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제정신 -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허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서로 사랑하고 있다 생각하는 두 연인의 대화를 들어볼까요? “자기, 가끔 내 생각해?”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해” “자기는?”.....“응, 난 가끔 딴 생각해..” “...........”. 게임은 끝났습니다. 상대방을 가끔 생각한다는 말은, 줄곧 당신 생각만 하다 가끔 딴 생각을 한다는 고백에 명함도 못 내밀 판입니다.

 

자, 그럼 이 이야긴 어떨까요? “당신은 가끔 제정신이고, 거의 대부분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면 말입니다. 인정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어떠냐고 먼저 묻겠지요? 그건 당신의 심한 착각이라고 이야기하겠지요? 당신을 바라보듯 남도 그렇게 봐도 되는 거냐 하겠지요? 사실 나도 그랬습니다. 뭐야? 착각엔 당신(저자)이나 빠지지. 물귀신처럼 왜 모두 끌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겁니까? 요즘도 이런 말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땐..지금 생각하면 좀 썰렁하지만 이런 말이 유행어였지요. “착각은 자유, 망상은 해수욕장.”

 

저자인 심리학자 허태균 교수는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라고 묻습니다. 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도 이 책에 대한 반응을 의식하고 독자들에게 솔직히 고백합니다. “나도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믿기에 이 책을 씁니다.” 이 책이 저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고마운 독자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 것이라는 ‘진실’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책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착각 할 수 있다는 진실만 인정한다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방어적으로 타인을 미워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선 공감이 갑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착각의 세계를 들어가 볼까요?

 

나는 평균이상이라는 착각.

아직은 쓸 만하다는 착각.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

나는 착하다는 착각.

그 사람과 친하다는 착각.

우리는 하나라는 착각.

나만 그렇다는 혹은 나는 아니라는 착각.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착각.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

나는 운이 좋다는 착각.

나는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

 

아마도 이 ‘착각 종합선물세트’에서 3개미만으로 체크 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듯합니다. 저자는 우리 인간의 착각의 역사를 지동설과 천동설에서부터 합격엿, TV나 영화의 사극 배역, 독도문제 등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심리학 용어 중 ‘순진한 사실주의(naive realism)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은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착각하거나 편향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착각에 빠지거나 편향될 확률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심리학 실험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다양한 착각에 빠질 확률이나, 말이 안 되는 주장에 휘둘릴 확률이나, 합리적인 논리보다 감정에 휘둘릴 확률이 타인보다 낮다고 일관되게 믿고 있습니다. 이런 착각은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더 옳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게 신중하게 고민까지 해서 판단한 결론이니 자신의 착각에 대한 확신만 커지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위의 착각 시리즈 중 세 번째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가족, 부모, 형제, 자매, 부부 등 나하고 한 지붕 밑에 사는, 아님 좀 떨어져있어도 어쨌든 가족이라는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내가 그 사람들 잘 알고 있는 것 맞습니까?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 ‘잘 알고 있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니까, 철이 좀 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나보다도 더 다른 사람들(친구, 동창, 직장 동료 등)이 내 가족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느낀 적이 종종 있습니다. 왜 그럴까? 혼자서 깊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있는 그대로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내 딸은 ‘이래야해, 이랬으면 좋겠어!’. ‘내 아내는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바램 내지는 욕심이 깔려 있다보니 제대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볼 수 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착각에 젖어 산다 해서 너무 낙심해할 필요는 없을 것도 같습니다. 사회심리학자 테일러와 브라운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정확하게 지각하면서 비현실적 낙관성을 보여주지 않는 집단, 이른바 착각을 덜 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바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우울증에 걸려 착각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착각하지 않아서 우울해지는 것인지, 그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둘 다 말이 된다고 합니다만, 글쎄요? 그렇다면,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야긴지, 정신이 건강해서 착각에 빠져 산다는 것인지? 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은 절대 착각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저자는 이렇게 부르고 싶답니다…… 거의 가망이 없는 ‘착각의 말기 상태’라고.. 주변 사람들은 대단히 힘들겠다고 염려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인생은 더욱 더 힘들겠다고..

 

물론 모든 착각이 전부 휴지통에 담을 것은 아니지요. 건강한 착각이 있습니다. 남들에게 결코 민폐를 끼치지 않는 착각들. 내 새끼가 제일 예쁘고, 귀엽고, 똑똑하다는 착각. 내 연인, 아내가 이 세상에 제일 예쁘다는 착각 등은 모두 아름다운 착각이지요. 내가 제일이고, 내가 무엇을 하다가 실수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내가 그러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고, 남이 그러면 ‘그럴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진정한 착각이지요.

 

이 책은 일상의 삶에서 착각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들여다보게 해주며, 좀 불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계기를 또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으로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착각 한다고 하네요. 저는 이 리뷰를 쓰면서 더욱 더 파워 블로거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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