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어르신들의 노래 소통과 힐링의 시
이인환 엮음 / 출판이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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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어르신들의 노래 소통과 힐링의 시

   _이인환(편자) | 출판이안 | 2018-01-05

  

 


보릿고개 홀어머니/ 죽을 만큼 힘들어도// 투정 부리던/ 어린 시절/ 어느 새// 나이 칠십 넘어/ 바라보니/ 홀로 선 소나무// 울퉁불퉁 새겨진 과거/ 내 마음을 달래네.”

_이점종. 홀로 선 소나무전문.


.....삼시 세끼 밥을 먹는 것이 기적 같은 나날을 지내신 어르신의 글이다. 어린 마음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집안 살림이 힘든 것을 알기나 했겠는가. 더군다나 홀어머니가 키우는 자식들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 철부지 어린아이가 진작 어머니를 여의고 나이가 칠십이 넘으셨다. 홀로 선 소나무를 바라보며 당신이 지나온 삶의 여정을 돌아보신다. 울퉁불퉁 소나무를 바라보며 당신 마음에 그리 새겨졌던 마음의 힘든 응어리들이 겹쳐진다. 그리고 그 소나무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너나 나나 같은 세월을 걸어왔구나.

 


 

“6.25 난리에 인민군들이 와서 큰딸을 내놓으라고 하니 항아리에 숨었다가 나오니 물에 빠진 생쥐 같았네. 그런데 일주일도 안 돼 미군들이 와서 언니는 또 항아리에 들어가야 했네. 아버지가 시집이나 보내야겠다고 하니까 안 간다고 울던 언니도 그러면 미군에게 잡혀 갈 거야 하니 시집을 가는데 여기저기 부딪히는 미군이 무서워 수건을 쓰고 가마도 못 타고 걸어서 갔네.” _조원동. 전쟁 통 결혼식전문.


.....낮에는 국방군들이, 밤에는 인민군들이 돌아다녔다는 6. 25 사변 때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전쟁 통에 치르는 결혼식이 아름다울리 없다. 그리 축하할 일도 아닌 듯싶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고 몸의 안녕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얼떨결에 황망히 시집을 간 신부는 그 뒤 어떻게 살아갔을까?

 

 


동네 할머니들/ 아침에 나물 뜯으러/ 가자더니// 모두들 한 숨 자고는/ 저녁을 새벽으로 알고// 점점 어두워가는 산중에/ 일곱 할머니들/ 벌벌 떨며/ 기다리던 아침// 그 때 내 나이 아홉 살/ 다시는 안 따라 간다/ 다짐했지만// 나물 뜯으러 가자는 말이면/ 언제나 또 따라 나섰네.” _이상목. 시계 없던 시절전문.


.....요즘 같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이야기다. 아무리 시계가 없던 시절이었다고 할지라도, 어찌 일곱 할머니들이 그렇게 한 마음으로 나물 뜯으러 저물어 가는 저녁에 깊은 산으로 들어가셨는지...아홉 살 소녀는 그래도 나물 뜯으러 간다면 언제나 또 따라 나섰다고 한다. 그땐 그때고...

 

 


잘 왔구나 여기가/ 바로 내가/ 원하는 곳이다// 일흔다섯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글을 많이 깨치고/ 신문도 보고 책도 읽는다// 배우니까 얼마나 재밋는지 모른다/ 내 나이 여든 넷/ 지금도 끝까지 배울란다// 즐겁고 행복하다.” _박용화. 우리 노인정전문.


.....누구였던가? 사형 선고를 받고도 감방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의 직업이 궁금하고, 그 사람의 전문 분야가 궁금해서 묻고 또 물었다고 한다.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수인이 보다 못해 금방 죽을 사람이 무엇이 그리 궁금한 게 많냐고 하니까, 사형수가 답하길 죽기 전에 하나라도 더 알고 죽으려고...” 위의 글을 쓰신 분께는 외람된 비유겠지만, 학문을 하는 자세는 그리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에피소드다. 75세에 한글을 깨우치시고, 다른 세상을 만나셨다. 신문도 보고 책도 읽으시고 시도 쓰신다. “지금도 끝까지 배울란다를 마음에 담는다. 즐겁고 행복하시다고 한다. 더 오래 사시면서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박용화 어르신님.

 

 


언어는 의식의 불꽃이다. 문자는 그 불꽃을 형상화시킨다. 이미지가 더욱 강렬해진다. 이 시집에 실린 시인들의 면모는 다양하다. 60세 이상 90세 미만의 어르신들이 지나온 삶의 여정은 곧 대한민국의 근, 현대사이기도 하다. 식민지, 해방, 전쟁, 보릿고개, 새마을운동, 산업화 등모든 사회의 굴곡을 몸소 느끼신 분들이다. 그야말로 민초(民草)어르신들이다. 이분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한 평생을 살아오시면서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신 한()이다. 다행히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시고 시를 쓰실 정도가 되었다. 대단한 일이다. 어르신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시고, 그 분들의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쏟아놓게 한 이인환 시인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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