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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 공부의 위로 】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_곽아람 / 민음사
이 책을 읽던 중, E-mail을 확인하려고 인터넷 창을 띄운 순간, 뉴스 박스에 이런 제목이 떴다. “CCTV 달아 공부 감시한 父 앞에서… 명문고 아들의 마지막 선택” 베트남 하노이의 한 명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 아버지의 공부 강요를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는 방에 CCTV를 달아 감시하는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이 아니라고 다행이라고 할까? 아니다. 한국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 학생은 미리 노트에 유서를 써놓고 아파트 28층높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103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이런 조언을 하신다. “60세 이후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 시기로 환갑 이후에도 성장하려면 계속 일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늘 공부해야 합니다. 일과 공부를 안 하면 몸도 마음도 빨리 늙어요.”
이렇게 공부는 두 가지 얼굴을 보인다. 안타깝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등학생에겐 공부의 목표가 시험이었다. 반면, 김형석 교수가 권장하는 공부는 삶의 지혜에 대한 갈망이다. 이 책의 저자 곽아람 작가는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전공했다. 현재 일간지 출판팀장을 맡고 있다. 책 제목에 ‘공부’가 들어갔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더 풍부하게 알고 살다가자는 마음이 일어날 만한 책이다. 그저 놀랍다. 저자는 20여년이나 지난 대학 교양과목 이야기를 노트정리 했던 기록까지 들춰가며, 바로 어제 일처럼 조곤조곤 들려준다. 저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지만, 꼭 해야겠다. “영락없는 범생이!”
“아무리 낡고 지루하다 해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인문학의 기본은 긴 텍스트를 읽어내는 훈련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책상머리에 묵직하게 앉아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 책을 장악한다는 것은 날뛰는 야수의 목덜미를 낚아채어 도망가지 못하도록 틀어쥐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p.324,325) 내 맘에 쏙 드는 대목이다. 요즘 나는 진짜 벽돌처럼 박혀있던 ‘벽돌책’들을 뽑아 작정해서 읽고 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읽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집중 독서한다. 쌓여진 벽돌처럼 부동의 자세로 읽는다. 그래서 인용된 문장 중 ‘묵직하게’라는 표현이 책의 무게와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나의 자세와 같기 때문이다. 아울러 책을 읽을 때는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지려하는 마음을 다잡는 몰입이 필요하다.
저자가 글 쓰는 직업의 소유자이다 보니..‘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책의 부제로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책을 읽으며, 하다못해 일기라도 써볼 마음이 일어난다면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 언제나 마음은 청춘으로 남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되새김질하며 살아가는 삶엔 낙심이나 절망, 원망의 기운이 들어설 틈이 없을 것이다. 저자가 책이나 그림을 통해 만났던 많은 작가와 화가들은 우리 모두가 그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있다면, 그들이 남긴 작품들 속에 영원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내 서가엔 저자의 전작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가 미독(未讀)으로 꽂혀있다. 곧 읽어볼 생각이다.
“공부가 당신을 위로해 줄 것이며, 즐겁게 해 줄 것이다. 공부야말로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다.”
-세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