개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좀 특이한 소재의 소설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입니다. 아이들의 시각을 통한 어른들의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마음 움직임을 스케치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름이 시실이니까, 그렇게 부르면 돼. 남들이 누구냐고 물으며, 그때만 ‘우리 어머니’라고 말해.”


...어머니란 사실 관계를 밝히는 말이다. 시실 존슨은 우리를 낳았고, 우리는 시실 존슨에게서 나왔다. 그러니까 동물 세계로 치면 시실 존슨은 우리 어머니다. 이 지구에 사는 포유류라면 누구나 어머니는 있게 마련이다. 죽었든 살았든, 도망쳤든 제자리에 있든. 시실 존슨은, 새끼를 낳은 포유류이자 살아 있으면서 새끼를 버린, 우리 어머니이다. 사실 관계를 따지자면 그렇다.


7년 전 어린 딸들을 남겨놓고 가출을 단행한 엄마를 만나러 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심각한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말과 행동, 생각은 자유롭습니다. 여유롭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만큼 앞서가지 않습니다. 가야할 줄도 알고, 멈출 줄도 압니다. 성숙해 보이는 어른들이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지요.


도대체 세 자매의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을 그렇게 팽개치고 멀리 가버렸을까요. 남편과 시어머니한테는 '미친O'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집을 박차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글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입니다. 

흑표당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님 흑표범당은요?

Black Panther Party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흑인의 강인함과 존엄을 표현하기에는 검은 표범이 가장 알맞다"는 주장 아래 조직된 흑인 무장 조직입니다. 이들은 블랙 파워를 지원하며 동시에 흑인들의 자기방어를 주장하였습니다.


극좌익파에 속하는 이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했으며, 당시의 블랙 파워 운동과 미국 정치에 참여하여 유명해졌지요. 흑표당의 창립자는 바비 실과 휴이 뉴튼으로, 1966년 10월 15일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에서 경찰 폭력으로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지키겠다는 기치로 흑표당을 세웠습니다. 당의 지도부 중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친화적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제 이념적 구성은 다양했다고 합니다. 1968년에는 뉴욕,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어크,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시애틀 등 미국 전역의 도시들로 번져나갔습니다.


아이들을 만난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녀들의 엄마는?  

“공항에서 맞닥뜨린 우리 어머니라는 존재. 큼지막한 선글라스에, 머리에 친친 둘러맨 스카프에, 아빠가 정장 입을 때 쓰는 것과 비슷한 커다란 모자까지 비스듬히 눌러 썼다. 게다가 남자 바지를 입고 있었다. (....) 차림새로 보면 시실은 여느 어머니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비밀 첩자에 가까웠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7년 만에 엄마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들뜬 어린 세 자매의 눈에 비친 엄마의 존재는 놀람, 기이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난 엄마는 무심하다 못해 한심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흑표당 활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군요. 엄마를 만난 아이들의 첫 식사는 패스트 푸드로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식사는 흑표당의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과가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바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흑표범당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른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 이야기를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무거운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각과 언어로 미소를 지어가며 읽을 수 있게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이 책 저자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저자는 흑표범당이 캠프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했던 그 당시. 꼭 필요한 변화를 목격했고 그 변화의 일익을 맡았던 그때 그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던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위로와 이해와 보다 깊은 사람의 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앞서간 이들의 희생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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