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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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이 길이 되려면 】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_김승섭 / 동아시아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그 개인을 탓하기 쉽다. 미련하게 병을 키워서 그렇다는 둥, 평소에 건강관리를 전혀 안하고 지내더니 결국 그렇게 됐다는 핀잔을 주게 된다. 과연 그럴까? 전적으로 개인의 잘못인가? 물론 어느 정도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지만, 큰 시야로 볼 때는 사회적 책임, 공동체의 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질병뿐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중요하다.

 

 

이 책의 부제는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로 되어있다. 이 책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분포 되어있지 않다. 건강에도 빈익분, 부익부 현상이 적용된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질병에 많이 노출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의 수명이 짧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낙태수술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11일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낙태금지법 시행 후, 루마니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966년, 루마니아의 국가원수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낙태금지법을 시행한다. 루마니아의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발단이었다. 1989년 12월 루마니아 혁명으로 폐기될 때까지 23년 동안 지속된 낙태금지법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쳤는지 연구되었다. 처음 몇 해 동안은 출산률이 증가했으나 법이 시행된 후 4년 뒤부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출산률은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고아들이 증가했다.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모성 사망비가 증가했다. 불법 시술 중 출혈과 감염으로 사망한 산모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대 7배~9배 까지 높아졌다. 낙태금지법이 철폐된 후 모성사망비는 급격히 감소한다.

 

 

 

저자의 관심은 깊고도 넓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 분석, 가난과 몸의 관계, 해고노동자, 직업병,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의 안전, 소방공무원, 세월호 참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인종차별, 재소자와 교도관의 건강 문제 등과 사회적 관계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등이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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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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