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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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하늘엔 별들도 많고 이 세상엔 읽어야 할 책도 많다.


장정일의 8권 째 독서일기이다. 저자의 원래 포부는 60세가 될 때까지 20여권이 넘는 『독서일기』를 내는 것이었고, 그때까지 같은 제목을 유지하려했었는데, 책도 많이 못 내고 책 제목마저 바꿔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한다.


“책제목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나의 독서 버릇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책을 읽는 도중에 빌려 읽기가 너무 아까운 좋은 책이나, 다 읽고나서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을 뒤늦게 산다.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책 가운데는 읽고 나서 버려지는 것들도 많다. 책을 읽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듯 버리는 일도 그럴 것인데, 내가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외출을 할 때 버릴 책을 미리 준비했다가 아무 공중전화박스의 전화기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 요즘 공중전화박스는 휴대폰 통화자가 잠시 소음을 피해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들르는 공간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리라.


“이번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사이로 난 길이다.”


참 희한타. 저자가 책에 올린 독후감은 내가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책들이 많다. 이런 책도 있었나 싶다. 그래서 더욱 책 읽기가 흥미롭다. 소위 베스트셀러 서적하곤 거의 담을 쌓았다. 참 재주도 좋다. 어지간히 읽히지 않을 책들만 튀어나온다.

책 제목만 적어본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암베드카르’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재스퍼존스가 문제다’ ‘불쏘시개’ ‘돈가스의 탄생’ ‘꿈의 노벨레’ ‘장미와 씨날코’ ‘폭주노인’ ‘또라이 제로조직’ ‘게공선’ ‘황천의 개’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단두대에 대한 성찰’ 등등.


글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있다.

책의 마지막 글이 그렇다. 「사라지지 않을 ‘책 문화’를 위하여 / ‘나쁜 책’을 권해도 무방한 계절은 없다.」이다.

“여름철을 맞아 국립중앙도서관이 일반인들을 위해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을 선정, 발표했다. 그런데 그 목록을 보는 순간, 방안의 온도가 급상승했다.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했다는 ’좋은 책‘의 면면을 살펴보니, 도무지 내가 읽고 싶거나 지인에게 권할 만한 책보다, 외면하거나 말리고 싶은 책이 대부분이다. (....)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 에 붙은 댓글은, 몇 년 전에 국방부가 23권의 금서를 선정했을 때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댓글과 천양지차다. (......) 국방부 덕분에 급기야 해당 도서들의 판매량이 모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 가운데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 2007)은 기사가 나온 다음 날, 판매부수가 전일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니, 만성적인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계는 국방부의 ‘뻘짓’으로 그야말로 뜻하지 않은 특수를 맞았다. 이 무슨 무도(武道)의 시대란 말인가? 무반(武班)이 읽지 말라고 선정한 금서가 문반(文班)이 추천한 책보다 훨씬 낫다면, 앞으로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은 ‘좋은 책’선정을 매번 국방부에 위탁하는게 좋겠다. (.......)

국립중앙도서관에 변명을 해보라면, ‘여름휴가에 맞는 부담 없는 책’이 선정기준이었다는 해명을 할 것이다. 일면 이해가 되나, 그 기준으로도 수준은 있어야했다. 여름휴가에 맞추어 이런 일을 하려는 사서들이 잊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다. 매년 우리가 맞게 되는 여름은, 인생의 덤이 아니다. 여름에도 우리는 먹고, 사랑하고, 싸움하고, 죽는다. 여름이라고 불량식품을 가리지 않고, 헤프게 사랑하고, 건성으로 싸우고, 개죽음을 환영할 사람은 없다. 여름에도 생은 지속된다. 다시 말해 쓰레기 같은 책을 권해도 무방한 계절이란 없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관공서나 공무원들이 명예훼손으로 시민을 고소하는 사태가 미친 개 식은 밥 삼키는 듯하다. 그러니 ‘정권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거나 비판적인 책은 하나도 없다’나 ‘청와대 눈치보며 골랐네’라고 쓴 누리꾼들은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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