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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핀 - 최고의 프로만 아는 성과 창출의 비밀
전옥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황금을 찾아 서부로 달려가던 골드러시 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더비라는 한 남자가 반드시 금광을 찾겠다고 결심하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서부를 떠돌았다. 운이 좋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비는 광맥을 찾았다. 그런데 삽과 곡괭이로 파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돈을 빌려 착암기 등 채광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했다. 금광에서 채굴한 금으로 빚은 금방 갚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갑자기 금맥이 끊겨버린 것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파내려갔다. 하지만 금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결국 금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고물상에 장비들을 싼값으로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장비를 인수한 고물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광산기사를 데리고 가 조사를 했다. 그 고물상은 더비가 포기한 지점으로부터 약 1미터 아래에서 수백만 달러어치의 가치가 있는 금광맥을 발견했다.
마케팅과 조직의 귀재, 인생의 비전과 꿈을 이루는 성취의 비밀법칙을 전하는 전도사, 난해한 용어로 가득한 경영서적에는 나오지 않는 현장에서 ‘일’과 ‘성취’라는 씨름상대와의 샅바싸움에서 이기는 법에 대한 직설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저자 전옥표. 저자는 경영, 자기계발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1미터만 더’ ‘조금만 더’ 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더비의 안타까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더비는 결단력도 있었고 끈기도 있었고 심지어 운도 있었지만, 그 원인을 (나폴레온 힐의 글을 인용하면서) 지질의 단층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지질의 단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금이 나오지 않는 지층은 금광맥이 시작될 전조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한다. 또는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고물상처럼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을 눈앞에 두고도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은 지식의 부족이었다.
위의 사례를 통해 내가 느낀 점은 전문가라면 전문가답게 끊임없는 지식탐구와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뒤처지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모르면 묻고, 배우고, 익혀야하지 않겠는가?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이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누구보다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려야 해요.”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만나거나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게 한다는 말이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오로지 한 사람에게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사실 난 아직 이 경지의 변방에도 못 간다)
저자는 잠든 의식을 깨우고,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국내외의 수많은 사례를 소개해주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서 익히 알게 된 함평군의 나비축제 이야기 역시 내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석형 군수가 취임했을 때 전남 함평군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재정자립도는 10퍼센트를 간신히 넘겼고 이를 해결할 돌파구도 보이지 않았다. 함평군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천연자원, 관광자원, 사업자원 등이 없는 3무(無)의 고장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다른 시도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 군수는 먼저 이 패배감부터 없애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들을 포함한 군민들은 ‘어차피 우리는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말을 바꾸는 것이 먼저였다. 이 군수는 ‘어차피’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도리어’, ‘오히려’라는 단어로 바꾸라고 끊임없이 지시했다. 공무원들이 이 군수를 일컬어 ‘오히려 군수’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다. 그런데 말이 바뀌자 생각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자 방법이 보였다. 함평을 알릴 수 있는 나비축제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생각이 바뀌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제주에서 나비를 사들여 나비축제를 기획할 때만 해도 다른 시, 도의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함평나비축제는 문화관광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었고, 자치단체 축제의 롤 모델로 꼽히며 함평의 복덩어리가 되었다.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말버릇의 변화로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면서 기획, 진행 될 수 있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너무 쉬운 건데 왜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평가를 받는 혁신이 가장 훌륭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것, 작은 것부터 실천해서 직접적인 변화를 일궈내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는 것이다.
경영, 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을 읽다보면 잠시나마 힘이 솟는다. ‘그래 나라고 못할 것 있나. 나도 한번 해보자!’
그러나 이 마음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책 따로 나 따로 가 아니고 단 한, 두 가지 만이라도 직접 실천해봐야 그 맛을 알고 느낌을 알고 열매를 딸 수 있을 텐데, 나의 현주소는 그렇지 못하기에 나도 1m 앞에서 금맥을 놓쳐버린 더비와 다름없다.
‘이 책에 나온 것은 한 번 모두 따라 해보고 싶다. 실천하고 싶다.’
이 책을 내게 선물해준 지인이 한 말이다. 그분의 열정이 부럽다. 그래서 나도 내가 실천해야 할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킹핀을 노려라 -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얻으려면 눈앞에 가장 가까이 보이는 1번 핀이나 맨 뒤의 10번 핀이 아니라 1번과 3번 사이에 보이는 5번 핀을 노려야한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을 일컬어 ‘킹핀’이라고 한다. 킹핀은 변화의 촉발점이다. 킹핀을 모른 채 하는 일은총알이 없는 총으로 사격을 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킹핀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다.
