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
오태호 외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머셋 모옴은 비평가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훌륭해야 한다." 비평보다도 인간이 훌륭해야 한다는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말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님은 서머셋 모옴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계십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면 그냥 사라져라, 없어지라는 그런 뜻이 아닌가 싶어."  한편 모옴은 작가에 대해선 또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작가가 아무리 훌륭한 글을 써도 그 책의 생명은 3개월 밖에 없다." 시장에 도는 기간은 고작 3개월이라는 이야기지요. 돈 때문에 쓴 것도 아니고, 인기 때문에 쓴 것도 아닌 오직 자기 만족뿐이라는 참으로 냉정하지만 준엄한 말만 남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혀지는 스테디셀러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문학이 점점 고립되는 상황. 그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태평양의 어느 섬나라가 점점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사람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학작품, 대한민국의 문인들이 출간하는 문학작품들을 구입해서 읽어주는 것이 그분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됩니다.

 

 

문학의 마을에는 3그룹의 주민이 거주합니다. 문학에 뜻을 두고 작품을 잉태하는 작가 그룹이 있고, 그 작품들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애정을 갖고자 노력하는 독자 그룹이 있고, 작가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애쓰고 노력하는 비평가 또는 평론가 그룹이 있습니다.

 

 

단지 문학 뿐아니라 각 예술 분야에는 평론가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영화 등 각 평론가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그들의 시각으로 본인들의 견해를 깊이 있게 전하고자 합니다. 문학에만 국한시켜 이야기 하다면 문학 평론가들은 과연 문학에서 어떤 기능을 맡고 있을까요? 우스개소리지만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 평론가 대열에 들어선다나요? 물론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까 혹시 문학평론에 몸을 담고 계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고 상처 받지 마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 말은 오래 전 어느 평론가(하도 오래 되어서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의 인터뷰에서 그 역시 웃으며 한 말이기도 합니다.

 

 

"2012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는 동시대 젊은 비평의 기능과 역할을 고무하기 위해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다고 합니다. 2000년부터 출발한 이 상은 2012년 현재 13회째를 맞이했다고 하네요. 2011년 한 해 동안 발표된 평론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수록한 책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평론들은 우리 문학을 이끌었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수상자인 오태호는 신달자, 최동호, 유안진, 임보의 시집론을 '고요한 정신의 깊이들'이라는 제목으로 평론합니다.

 

"2000년대를 횡단하며 가장 주목받았던 미래파 논쟁 너머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작업을 진행한 고요한 정신들이 있다. 그 정신들은 물리적 시간들을 집적하면서 더 두터워진 식물의 나이테를 닮아 있다. 그러므로 '오래된 미래'로서의 진정한 미래파는 환갑을 넘어 자신의 서정 세계를 새로이 누적적 사유로 채워 가고 있는 원로 시인들의 차지일지도 모른다. 과거에서 미래를 견인하는 '오래된 미래'로서의 '미래파'는 그렇게 새로운 낡음으로 자신의 토양을 살찌운다."

 

그렇다면 노년에 이른 시인들의 영혼은 어떻게 고양되는가? 오태호는 그들이 살아 낸 시간이 고양의 밑거름으로 작동하여 정신의 높이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단단해진 그 정신의 표정은 신달자의 '종이'로, 최동호의 '명검'으로, 유안진의 '역설'로, 임보의 '사랑'으로변주된다고 합니다.

 

오태호 외에도 강동호, 고봉준, 백지연, 오창은, 이경재, 이찬, 장성규, 조강석, 조연정 등의 젊은 평론가들의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평론이 실려 있습니다. 책 말미에는 2012년 '젊은평론가상' 수상자와 후보자가 2011년 의 최고작 한 편 씩을 선정, 짧은 서평을 붙여 놓았군요. 이 해가 저물기 전에 이 중 단 몇 권이라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와 제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정한아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  (문학동네, 2011)

- 정한용 시집 "유령들"  (민음사, 2011)

- 공선옥 장편소설 "꽃 같은 시절"  (창비, 2011)

- 김미월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창비, 2011)

- 김애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창비, 2011)

- 정용준 소설집   "가나"  (문학과지성사, 2011)

- 허수경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문학동네, 2011)

- 염승숙 단편집  "노웨어맨"   (문학과지성사, 2011)

-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지성사, 2011)

- 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20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