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 / IVP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인 카리스마, 정신적인 총명함, 정서적인 힘, 조직적인 능력 등과 같은 천부적인 재능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어떤 때에는 그것이 영적인 생명력과 깊이로 오인될 수도 있다. 애석하게도 오늘날 기독교 문화는 영적인 깊이를 가진 사람과 재능이 많은 사람을 쉽게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밀과 가라지처럼 그 둘은 구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이들이 실은 난쟁이에게 조종당하고 있으면서도 영적인 거인에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인 ‘내면세계’와 ‘영적성장’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본다. ‘내면세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적성장’은 왜 필요한가? 
 

저자는 목회와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목회자다. 이 책이 태동하게 된 계기 또는 발아 상태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할아버지 때부터 목사 집안에서 성장한 저자는 통속적인 표현을 빌리면 ‘한창 잘나가는 목회자’였다. 상당한 규모의 교회에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사역을 하던 어느 날, 연달아 닥치는 일을 처리하느라 그 일에 대한 우선순위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던 저자는 30세가 되던 해 어느 토요일,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벽에 부딪힌다는 표현도 좀 진부할 정도로 아주 절박한 상황을 겪게 된다. 그것은 그의 내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서 배터리 표시기가 깜빡이며 비어있는 공간으로 처리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 날 아침에 일어난 일을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내 내면세계는 마치 홍수로 완전히 침수된 지하실과 같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가공하지 않은 감정이자 그 이면에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침수된 지하실처럼 그 물을 퍼내야만 했다. 그것이 눈물바다를 이룬 것이었다.”

이 책의 초판을 읽은 독자들이 저자에게 다가와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삶의 질서를 잡을 수 있으니 참 좋겠군요.” 하고 말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 때 저자는 이렇게 답을 하곤 했다. “그 책은 천성적으로 질서정연한 사람이 쓴 책이 아닙니다. 그 책은 자신이 어떤 인물이라도 되려면 삶을 제대로 정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천성적으로 무질서한 사람이 쓴 것입니다.”  대부분은 저자의 이런 말을 듣고 격려를 받는다고 한다.

“그 무엇보다도 너는 네 마음을 지켜라.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잠 4:23)

성경의 기자들은 무엇보다 우리들의 내면세계를 잘 가꾸고 유지하는 일이 최우선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은 우리를 내면세계로부터 외부세계를 지향할 때 가장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이것을 ‘내면으로부터 외부로 향하는 접근’(inside-out approach)이라 부른다.

예수님이 12제자를 불러 세우실 때 예수님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제자들을 선택하셨을까? 하고 저자는 자문해본다. 그리고 그가 내린 답은 '쫓겨 다니는 경향'(drivenness)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쫓겨 다니는 사람들의 특징은 우선 목적의식이 이기적이다. 최선의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의식이 강하다. 쉽게 동요된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도 잘 모른다. 그들의 목적은 언제 예수님을 따라 나서겠다거나 그런 관계를 통해 무엇을 얻기 원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나에겐 그런 면이 없는가? 우리에겐 그런 모습이 안 보이는가? 생각하게 된다.

‘쫓겨 다니는 사람들’은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영적 훈련가 찰스 카우먼의 저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해본다.
19세기 한 탐험가가 아프리카의 오지를 탐험하기 위해 일단의 아프리카 원주민을 고용했다.  처음 사흘 동안은 예상 밖의 속도로 빨리 진행되어 원래 일정보다 훨씬 앞서 갔다. 이 탐험가는 무척 들떠 있었다. 그런데 나흘 째 되던 날 모든 것이 변하고 말았다. 아침에 텐트에서 일어났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 들리는 말이, 아프리카인 지원팀이 그 날은 거기서 그냥 머물기로 정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묻자, 지금까지 그들이 너무 빨리 움직였기 때문에 이제는 잠시 멈추고 그들의 영혼이 그들의 몸을 따라잡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몸이 마음보다 앞서 가서 좋을 것은 없다.

저자는 쫓겨다니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1. 오직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에만 만족감을 느낀다.
2. 성취를 표시하는 상징에 집착한다.
3. 고삐 풀린 팽창욕에 사로잡혀 있다.
4. 온전한 인격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향이 있다.
5. 대인관계 기술을 닦는데 신경 쓰지 않는다.
6. 경쟁심이 강하다.
7. 화산처럼 격렬한 분노를 품고 있다.
8. 대개 비정상적으로 바쁘고, 노는 것을 싫어하고, 영적인 예배를 피한다.

한 부부가 저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들은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서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앉았다. 부인은 남편에게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상태였다. 부인이 설명하는 그 이유는 남은 식구가 평화롭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남편의 기질과 가치관을 참으면서 계속 살 마음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헤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내가 왜 그러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남편 본인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쫓겨 다니는 남자와 그 아내의 모습이다. 그의 과도한 성취욕 때문에 결혼 생활과 가족 그리고 본인의 건강까지 희생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식구가 모두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가서, 거의 막내가 이미 자고 있는 늦은 밤에야 귀가했다. 어쩌다 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도 그의 머릿속엔 업무와 관련된 사항 밖에 없었다. 당연히 식사 중 전화가 오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전화통에 매달려 있다. 
 

가족과 충돌할 때면 화를 폭발하곤 했음을 그도 시인했다. 그는 가족에게 무척 괴팍하고 위압적이었다.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도 대화를 귀찮아하고 혼자 떨어져서 술이나 마시곤 했다. 어떤 친구들이 있냐고 묻자 사업상 거래하는 사람들 외에는 이름조차 대지 못했다. 사업 말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느냐고 묻자 스포츠카니 보트니 골프 회원권이니 하는, 사람이 아닌 물건들뿐이었다. 대개 너무 바빠서 즐길 수도 없었던 것들이지만..

“쫓겨 다니는 사람도 과연 변화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한 변화는, 쫓겨 다니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이 부르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충동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런 발견은 그리스도를 만나 눈부실 정도로 강력한 빛을 받는데서 비롯된다. 열두 제자들도 발견했듯이 인생에서 한동안 예수님의 말씀을 듣게 되면 쫓기는 삶의 뿌리와 모든 양상들이 모두 폭로되고야 만다. 쫓겨 다니는 삶을 해결하려면 먼저 우리 자신의 동기와 가치관을 가차 없이 파헤치기 시작해야한다.”

저자는 영적 성장을 위한 훈련 네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침묵과 고독의 추구, 규칙적으로 하나님의 음성 듣기, 사색과 묵상, 예배하고 중보 하는 기도 등이다. 그 외 독서와 일기쓰기를 권유하고 있다.

오스왈드 챔버스(Oswald Chambers)의 일기에 써 있는 이 말은 우리가 내면세계의 질서를 회복하고 영적성장을 이뤄야 할 당위성을 말해준다.
“나는 10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 온화해지지도 않고 더 활기 있게 변한 것도 아니고 노련해지지도 않은 채 그저 뻣뻣하게 굳어 있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챔버스는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어땠을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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