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성격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오토 바이닝거 지음, 임우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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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과 성격(性格). 사실 이 주제는 예민한 부분이다.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성(性)은 대체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나, 성격(性格)은 보다 복잡해진다. 외국사정은 어떠한지 모르지만 국내에서 부부간의 이혼 사유 중 1순위가 성격차이라고 한다. 웬수하고 사느니 혼자 맘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니까 ‘성격차이’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성격차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아마도 성(性)의 격차(格差)라고 표현이 되지 않을까?

즉, 성의 격(格)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외국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性)의 격(格)이 달라서 같이 못살겠다는 의식은 우리보다 더 할 것이다.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책이 제법 두텁다. 850쪽이나 된다. 읽느라고 머리 좀 아팠다. 그러나 쓰는 머리 역시 힘들었겠다. 저자의 초판 서문의 일부를 옮겨본다.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비춰보려는 시도다. 이 책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특징적인 성격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거나 지금까지의 학문적 실험결과들을 종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남성과 여성의 대립적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원칙(Prinzip)에 따라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이런 종류의 다른 책들과 구분된다. 이 책은 이곳저곳에서 한가하게 머무르지 않고 마지막 목적지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관찰에 관찰을 쌓아가지 않으면서, 남성과 여성의 정신적 차이점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적용된다. 비록 이 책이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피상적인 것을 계속 출발점으로 삼겠지만, 그것은 단지 모든 구체적인 개별 경험들을 해석하기 위해서 일 뿐이다. 이 책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귀납적 형이상학’이 아니라 ‘단계적인 심리학적 심화’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진다. 1부는 준비부분으로 성적 다양성에 대해 6장으로 이어진다. 생물학적이자 심리학적인 부분이다. 2부는 성적 유형들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14장이다. 심리학적이자 철학적인 부분이다.

 

“모든 남성적 특징들은 비록 약하게 발달했어도 어쨌든 여성에게서 증명해 낼 수 있다. 여성 특유의 성격들도 비록 남성으로 형성되면서 발달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고는 해도 남성에게 어떤 식으로든 모두 존재한다.”

여성 같은 남성, 남성 같은 여성에 대한 설명이 되고 있다. 어느 여행 잡지에선가 유럽 여행 중 턱수염을 기른 여성을 본 적이 있단다. 남성에게 여성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거나, 그 반대일 경우에 트랜스 젠더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럼 성격은 어떤가? 저자는 “인간은 모두 생긴 대로 행동한다.”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 입장에 서고 싶다. 즉, “인간은 행동한대로 생긴다.”로 바꿔보고 싶다. 각각의 생각과 각각의 감정 속에 드러나는 이미지가 그 사람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생긴 대로 행동한다는 말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 생김의 양상(물론 내면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남이지만)은 변한다.

범죄자의 얼굴에서 평안함과 인자함을 바라보기 힘들듯이 그 마음에 담겨진 것과 주변 환경이 그 사람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 사람이란 곧,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생각은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각 세포에 그 개인의 특성이 모두 숨겨져 있듯이, 한 인간의 심리적 충동에는 몇 가지 성격적 특징들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존재 전체가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 한 요소가 이런 특성으로 나타날 뿐이고, 다른 요소는 다른 특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저자는 성격학이 심리학과 결합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성격학이 역사적으로 자아의 개념과 운명적으로 연결할 아무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느낌과 감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뉘앙스 차이일까? 경험에 바탕을 둔 심리학에서 느낌과 감정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느낌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온다. 반면에 감정은 내부로부터 우러난다.

 

“사랑할 때 남자는 언제나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다. 이것은 자아 중심적 태도도 아니고, 모든 약점과 비열함, 중요하거나 사소한 것에 시달리는 존재인 그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는 모습, 그렇게 되어야 하는 모습,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심오한 지적 존재, 너덜너덜한 일상과 지상의 흙덩어리에서 모두 벗어난 모습이다. 이런 존재는 시간적 작용으로 감각적인 제한과 섞여서 더 이상 순수하게 빛을 발산하는 원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그는 자신과 분리 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가진 이상적인 존재를 다른 존재에게 투영하게 된다. 그 말은 그가 그 존재를 사랑한다는 의미가 된다.”

 

“인간은 사랑을 할 때 비로소 어떤 식으로든 온전한 그 자신이 된다.”

 

저자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원칙들을 형이상학적 이념이 아니라 이론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단순히 생리학적이고 성적인 차이를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해서, 마치 생리적 활동이 나누어진 것처럼 상이한 기능들이 상이한 존재에 배분되어 있다는 견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에 또한 공감한다. 그러나 2부 13장 유대주의에 대한 챕터는 왠지 불편하다.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놀랠 분들이 있겠다. 나는 놀랬다. 저자 오토 바이닝거는 1880년 빈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03년 23세의 나이로 자살한 오스트리아 철학자다. 그러니까 이 논문은 불과 20대 초반에 쓴 것이다. 28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우리의 천재 李箱은 오토 바이닝거에 비하면 형님뻘이다. 바이닝거는 이 책 외에도 엄청난 이론을 쏟아놓고 너무 젊은 나이에 자살함으로써 신화가 되었고,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특히 철학, 심리학, 상담학, 발달학, 인지학 등의 전공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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