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매일 철학 - 일상의 무기가 되어줄 20가지 생각 도구들
황진규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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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입 매일 철학 】    황진규 / 지식너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며 지내던 어느 날, 느닷없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이야기다. 그 우울증은 불안, 초조, 무기력, 불면, 조울증은 물론이고 삶의 의미마저 상실할 정도로 심각했다.

 

 

 

 

사실 누구나 살아가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울한 시간과 나날 없이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저자는 제발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충분히 이해한다. 우울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어느 날, 한 명의 철학자를 만났다. 삶에 대한 확신, 해박한 지식, 단호한 어투, 번뜩이는 통찰, 매혹적인 연설에 매료되었다. 그 후 저자는 철학 ‘오타쿠’가 되었다. 철학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무작정 철학책들을 사다 모았고, 철학이라는 세계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자의 삶이 바뀌는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고(大苦)가 소고(小苦)를 치료한 셈이다. 저자는 그간 철학공부에 매진한 결과, 나름대로 철학자의 주요사상을 잘 정리했다. 작은 책자에 20명의 철학자들을 등장시켰다.

 

 

 

 

데카르트를 시작으로 파스칼, 스피노자, 흄, 칸트, 피히테, 헤겔, 마르크스, 니체, 소쉬르, 프로이트, 베르그송, 라캉, 알튀세르, 사르트르, 레비-스트로스, 비트겐슈타인, 토마스 쿤, 푸코, 들뢰즈까지 이어진다. 서양 철학사의 계보를 보는 듯하다. 저자는 처음 책을 기획할 때 서양 철학사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가 그동안 만난 서양철학사가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철학자와 그들의 개념들이 우리네 삶과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철학사의 흐름을 알게 하고 싶었어요.”

 

 

 

 

“왜 일할 때 주눅이 드는 걸까?” 왜 당당하지 못할까? 알튀세르는 이 질문에 “이데올로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한다. 웬 이데올로기?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데올로기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현실적 존재 조건들과 맺는 상상적 관계의 ‘표상’이다” 저자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를 ‘세상 사람들의 무의식적 표상 체계’라고 이해한다. ‘표상하다’는 말은 ‘눈앞에 떠올린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단어를 통해 사물을 눈앞에 재현하는 것, 사물을 보고 그에 상응하는 단어를 머릿속에 재현하는 것 등으로 풀어볼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각자가 쓴 안경이라는 표현에 공감한다. ‘상상적 표상’이 ‘현실적 세계’가 되는 셈이다. ‘왜 일할 때 주눅이 들고, 눈치를 보게 되는가?’는 바로 이 이데올로기 탓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을 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자본가의 삶이 아니라, 우리네 삶을 긍정할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장착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갑, 을의 관계로만 규정되는 사회적 구조장치를 재조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각 철학자의 사유를 소개하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입하며 풀어나간다. 칼럼을 읽듯이 쉽게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철학자의 사유를 소개한다. 꼭지글 마다 철학자의 이름을 붙여서 ‘아는 척 매뉴얼’도 유용한 글이다. ‘한입 매일 철학’이라는 책 제목에 걸맞게 큰 부담감 없이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철학서들을 대할 때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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