‘킹핀 이외에는 어떤 것도 양보하고 바꿀 수 있지만
성공의 핵심인 킹핀을 결정하면 반드시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열정이 없다면 결코 위대한 업적을 이루 수 없다.”라고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저자는 누구나 열심히 하는 시대에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핵심을 알고 공략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방식을 찾는 차이점, 차별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킹핀의 실행 솔루션을 5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 번째, 위기라고 선언하라. 문제의 본질인식부터 다르게 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에 이름을 붙여라. 잘못된 문제정의는 재앙을 부른다.
세 번째, 보이는 문제로 만들어라.
네 번째, 킹핀을 잡아라.
다섯 번째, 불도저처럼 밀어붙이지 말고 임계점을 자극하라.
저자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전기의 경마이야기를 인용하면서 ‘고민’만 하지 말고,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생각은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것이다. 고민이 ‘쥐고 끌어안는 것’이라면 생각은 ‘풀어 헤치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고민에 빠져서 문제를 회피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하여 보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변화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결과에 대해서 ‘당연히 그럴 것’으로 단정해버린다.
뛰어난 리더는 보고 싶지 않은 상황도 보려고 하며, 그런 상황에 부딪혀서 생각하고 변화를 추구한다. 문제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안감, 두려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생각하는 습관’을 체질화하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각의 노트는 아이디어를 초월하여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도 포함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나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고민수준이었다. 고민을 생각으로 바꿔야 하겠다.
약 10년 전 곁에서 잠시 모셨던 의학계의 원로 한 분이 계셨다. 대학병원장을 역임하셨던 신경외과학회의 어른이신데, 젊은이들과의 대화와 어울림도 좋아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셨던 참 소탈하신 분이셨다. 그분에게 배운 점이 많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 어르신이 생각났다.
내게 친절에 대한 개념정의를 새롭게 해주신 분이다. 인사만 잘하고, 환자에게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해주셨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질 높은 전문성이라는 것이다. 인사만 잘하고 치료가 형편없다면, 인사는 잘 못해도 전문성 있는 치료가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다 겸비할 수 있다면 진정한 ‘친절’의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같은 이야기를 저자에게서도 듣는다.
“서비스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친절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그냥 웃고 인사만 잘하는 것이 친절인가? 그렇지 않다. 그 정도의 친절은 기계도 할 수 있다.
손님이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줄 알고, 용모도 단정하고, 예의바른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 손님의 욕구를 눈치로 파악하고, 묻지 않아도 이런저런 상품이 있다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자신이 말하지도 않은 욕구를 해결해준 직원에게 감동하는 것이 진정한 친절이다.
기업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반영하여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소비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 때 세 종류로 구분해서 들을 줄 알아야한다.
첫 번째, 소비자가 입 밖으로 하는 소리.
두 번째, 소비자가 굳이 표현하지 않는 소리.
세 번째, 소비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소리다.”
책에선 실제 저자가 대기업에 입사한 시절부터 임원이 되기까지 직장생활 중 그의 생각과 실천, 성공사례들이 중간 중간 실려 있다. 남의 이야기만 나열했다면 이 책도 다른 경영분야의 책들과 차별점이 별로 없었을 텐데,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저자가 입사5년차가 되었을 때 나름대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경력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몸값을 올려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외국어(일본어)에 매달렸던 이야기나, 독종소리를 들어가면서 평일에는 회사 일에 몰두, 휴일과 퇴근 후에는 개인의 역량강화를 위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나갔던 이야기. 전국에서 최하위인 ‘꼴찌조직’의 수장으로 부임해서 혁신을 주도. 10여 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그들을 3년 만에 1등으로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는 실질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 내용들이다.
저자는 겸손하게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결코 운만으로 그리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때 함께 했던 직원들이나,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책에는 언급이 안 되었지만, ‘나를 따르라!’고 손짓만 하는 리더가 아니라 ‘따라 오도록’이끌었던 리더였으리라고 내 마음에 그려진다.
또한 ‘감성경영’‘지식경영’을 실천했기에 가능했으리라 판단이 된다.
나의 ‘생각’이 ‘고민’의 옷으로 바꿔 입기 전에,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방식을 찾아 실행하는 과정을 이뤄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