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기쁨 - 전 세계 유명작가 218명의 흥미진진한 집필 보고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8
롤프-베른하르트 에시히 지음,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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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에게 묻는다. “왜 글을 쓰는가?”
작가들에겐 이 질문처럼 난감한 것이 없다고 한다. 난감하다 못해 두렵다고까지 한다.
어떤 사람은 솔직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글로 먹고 살만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기에, 숙명처럼 글을 쓴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속절없기에 더욱 더 사모하여 글을 쓴다는 시인도 있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함부르크 태생이다. 서평을 쓰는 비평가, 작가, 교수이다. 이 책을 쓰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책 제목만 보면, 글쓰기의 텍스트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또 ‘글쓰기의 기쁨’이라니..천만에.. 기쁨보다는 절망적인 상황이 더 많이 소개되고 있다. 작가들이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과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이 실려 있다.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면 ‘슬프고, 우습고, 분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과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재능’일까 ? ‘훈련’의 결과 일까 ?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좋은 글쓰기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지만, 미국의 소설가 존 어빙은 훈련과 연습 덕분에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빙은 어린 시절 난독증을 앓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겼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 단점 속에 숨겨진 장점을 발견해내기도 했다. 
“소설가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되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나아가라, 한 걸음 한 걸음씩, 하지만 절대 서두르지는 마라. 무엇 때문에 서둘러 학교를 졸업하려고 애쓰는가? 책을 빨리 완성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는 또 무엇인가 말인가?” 1942년생. 현존하는 작가 존 어빙의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가라는 호칭보다는 ‘문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글 쓰는 사람들에겐(작가가 되었든, 문인이 되었든 간에)또 하나 곤란한 질문은 “무슨 글(또는 책)을 쓰세요?”란다. 이럴 때 이렇게 대답하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나는 장편 소설가이며, 시인이고, 단편 소설가이자, 드라마작가, 시나리오작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동화작가, 교양도서작가, 여행 작가 그리고 문학 작가입니다.”

문학에도 트렌드가 있다. 역사상 최고로 유명한 어떤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연극극본을 써야만 돈을 많이 벌고 이름도 날릴 수 있었다. 그러니 영국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썼던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보다 몇 백 년 전에는 기사의 서사시, 종교 혹은 세속시가가 중요한 문학 장르로 여겨졌다. 그 시절에는 작가들이 주로 그런 서사시나 시가를 썼다는 뜻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4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소설은 음란한 연애담이나 나오는 점잖지 못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내놓고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며, 소설을 쓰는 작가도 별로 없었다. 18세기에도 여전히 시와 희곡은 존경받는 문학이었다. 그런데 아주 서서히 근대소설이라는 것이 생겨나 독자들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19세기에 아주 중요한 문학장르로 자리 잡았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문학의 대표 장르가 되어 많은 작가들이 소설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층이 두터운 작가들은 ‘다독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이자 열성적인 독서광에 사상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한 강연회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말은 독서가입니다. 물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는 책을 쓸 용기까지 냈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가 쓴 것들은 내가 읽은 글들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읽을 수가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자신의 능력이 허용하는 글을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땅을 거쳐 가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그들의 필기구와 창작수첩에 눈길이 머물렀다.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들을 많이 하지만, 작가에게 글쓰기 도구란 요리사의 칼이나 시계공의 미세 드라이버처럼 중요한 것이다. 괴테 시절로 돌아 가본다. 그 당시 필기도구는 깃털 펜이었다. 괴테는 이런 글을 남겼다. “한창 밤의 숲속을 산책하는 것처럼 도취되어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펜촉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거나 잉크가 튀기는 바람에 몽상에서 깨어나고 집중도 사라져 버렸던 적, 그러면 막 조그맣게 탄생하려던 작품의 새싹도 저절로 질식해 버리고 만다.”
그래서 괴테는 그 당시 이미 생산되고 있었던 연필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잉크와 종이를 자유롭게 사게 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와서다. 그 이전에는 직접 잉크를 만들어 썼으며, 서로 잉크제조 레시피를 교환하곤 했다. 좋은 잉크는 흐름이 좋아야하고, 빨리 건조해야하며, 지속력이 뛰어나야했다. 즉 글자가 날아가 버리면 안 되고, 특히 곰팡이가 피지 말아야 했다. 예전에는 잉크에 곰팡이 피는 일이 자주 있었다.

타자기가 ‘장비’수준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자판을 한 자씩 내리칠 때 마다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다 욱신거렸다. 그게 온전히 내 소유물이었다면 나는 손가락 대신 망치를 들고 자판을 내리쳤을 것이다.” (그나마 본인 소유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대여 해준 듯) - 잭 런던이 남긴 글이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콤피’라는 애칭으로 부르거나 노트북을 ‘슐렙톱’이라고도 한다. 창작 수첩에 대해선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한 말을 옮기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나는 반드시 창작수첩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자주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사용할거라면 최대한 부치가 작은 것을, 혹은 집에서만 일을 해도 될만큼 여유롭다면 큰 것도 상관없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 즉흥적인 기분을 나타낼 수 있다면 서너 개밖에 안 되는 단어라 할지라도 적어 놓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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