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과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호출했다. 『소망 없는 불행』에는 표제인 ‘소망 없는 불행’(1972)과 ‘아이 이야기’(1981)가 담겨있다. 작가의 자전적 산문집이다. ‘소망 없는 불행’은 너무 외로운 나머지 자살을 선택한 어머니를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관찰한 수필이다. 제목 '소망 없는 불행'은 어머니의 삶을 일축한 표현이기도 하다. 작가 어머니의 영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할지,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를 너무 리얼하게 공개해서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해하실지 잘 모르겠다. '아이 이야기'는 아내와 결별 후 딸을 맡아 키우면서, 3인칭의 시점에서 그 때를 회상한 작품이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표제를 보는 순간, 문득 유튜브에 떠도는 ‘황당 페널키틱 명장면’이 떠오른다. 이 책은 한때 유명한 골키퍼였던 주인공이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 석연찮게 실직하고 방황하던 중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줄거리다.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며 납득하기 힘든 언행을 일삼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소외와 단절의 현대 사회, 그 불안한 단면을 투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의 절친인 빔 벤더스가 이 작품을 영화화하며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빈 벤더스는 현재 영화계의 거장이 되었음)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진작부터 만나보고 싶었던 참이라, 함께 오라했다. 일본 패전 후 몰락하는 귀족을 지칭하는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 일대 파문을 일으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