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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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 한빛비즈 교양툰 19 / 브누아 시마 (지은이),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한빛비즈

 

 

‘불멸(不滅)’,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의 마지막 소망이기도 하다.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불멸의 존재가 되길 꿈꿔왔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용어가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는 지적 운동을 뜻한다. 이는 몸과 뇌의 무게를 벗어던진 인간인 ‘트랜스휴먼’으로 바뀐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는 생각보다 무척 오래 되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가능성의 역사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기원후 2세기 로마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던 이집트의 무역 창구 알렉산드리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가. 이 고대 이집트의 수도에서 매우 특별한 새로운 종파인 그노시스주의가 탄생했다. 기독교가 널리 퍼지긴 했으나 아직 로마제국의 공식 종교는 아니던 시대에 그노시스파는 기독교의 첫 번째 이단으로 등장한다.

 

이집트 출신인 로마 성직자 발렌티누스는 다른 몇 사람과 함께 그노시스파 교리를 세웠다. 신비한 깨달음을 얻을 때 비로소 불완전한 육체를 뛰어넘어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여겼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거대한 환영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죽는다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제일 먼저 불완전한 육체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영혼이 윤회한다고 믿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 기계인간과 복제기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라는 사람이 있다. 1251년 독일 북부 대도시 쾰른의 유명 인사였다. 중세 대표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도 높은 학식으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알베르투스 밑에서 기초를 쌓았다고 한다. 알베르투스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복제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 발명품을 ‘휴머노이드’라고 불렀다.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의미하는 ‘휴머노이드’는 지금도 널리 쓰이는 단어이다. 15세기 후반 또 다른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로봇의 진짜 조상을 완성했다. 다빈치는 기계를 움직이게 할 장치까지 고안한다. 이 로봇은 앉았다 일어서기가 가능했고,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기까지 했다. 다빈치는 인체가 작동하는 원리는 기계가 돌아가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인간개조의 꿈은 인간 종 개선으로 넘어간다. 인간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지리학자, 과학자인 프랜시스 골턴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감명 받아, ‘골턴의 유전 법칙’을 세운다.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가 사회계층 간의 문화와 도덕 차이로 이어진다는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었다. 유전학은 나치시대에 정점을 이룬다. 1931년부터 1941년 사이에 나치가 여섯 곳에 세운 독가스 실에서 지적 또는 신체적 장애인이 자그마치 8만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1990년대 말부터 트랜스휴머니즘의 저명인사들이 지식 세계를 주도하게 된다. NBIC라는 이니셜이 있다. 나노기술(Nanotechnology), 생명공학기술(Biotechnology),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앞 글자를 따서 결합한 용어이다. 문자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로 시각장애인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글을 읽을 수 있게 한 레이 커즈와일은 그가 15세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 상당수는 신기술 덕에 인간이 죽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날 거란 확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신경과학자 앤더스 샌드버그는 이런 확신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인간 두뇌가 기계와 호환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늦어도 21세기 중반부터 가능하다고 본다. 이 기술의 4단계를 주목한다. _1단계 : 적절한 식단, 건강보조제, 건강검진 등으로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_2단계 : 생명공학과 유전자치료가 발달해 질병 대부분을 예방하고 필요한 경우 장기를 재생할 수 있다. _3단계 : 나노 로봇과 염기서열 분석 덕분에 외과 시술이 사라진다. 이제 어떤 질환이든 몸 안에서부터 더욱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_4단계 : 뇌와 의식을 컴퓨터나 인터넷 저장소에 보관할 수 있다. 불멸에 가까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인간이 오래 살아간다는 것. 좋기만 할까? 과연 행복할까? 극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그저 조용히 살다가고 싶은 마음뿐인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이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휴머니즘’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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