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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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_클라로(지은이), 이세진(옮긴이) / 을유문화사(2025)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학이다. 프루스트의 믿음은 옳았다. 문학은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하고 밝혀 낸 진정한 삶’, 글쓰기가 거추장스레 쉴 새 없이 따라오는 삶이다.”

 

 

이 책에서 제목을 포함해 본문 중에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가 실패이다. 왜 이 책의 지은이는 실패에 집중하는가? 지은이 클라로는 작가이자 번역가이다. 서점원과 출판 교정자로 일하던 중, 얼떨결에 번역가가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번역, 첫 문장에서부터 실패를 느낀다. 그 실패는 좌절로 변했고, 그 좌절에서부터 해결책이 떠올랐다고 한다. “번역은 실패의 명문 학교다. 프루스트 말마따나 질투가 사랑의 진실인 것처럼, 번역이 문학의 진실일 수도 있다.”

 

 

책의 차례 자체가 실패 대잔치이다. 실패란 무언인가?를 시작으로 실패의 첫 번째 초상으로 카프카와 페소아 그리고 콕토가 소환된다. 그리고 지은이 자신의 실패목록이 나열된다. 무척 많다. 저지른 일이 많기도 하다. 지은이는 프란츠 카프카를 실패의 귀재, 그르치기의 흑태자라고 표현한다. 카프카의 전기 작가 라이너 슈타흐는 카프카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비견할 데 없는 분석을 남겼다. 카프카의 소설들이 겪어야 했던 미완성은 소설 그 자체에 내재하는 결핍 때문이라기보다는 영감의 약동과 집필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감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살아가며 실패하지 않는 삶이 있을까? 작가 페소아는 어떤가? 페소아는 참으로 다방면의 문필가였다. 손대지 않은 장르가 없는 것 같다. 작품도 두루두루 많이 남겼다. 그런데 실패의 아이콘이라고? 지은이는 페소아를 실패 개념에 단단히 사로잡힌 창작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 이유를 페소아가 편지에서 자신이 실패자라고 언급한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한없는 실망으로 얼룩져 있다고 느꼈다. 비록 그 도정은 결코 비굴하지 않는 과대망상과 바닥없는 우울의 순간을 오갔지만 말이다.”

 

 

장 콕토를 만나보자. “콕토는 모든 것에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무슨 소리인가? 콕토가 남긴 글에서 드디어 실패의 미학을 만난다. “실패의 미학이야말로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미학이다. 실패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이미 졌다. 실패의 중요성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실패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다. 실패의 비결과 미학과 윤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영광도 헛되다.”

 

 

삶의 길을 걸어가며, 넘어지지 않을 수 없다. 넘어질 수 있다. 넘어지는 자세를 선택하기는 힘들어도, 다시 일어서는 힘과 자세는 중요하다. 영락없는 실패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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