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동물은 왜 느림보가 되었을까? - 게을러야 살아남는 이상한 동물 이야기 생각하는 돌 8
사토 가쓰후미.모리사카 다다미치 지음, 유은정 옮김 / 돌베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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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동물은 왜 느림보가 되었을까? 】

 _사토 가쓰후미, 모리사카 다다미치/ 돌베개



193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항구도시 이스트런던 인근의 어부들은 어느 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다. 바다에서 잔뼈가 긁어진 어부들인지라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물고기는 분명 특이한 존재감이었다. 어부들은 이 물고기를 어시장에 내놓기 전에 지역에 있는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의 고생물학자들은 이 물고기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4억 년 전에 나타나서 약 7천만 년 전에 멸종된 ‘실러캔스’라는 물고기였다. 그동안 화석으로만 남아있던 물고기가 잡혔으니 화제가 될 만도 했다. 한스 프리케라는 생물학자가 독자적으로 잠수정을 개발해서 바다 속 실러캔스를 찾아다녔다. 결국 1987년에 코모로 제도 연안에서 살아있는 실러캔스를 관찰하고 촬영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책엔 이와 같이 바다 속 동물들의 종류와 생태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서 그들의 인생을 건 학자들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바다 속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다 동물은 육지동물보다 더욱 관찰이 힘들 것이다. 「동물의 왕국」도 압도적으로 육지동물 이야기가 많다. 아마도 바다동물은 (더욱 더 깊이)잠수를 해야만 하고 더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 수고가 곁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 속 동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장비가 개선되고 있다.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 가를 체크하는 심도 기록계만 해도 최대 깊이만 기록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잠수 깊이에 대한 다른 데이터도 얻고 있다. 처음으로 황제펭귄에게 단 심도 기록계는 700g이었다고 한다. 체중이 20~30kg인 황제펭귄에게 몸무게의 2.3~3.5%나 되는 장치는, 분명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 심도기록계의 무게는 줄이고 줄여서 약 10분의 1 수준인 73g까지 개선되었다.



심도기록계 외에도 ‘바이오 로깅’이라고 부르는 소형 기록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생동물이 어떻게 먹이를 잡는가에서 물속에서 어떻게 새끼를 키우는 가를 밝혀내고 있다. “연구를 시작한 뒤에 원래 세웠던 목표가 아닌, 예상외의 결과를 얻는 일도 많다. 예상외의 결과가 흥미로우면 처음 목표한 것과는 다른 노선으로 연구가 발전하는 일도 있다.”



돌고래가 소리를 이용해서 먹이를 잡고 방향을 정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민물돌고래인 갠지스강돌고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돌고래는 눈이 상당히 퇴화해서 빛을 느끼는 정도의 감각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돌고래 역시 소리를 사용해서 주변의 환경을 ‘보고’ 있다. 이렇게 소리를 사용해서 ‘보는’ 능력을 에콜로케이션(echolocation, 반향위치 결정법)이라고 한다. 이 능력을 수중에서 진화시킨 돌고래는 탁한 물이나 밤 또는 깊고 어두운 장소에서 주변을 조사하고 먹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돌고래의 소리를 조사하면 돌고래가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생동물은 다양한 소리를 내서 다른 개체와 의사소통을 한다.” 돌고래가 다른 돌고래의 에콜로케이션을 ‘훔쳐 들으며’ 적당히 게으름을 피운다는 가능성도 알아냈다. 함께 나란히 헤엄치면서 개체 중 한 마리가 클릭을 내면 다른 돌고래들도 그 소리가 되돌아오는 상태를 듣고 장해물의 정보를 얻는다는 이야기다. 이웃을 잘 만나면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까.



동물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다. “야생동물은 항상 최대로 분발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움직이고 꽤 오랜 시간 쉰다.” 능률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동물이 능력을 끝까지 최대한 발휘할 때가 있다. 포식자에게 쫓길 때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낼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동물들은 하루 종일 전력투구하는 것이 아니라, 게으름도 피우고 틈틈이 유희도 즐기며 살아간다. 긴장 상태에서 한숨 돌리고 적당히 느슨하게 풀어주는 시간은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야생 동물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 것이다.







"야생동물은 항상 최대로 분발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움직이고 꽤 오랜 시간 쉰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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