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기사 로드리고와 꼬마둥이
미하엘 엔데.빌란트 프로인트 지음, 레기나 켄 그림, 김인순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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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탈 기사 로드리고와 꼬마둥이 】

   _미하엘 엔데, 빌란트 프로인트/ 주니어김영사



미하일 엔데(또는 미하일 엔더)라는 이름만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아마도 『모모』때문일 것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미하엘 엔데의 작품은 지금까지 전 세계 40개국이 넘는 나라의 언어로 옮겨져 35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깊은 사랑을 받던 그는 1995년, 예순다섯의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 『약탈 기사 로드리고와 꼬마둥이』는 미하일 엔데의 미완성 원고이다. 미하일 엔데 바라기 빌란트 프로이트(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동 문학가)가 이 원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안타까워서 심사숙고 끝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뒷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중세의 암흑시대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어느 수요일, 그것도 한밤중이었다.”로 시작된다. 중세는 정치, 사회적으로도 변화가 많았지만, 그때는 전등도 없었고 자동차 헤드라이트도, 손전등도 가로등도 없던 시절이니, 이래저래 ‘암흑의 중세시대’라는 말이 맞다. ‘아빠 디크의 인형극장’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붙은 마차는 번개와 천둥이 이어지는 시골길을 가고 있었다. 당나귀 세 마리가 끄는 마차가 어두운 밤길을 진행하던 중, 마차 바퀴가 커다란 돌덩이에 부딪혀 그만 송두리째 옆으로 쓰러졌다. 아빠 디크와 엄마 디크가 놀래서 마차를 다시 세우고 수습하던 중, 부부의 소중한 아들인 디크(꼬마둥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꼬마둥이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뒤이어 약탈기사 로드리고의 이름이 나온다. 이 소설은 책 제목에 표현된 꼬마둥이와 로드리고가 주축이 되어 이어진다. 로드리고는 ‘공포의 숲’을 지나 ‘전율의 성’에 살고 있다. 로드리고 라우바인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그 나라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도 꺼려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어있다.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어 그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할 정도다. 가장 용맹스런 무사나 가장 대담하고 겁이 없는 사람들조차 공포의 숲은 되도록 멀리 피했다. 차라리 그보다는 성공할 가망성이 높은 모험을 찾아 떠나는 것이 낫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꼬마둥이가 그 어마무시한 로드리고를 만나러 겁도 없이 혼자서 공포의 숲을 지나 전율의 성을 향해 떠난 것이다. 두려움이 뭔지 몰라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암튼 꼬마둥이는 로드리고를 만난다. 중요한 것은 로드리고는 키가 거의 2미터에 이르고 몸집이 거인처럼 크고, 덥수룩한 검은 수염으로 얼굴을 덮었지만, 사실은 파리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소심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코스모스처럼 여린 마음의 소유자다. 단지 그저 조용히 살고 싶어서 그의 성으로 진입하는 길에 십자가와 묘비를 모두 직접 몇 년에 걸쳐 만들어 두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묘비명에는 내용만 변화시킨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3일간의 싸움 끝에 로드리고 라우바인에게 맞아 죽은 보구밀 드로미어 기사가 이곳에 묻히다. 나그네여,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러니까 무덤과 묘비명은 로드리고가 자신의 성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가짜라는 이야기다.


암튼 겁 없는 꼬마둥이와 생김새와 달리 겁이 많은 로드리고가 만나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나라 ‘최후의 킬리안 왕’도 나오고,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난 플립 공주도 나오고,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지하에 숨어사는 바크라는 용과 음모를 꾸미는 마법사 라바노스 로쿠스도 나온다. 


미하엘 엔데의 다른 작품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훌륭했듯이, 이 소설 역시 아이와 부모 모두가 좋아할 만한 모험 스토리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소크라테스란 이름의 앵무새(왜 소크라테스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만)이다. 앵무새의 활약으로 궁지에 몰렸던 엄마 아빠 디크와 꼬마둥이, 로드리고 라우바인도 해피엔딩의 결말을 갖는다. 미완성된 유고를 마저 마무리한 이 책을 미하엘 엔데의 영혼은 어떻게 평가할까? ‘나보다는 낫소’ 하려나 ‘좀 아쉬운 듯한데..’ 하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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