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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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성각은 ?  1955년 강릉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및 같은 대학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강원일보] (1976), [동아일보] (1986) 등의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1999년 지인과 함께 환경단체 ‘풀꽃사상’을 만들었다. 책을 좋아해 책에 관한 글도 많이 썼으며,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환경책 큰잔치’를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다.
여러 권의 소설집과 생태 에세이집을 펴냈다. 환경문화관련 상도 2차례 받고, 현재는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이며, [프레시안]서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이후 강원도 산골짜기에 ‘풀꽃 평화연구소’를 개설해 거위를 키우며(아무래도 저자의 표현 같음) 어설픈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책의 앞표지 띠에 실린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서 우선 동년배라는 점이 마음에 닿았다. 나와 같은 해에 이 세상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아온 저자.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 왔을까 궁금했다. 서로 걸어온 길은 다르고, 일면식도 없지만 오래전 친구를 소식 끊긴 후 우연히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그런데 막상 첫 장을 열면서 어찌 같은 시대를 살았건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였다. 그것은 나의 문제였다. 그저 내 앞길 보기에만 급급해서 시대적 아픔이나 이상적인 고민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이제야 새삼스럽게 느꼈으니 참 나는 어지간히 더디다.
 
나도 남 못지않게 책 욕심이 많은 편인데, 저자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겠다. 책 도입부엔 저자의 서재 사진이 실려 있다. 빼곡하게 꼽혀 있는 책. 벽의 한, 두면이 아니라 중간에도 책장이 있고, 아마도 사진에서 안 보이는 어느 한 쪽도 역시 책이 가지런히 누워있거나 기대어 있으리라 짐작이 간다.  

아주 오래 된 책, 지금은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도 없는 책, 곰팡이가 서려 가끔은 양지바른 곳에 내놓고 일광욕을 시켜야 할 책들도 꽤 될 것으로 여겨진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실제로 그러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아낀다고 하면서도 이사 때마다 어지간히 솎아 버렸다. 책에서 나는 곰팡내와 책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와 돌아다니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책벌레에 유난히 민감한 아내 덕분에 일단 색깔이 바래고 냄새가 나기 시작한 책들은 가차 없이 버려졌다. 그렇게 버려진 책들이 대략 300권은 될 것 같다. 지금 그 책들이 아쉽다. 절판되어 다시 구하지도 못하고,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리라 생각 드는데, 다시 만나기는 불가능하다.

저자는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머리글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책은 피로에 지친 나를 덮어주는 따뜻한 담요였고,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천막이었고, 아주 가끔은 모닥불이었고, 때로는 등불이기도 했으며, 언제나 의지할 기둥이었으며, 책 속에 빠져 있던 시간은 혼자만의 잔치판이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대부분 저자가 여러 매체에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청탁을 받고 쓴 글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청탁과 관계없이 책에 얽혀 있는 추억이나 책이 어떻게 저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가에 관한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청탁에 의해 썼던 ‘서평’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기가 못내 마음 안 편했는지,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청탁과 관계없이 나를 만들고 흔들어대고 지켜준 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기회가 허락된다면,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위대한 책들에 대한 아쉬움을 벌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저자가 읽고 평한 책들은 내가 생각해도 좋은 책들이다. 물론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책들도 많지만, 나의 손을 거쳐 지나간 책들도 꽤 된다. 소개되는 책들은 분야가 다양하다.
1부에선 저자가 젊은 시절 읽었던 책과 생각들이 담겨있다. 헨리 조지, 이태준, 다자이 오사무, 체 게바라, 피터 드러커, 오리아나 팔라치, 더글러스 러미스, 디 브라운, 리 호이나키, 에리히 프롬, 콜린 윌슨, 이보 안드리치 등이 소개되고 있다.
2부는 서슬이 푸른 군사정권시절, 2~3사람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도 누가 듣는 사람 없나 주위를 살펴야했던 암울했던 시절. 전국적으로 민주화 운동이 극에 달한 그 시절을 살면서 느꼈던 저자의 생각과 폭력, 양심, 자유, 4대강 문제, 생명, 자연, 생태, 행복들이 주제이다.
3부와 권말에선 부제 ‘우리에겐 바로 잡을 시간밖에 없다’에서 느껴지듯 자연과 생명에 대해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는 책들이 소개된다.   ‘우리 시대의 환경고전 17권’, ‘다음 100년을 살리는 141권의 환경책’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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