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경제학 - 경제학자들도 모르는 부동산의 비밀
전강수 지음 / 돌베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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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와 관련된 문학작품은 국내에도 여럿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이다.

 

존 스타인벡의 나이 37세 때 출판된 〈분노의 포도〉는 그의 열한 번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 속에 나오는 죠드 가족의 이주과정은 작가가 실제로 동행한 길이다. 그는 철저한 현장체험으로 이 글을 집필했던 것이다.

〈분노의 포도〉가 발표된 1930년대는 1928년의 경제공황의 뒤를 이어서 세계적으로 대불황이었던 시기이다. 이러한 시대상황 때문에 정치가뿐 아니라 문학자, 일반 대중도 당연히 경제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농촌의 생활상은 심각했다. 오클라호마의 땅을 빼앗기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해온 25만의 빈농들의 문제는 커다란 사회문제였던 것이다. 당시 그들은 더러운 오우키들이라고 멸시를 당하고 있었으며, 온 식구가 나가서 해가 저물도록 쉬지 않고 일을 해도 겨우 한 끼를 먹기 힘들 정도였고 그나마 그런 일자리라도 걸리면 다행이었다. 이렇게 시달리는 오우키들의 굶주림은 차차 분노로 변했고 캘리포니아의 벌판에 포도는 주렁주렁 열매를 맺었건만 이주농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고 분노만 무르익더라는 이야기다.

 

분노의 포도는 여전히 열리고 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은행잔고는 두 번째다. 부동산 소유의 많고 적음이 부의 판단이다. 부동산도 강남땅이냐 빌딩이냐 저 산간벽지의 임야냐에 따라 달라진다. 많이 가진 자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내 삶이 더 팍팍해진다. 비교하는 것은 싫다. 단지 그들이 페어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이 맘에 안 든다. 비중 있는 공직자 청문회 때 단골메뉴는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이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땅’이다. 그 땅도 보통 땅이 아니다. 귀하신 ‘몸 땅’이다. 곧 개발 될 예정지(일반에겐 공표가 안 된)는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본인 이름으로 매입하면 티가 나니까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줘서 사거나 정보 제공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이런 문제가 문제인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무지함과 어긋난 욕심에 의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자’와 ‘가격규제만능주의자’들이 그들이다. 이 두 부류 모두 몹시 맘에 안 든다. 한 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한 쪽 면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음이 훤히 보인다.

 

“지식인들의 무관심과 침묵은 사회가 내부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징후인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보이고 있으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이 책을 통해 ‘헨리 조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헨리 조지라는 걸출한 경제학자는 고전학파의 토지이론을 완성했다. 헨리 조지는 당시 영미권에서는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에 버금가는 영향력이 있었다. 그러나 헨리 조지의 엄청난 영향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막강 지주세력이 당시 엘리트로 꼽히던 경제학자들을 고용해서 헨리 조지 경제학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전개했다. 고매한 학자마저도 해결사로 움직이게 하는 돈의 위력이다. 미국에서 헨리 조지의 휴매니티 정신이 가득한 토지이론을 뒤집어엎고 일어선 것이 신고전학파이다. 이들은 주류경제학에서 토지를 빼버리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그 기세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를 위한 일등공신이다.

 

 

“토지의 천부성(토지는 창조주가 인류에게 공짜로 준 것이다)과 공급고정성(토지의 공급은 일정하다)은 인류가 토지를 어떻게 다루어야 좋을지 가르쳐준다. 토지는 일반 재화나 자본처럼 개인에게 절대적.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해줄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옳다.”

 

토지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토지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단지 시간이 문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토지의 가격이 전체 경제에 막강한 힘을 휘두른다는 점에 있다.

“토지 소유와 토지 가치는 소득과 자산의 분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토지와 부동산 가격의 변화는 소비, 투자, 금리, 임금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준다. 토지를 이용목적이 아니라 투기목적으로 보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것은 토지 이용 양태와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들어서는 정부마다 돌려막기식의 단기성 대책 말고 장기적으로 상생의 묘안이 없을까? 저자는 이런 의견을 제안한다.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토지의 사용권을 민간에게 부여하되 사용료를 공적으로 징수하면 된다. 토지의 수익권을 공공이 갖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가의 문제나 토지 불로소득 같은 문제들은 바로 사라진다. 토지 매매시장은 극도로 위축되거나 소멸하겠지만, 토지 임대시장이 남아서 작동하기 때문에 가격을 매개로 하는 토지의 효율적 배분은 아무런 문제없이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되고, 토지 사용자는 그때그때 사용료를 납부해야 하므로 토지를 최선의 용도로 사용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토지가치공유제(토지가치세제와 토지공공임대제)는 토지의 사용권을 민간에게 부여하되 사용료를 공적으로 징수하는 것을 가능케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이런 제도야말로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시장친화적인 토지제도가 아닌가?”

 

이 땅에 회복되어야만 할 정의 중에 토지정의가 우선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소위 좋은 땅, 괜찮은 땅은 모두 죽은 땅이다. 거대한 건물과 고층 아파트에 짓눌려있다. 코르타르로 빈틈없이 메워져있다. 도회지 땅의 소유자는 땅이 돈으로 보인다. 그러니 들풀이 자라는 것조차도 용납 못한다. 땅은 이렇게 절규한다.

 

“나 숨 좀 쉬게 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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