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사산문 작가 10인
주진순 지음, 최은정 옮김 / 어문학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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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오사산문 작가 10인 】

_주진순 (지은이), 최은정 (옮긴이)/ 어문학사



1919년은 우리나라나 중국의 역사에서 잊지 못할 한 해이다. 우리에게 3.1절이 있다면, 중국에는 같은 해 5.4운동이 있다. 54운동(五四)운동은 1919년 5월 4일 북경에서 발발했던 중국의 개혁운동이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봉건, 반제국주의를 기치로 일어난 운동이었지만 후에는 상인, 노동자들까지 합세하여 문화운동으로까지 발전되었다. 당시 문화운동을 주도했던 잡지 중 하나가 《신청년》이다. 월간으로 1915년 9월에 천뚜쇼우(陣獨秀)에 의해 창간되었다. 처음엔《청년잡지》라고 했던 것을 제2호부터 《신청년》으로 발간했다. 매 권 도합 6기(期)로서 1922년 7월에 총 아홉 권을 마지막으로 휴간되었다가 그 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로 전락되었다. 루쉰이 〈광인일기〉를 《신청년》에 발표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주진순(朱金順)은 전 북경사범대학 중문과 교수로, 중국현대문학 분야의 사료학을 개척한 대학자이다. 저자는 중국의 오사산문 작가 10인을 소개하면서 5.4운동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있다. 우리에게 3.1절이 부언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인을 위해 쓴 책인지라 굳이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신문화운동이 5.4운동으로 확산된 것은 1차 대전 이후 전후 처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5.4운동이 공리(公理), 즉 만국 공통의 국제법의 기준에 따라 전후 문제를 처리하리라 믿었던 연합국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 산둥성 일대가 독일에서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에 중국인은 분노했다. 이로 인해 일어난 5.4운동을 계기로 중국인은 서구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게 되었고, 젊은 지식인들은 대외 모순이 국내 모순과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신문화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 혁명과 윤리 혁명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현대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문학가이자 사상가로 자리매김한 루쉰을 비롯해서 류반농, 린위탕, 저우쭤런, 위핑보, 예사오쥔, 주즈칭, 빙신, 쉬즈모, 량위친 등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정리했다.


역자인 최은정(계명대학교)교수는 “작가작품연구는 거시적인 연구와 미시적인 연구가 있고,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미시적인 연구를 떠나서 거시적인 연구는 세워질 수 없다.”는 주진순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책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그의 이러한 주장이 잘 녹아있다. 때문에 작가의 작품특색을 설명하기 위한 작품인용이 많고, 작품이 창작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 및 작가가 처한 환경 등에 대한 설명 등이 비교적 상세한 편이다. 또한 해당 작품에 대한 동시대 다른 작가나 평론가들의 평을 주로 인용하여 논술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책이 중국현대산문 작가와 작품을 감상, 연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적고 있다.


왜 저자는 산문이라는 장르에 특정하는가?


5.4 산문은 신문학 이후의 새로운 산문을 일컫는다. 이는 서양문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분류방식인 소설, 시, 희극, 산문이라는 네 가지 분류에 따랐다고 한다. 육경에서 《시경》을 제외하고는 전부 산문 계열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자고이래 중국의 문장은 줄곧 산문을 주요한 문체로 삼았지만 정작 ‘산문’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산문’이라는 두 글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서방문화가 동쪽으로 흘러들어온 후의 상품이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번역된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루쉰은 ‘5.4’시기 산문의 성과가 소설이나 희곡, 시보다 더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문이 ‘문학혁명’에서 ‘사상혁명’에 이르는 데서 탄생했다고 언급했다. “문학혁명과 사상혁명에서 움튼 잡문은 신문화운동을 알리는 도구이자 봉건주의에 반대하는 비수와 투창이었다.” 신문학 작가들이 미문의 형식으로 생동감 있게 현실을 반영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시기 산문의 성과와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동서 문화교류의 산물. 둘째, 산문의 표현양식은 문학의 지평을 확장했다. 셋째, 일군의 저명한 산문작가들의 등장. 5.4 시기를 중국현대문학의 첫 번째 10년이라고 한다. 이 기간에 발표된 산문작품이 매우 많다. 아울러 일군의 저명한 작가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는데, 그들은 중국현대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넷째, 산문 영역에서 다양한 풍격의 유파를 형성했다. 예를 들면, 류반농은 중국적인 명사풍이며 린위탕은 외국적인 신사풍이다. 주즈칭은 묘사의 대가이고, 루쉰은 풍자의 고수이고, 저우쭤런의 글은 세련되어 있으며, 빙신의 글은 유동적이고, 쉬즈모의 글은 산뜻하고 아름답다. 주즈칭은 청신하다 등의 특징을 들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루쉰 형제


지면 관계상 저자가 언급한 10인의 작가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기에, 루쉰 형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본다. 루쉰이 일본의 어느 지방에 있는 의학 전문학교에 유학 중 ‘활동기 사건’으로 그의 인생이 전환점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담당 교수는 미생물학 시간에 영화를 상영하며 미생물의 형상을 보여주곤 했는데, 한 번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던 수많은 중국인들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젊디젊은 루쉰에겐 느닷없는 경험이었다. 화면 속에는 꽁꽁 묶인 사람이 가운데에 있고 그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서 있었다. 그들(중국인들)은 한결같이 건장한 체격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멍청하게만 보였다.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묶여 있는 사람은 러시아군을 위해 첩자 노릇을 한 자로서 일본군에게 잡혀 공개처형(참수)을 당하는 것이며 주위에 있는 군중은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루쉰은 이 사건 이후로 학교를 자퇴했다. 중국동포들의 몸을 고쳐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그들의 정신을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예를 진흥시키는 길 밖에는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문예진흥운동을 부르짖기로 결심했다.”


취추바이는 루쉰에 대해 이런 평가를 했다. “진화론에서 계급론까지, 자본주의 계급의 반역자에서 무산계급과 노동자들의 친구부터 전사가 되기까지, 그는 신해혁명 전부터 오늘날의 사분의 일 세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전투를 겪었다. 고통스러운 경험과 깊이 있는 관찰 속에서 소중한 혁명 전통의 경험을 갖고 새로운 진영으로 왔다.”


저우쭤런은 루쉰의 4살 아래 친아우이다. 루쉰과 함께 5.4시기 산문의 대가 중 한 사람이다. 중국현대산문의 역사에서 시작은 루쉰 못지않았지만, 그 사상이 점차 퇴보한 데다 항일전쟁시기 일본 통치하에 놓였던 베이핑에서 일본인들을 위해 일을 하는 등 친일작가로 변절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춘원 이광수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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