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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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

   _곽재식 / 김영사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이며 사람이 할 수 없는 여러 일을 한다는 점에서 무척 신비롭다. 또한 바로 지금도 우리 몸 위에, 몸속에 언제 어디서나 늘 아주 가까이 머무는 생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그만큼 세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세균은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 지구상에서(다른 행성에도 세균이 존재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긴 세월을 한껏 누비며 살아온 생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지은이 곽재식 저자는 공학박사로 화학회사에 재직하면서, 작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SF를 중심으로 여러 장르에 걸쳐 다수의 단편소설집과 장편소설집을 출간했다. 저자는 세균에 대한 논문을 쓸 기회가 생겨 세균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세균에 대해 ‘과거관’, ‘현재관’, ‘미래관’, ‘우주관’ 4개의 섹터로 구분해서 ‘세균 박람회’를 열었다. 과거관에선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온 세균을 만난다. 세균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핵이 없는 세균은 어떻게 핵이 있는 생물로 진화했는지 알아본다. 현재관에선 인류의 역사와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온 온갖 세균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만들고 파괴할까? 미래관에선 세균이 선물할 미래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실험동물 대신에 세균을 쓸 수 있을까? 세균으로 환경문제나 범죄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마지막 우주관으로 들어서면, 세균을 통해 다른 행성에 사는 생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우주에 갈 때 세균이 도움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 아울러 세균 연구결과가 악용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이다.


세균은 언제 생겨났을까? 10억 년 전, 아무 생물도 없는 것처럼 비어 보이는 지구에도 생명은 다양하고 많았다. 이 시기의 생명체는 대체로 아주아주 작은 크기였다. 우리가 흔히 세균이라고 부르는 생물은 보통 박테리아 부류의 생물을 말한다. 2017년에 캐나다의 누부악잇턱에서 돌 속에 남아있는, 세균의 미세한 흔적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38억 년 전에도 지구에는 세균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연대는 최대 43억년 까지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세균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못된 녀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품산업에서도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내생포자로 변신하는 세균 중에서도 사람에게 그다지 해를 끼치지 않는 세균이 많다. 탄저균이 속하는 바실러스 속으로 분류되는 세균들은 오히려 평화를 사랑한다. 바실러스 속 세균 중에는 심지어 사람들이 음식으로 맛있게 먹는 것도 있다.


세균들도 의사소통을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세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세균들끼리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의 일종으로 쿼럼센싱(quorum sensing)이라는 것이 있다. 세균들은 주로 독특한 화학 물질을 뿜어내고 근처에 있는 다른 세균이 무슨 화학물질을 뿜어냈는지 감지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주에서 세균 같은 생명체가 지구에 오지는 않았지만 생명이 자라나는데 꼭 필요한 여러 물질들이 혜성이나 소행성 형태로 지구에 떨어졌다고 추측하는 연구도 있다. 지구의 생물 속에 들어있기 마련인 DNA나 효소의 재료가 되는 물질들이 옛날에는 지구에 흔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추측이다. 저자는 세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정교하게 전달해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독자들이 세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온갖 세균이야기가 다 나온다. 연구가 완료된 세균들, 연구 중인 세균들, 새롭게 발견된 세균들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세균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제목 그대로 「세균 박람회장」을 둘러본 느낌이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세균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역에 따라 조사하면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관해 좀 더 치밀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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