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설계자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종족
클라이브 톰슨 지음, 김의석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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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밀한 설계자들 】 -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종족

   _클라이브 톰슨 / 한빛비즈



“2006년 9월 5일 이른 새벽, 루치 생비는 소프트웨어를 고쳐 세상을 바꿨다.”


여성 프로그래머인 생비는 23세에 페이스북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면서 그녀는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알고리즘이 1초라도 더 빨리 실행되도록 만들거나, 버그로 오작동하는 이상한 프로그램을 고치는 등의 일은 그녀에게 마치 퍼즐 같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각종 프로그래밍 문제와 씨름하며 시간을 보낼 만큼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 당시 페이스북은 일반인이 아닌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작은 회사였다. 이 무렵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뉴스피드(News Feed)'를 기능을 설정한다. 생비도 이 프로그램에 깊이 관여했다. 뉴스피드 기능을 발표한 후, 페이스북 팀들은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사용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우 싫어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업데이트한 내용을 이사람 저사람 모두가 자동으로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항의와 소동이 일어나고 난 후에, 팀들은 꼬박 이틀 밤낮 동안 작업해서 개인보호 설정을 추가했다. 페이스북이 요즘 논란의 중심에 놓이는 일이 많아졌지만, 지난 20년간 작성된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벤처투자가인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가 이 세상을 서서히 먹어치우고 있다‘고 한다. 이젠 소프트웨어 없는 세상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삶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치 오래전부터 당연히 존재했던 것들처럼 사람들은 스마트폰, 랩톱,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비디오 게임, 넷플릭스 등에서 소프트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관여하는 일상의 부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해내는 프로그래머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의 저자 클라이브 톰슨 역시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캐나다 출신인 저자는 현재 기술 과학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프로그래머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의 뒷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화를 거듭하는 프로그래머들의 세상,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몇 날 동안 날 밤 새는 것은 일상다반사인 그들, 그들을 이해해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프로그래머들의 공통점은 효율성이다. 최적화가 일상이 되어있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갖춘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와 비교할 때, 10배 또는 100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오직 그들의 능력은 소프트웨어로 완성된 프로그램으로 판명된다.


프로그래머들의 세계에서 남녀성별 차이가 심하다는 이야기는 뜻밖이다. 다른 어느 분야에 비해서 ‘능력주의’가 우세한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다는 점에 놀랍다. 저자는 프로그래머 초창기엔 여성이 많았지만, 지금은 백인 남성들의 판이 되었다고 우려한다.


세상을 향해 좋은 영향력만 행사하는 프로그래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커(Hacker)’는 호기심으로 시스템을 이리저리 건드려보며 새롭거나 신기한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를 뜻한다고 한다. 매우 좋게 표현한 느낌이다. 해커보다 더 나쁜 부류가 있다. ‘크래커(Cracker)'는 개인적인 이득이나 범죄 목적으로 남의 시스템에 불법으로 침입하는 사람을 뜻한다. 크래커에 비하면 해커는 착한 편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부류는 ’사이퍼펑크(Cyperpunk)'가 있다. 무슨 뜻인가? '사이버펑크,Cyberpunk' (가상세계인 사이버 공간과 비행 청소년, 불량배 등을 뜻하는 펑크의 합성어로, 온라인 시스템에 무단 침입하는 온라인상의 문제아 등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옛 용어와 컴퓨터 암호해득을 뜻하는 사이퍼(Cyper)를 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용어다. 저자는 프로그래밍 능력과 중앙 권력에 대한 깊은 불신, 2가지의 조합으로부터 사이퍼펑크가 나타났다고 한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빅테크, 다시 한 번 진화하는 프로그래머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그럼 미래에는 누가 어떻게 프로그래머가 될까? 저자는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과학과에서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프로그래머가 되는 일이 기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성적만 우수하면 유명 IT회사에서 서로 입사 제안을 하고, 첨단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나 선후배들을 채용하려 한다. 이 분야 역시 학연과 인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위대한 프로그래머 혹은 위대한 음악가 혹은 위대한 축구 선수가 되는 일 사이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모두 똑 같아요. 단지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라는 선택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_인도의 베테랑 프로그래머 산토스 라잔. 이 책을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사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도 광부가 자바스크립트 코드 프로그래밍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 P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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