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Book

 

 

인생길 중간에 거니는 시의 숲--윤혜준 교수가 안내하는 서양 명시 산책

_윤혜준 / 교유서가 (2025)

 

 

말하기, 오랜 침묵 후, 옳은 일이구나.

다른 모든 연인 서먹해지거나 죽었고,

불친절한 등잔불 자기 그림자 밑에 숨었고,

불친절한 밤 커튼 쳐서 가려놓았으니

우리 목소리 합쳐 화음에 또 화음을 쌓는다.

예술노래의 드높은 주제 선율 삼아.

육체적 노쇠는 지혜다. 젊을 때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우리는 무지했다.

_오랜 침묵 후전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젊을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 왔다. 나이가 들어보니 그 시절은 무지했다. 만용이었다. 늙어보니까 지혜를 선물로 받는 느낌이다.

 

 

 

한동안 시를 많이 읽었었다. 시집을 사서 또는 빌려서 읽었다. 지금 대충 기억나는 시인들의 이름은....감태준, 강은교, 김춘수, 김광섭, 김남조, 김수영, 마종기, 서정범, 서정주, 신경림, 이건청 등이다. 내 청년시절의 감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인들이다. 물론 이분들 말고도 많지만, 내 기억력은 이 정도만 내어놓는다. 한동안 시()하고 멀어졌다. 가끔 문학잡지에서 만나는 시들이 전부다. 2000년대 들어서 시들이 어려워졌다. 난해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쉽게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와 멀어진 다른 이유는 책을 읽는 범위와 분량이 넓어지고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득 이제 다시 시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어렵게 쓰인 듯해도 전혀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인생길 중간에 거니는 시의 숲일까? 중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읽어보라는 뜻인가? 이 책의 지은이 영문학자 윤혜준 교수는 어차피 우리의 삶은 긴 중년이라고 하다. 하긴 내일 일을 알 수 없이 살아가는데, 지금 내가 온 인생길이 딱 반이다. 반이 안 된다, 아니다 넘었다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지만, 후반전은 잘해보자 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책엔 총 30편의 외국(영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에스파냐어)시가 소개된다.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폭 넓게 담겨있다. 다섯 코스의 시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세월은 흘러가고, 시간은 달려가고’ ‘사랑의 기쁨, 사랑의 아픔’ ‘홀로 떠나고, 홀로 느끼고’ ‘변혁의 염원, 고귀한 희생’, ‘인생길의 끝, 죽음과 안식’. 책에 실린 시들은 지은이의 직접 번역이다. 각 시들마다 원문과 함께, 감성적이면서 인문학적 사념이 담긴 해설이 붙어있다. 나처럼 시와 멀어졌던 사람들, 시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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