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김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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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_김대식 / 김영사


“오늘,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도시에서 태어나 다른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도 고향이 그립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향을 향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 고향의 공기를 흡입하면 답답한 가슴이 다소나마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 책의 저자인 뇌과학자 김대식은 그 분야 전문가답게 ‘뇌’를 통해 고향을 설명해준다.


“고향이 편한 것은 어릴 적 경험한 음식과 소리, 얼굴들과 풍경,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뇌를 완성시킨 바로, 그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를 만든 우리의 고향,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원인과 이유를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질문이 무의미한 고향과 대답이 무의미한 타향”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 파산? 이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중 ‘외로움’도 포함될 것이다. 파스칼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인간의 불행은 고요한 방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인들이 독방에 갇힐 때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너무 좋은 사람과 혼자 있기에 거의 미쳐버릴 것 같은 사람.


특히 요즈음처럼 COVID-19가 만든 은둔의 시간 속에 ‘혼자 있음’ 역시 사람마다 상반된 양상으로 나타난다. 내향성의 사람들은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반면 외향성의 사람들은 갑갑해서 죽을 지경이다. “복잡한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조용한 방에 있는 나, 외부의 소리가 사라지고, 고요한 방에 혼자 남은 나에게 갑자기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내면의 소리들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과거지사다. 그때 바보같이 왜 그랬지? 그때 이 길 말고 다른 길로 갔었으면? 좋은 기억보다 아쉽고 창피한 기억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홀로 고요한 방에 앉아 내면의 소리를 듣는 순간 존재적 가면은 사라지고, 우리는 꽁꽁 숨겨두었던 진정한 모습, 누구를 위한 내가 아닌, 단순히 내가 나인,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다섯 가지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했다.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우리의 조상들을 떠올려보자. 태어나서 1년 넘게 엄마의 희생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 원시인의 두개골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두 개의 구멍엔 검치호랑이의 이빨이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 는 ‘동물의 먹잇감’. 혼자서는 죽지만 여럿이 뭉치면 살아남기에 ‘가족의 탄생’, 감각적 기질이라고도 하는 ‘퀄리아(qualia)’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타인을 경계하게 한다. 전설과 신화로 만들어진 정체성으로 지구를 점령한 호모 사피엔스 ‘이야기하는 동물’, 모든 것을 장악했다는 자만감에 이제는 신이 되고픈, 아니 ‘신이 된 동물’.


저자는 34개의 질문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팬데믹, 음모론, 진실, 죽음, 그리움, 사랑, 자유와 평등, 친구, 괴물, 게임, 역사, 미래, 신 등 주제도 다양하다. 글속에는 과학, 철학, 예술, 역사, 신화 등 다양한 소재와 함께 저자의 전공인 뇌 이야기가 스며들어있다.  글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명화들도 좋은 자료이다. 책을 편하게 읽기 위해 겉표지를 벗긴 순간 속표지(책의 원래 표지)에 깜짝 그림이 숨어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이다. 그림에 실린 인간들에겐 옷이 없다. 모두 벗고 있으니 부끄러울 일도 없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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