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할아버지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7
박민선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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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 할아버지 책고래아이들 7

_박민선(저자) | 김태란(그림) | 책고래 | 2017-06-07

 

 

밥풀이 키워드인 이 책을 읽다보니,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풀도 귀하고, 스카치테이프는 구경도 못해봤던 어린 시절. 밥풀은 훌륭한 접착제였다. 교과서 표지가 찢어지거나 공책이 찢어지면, 습자지 같은 얇은 종이를 찢어진 부위에 잘 맞춰 오린 후, 밥풀을 이용해서 붙였다. 밥알 몇 개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다 손바닥에 뱉어서 밥알을 이겨가면서 접착제로 썼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밥알의 점성이다. 침을 너무 많이 묻히면, 붙일 때 힘이 없어진다. 너무 적게 적시면, 뻑뻑해서 역시 잘 안 붙는다. 때로는 접착제용으로 쓰겠다고 입에 넣었던 밥알을 씹다가 꼴깍 목으로 삼킨 경우도 있다. 우물우물 먹어치운 적도 있다.

 

 

봉구 할아버지, 밥풀 할아버지의 밥풀은 가히 만능이다. 못 붙이는 것이 없다. 온 마을을 밥풀하나로 평정시킨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손자 봉구는 때로 창피하다. 할아버지가 제발 밥풀을 안 들고 다니셨으면 하는데, 할아버지는 밥풀 없이는 밖에도 안 나가신다. 할아버지의 가방 안엔 늘 밥풀이 함께한다. 하긴 집안에서도 밥풀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신다. 쥐들이 뚫어놓은 쌀 포대도 할아버지의 손이 가면 완벽하게 막아진다. 할머니의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할아버지의 손길은 단호하다.

 

 

봉구의 아빠 엄마는 헤어졌다. 그리고 아빠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다. 할아버지가 미국으로 가던 날 봉구아빠한테 이런 말을 했다. “아들, 어디를 가든 걱정마라! 쫀득쫀득 찰싹찰싹! 내가 뭐든 꽁꽁 붙일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봉구를 그렇게 잘 붙여서 다닐 테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놓으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가 공에서 바람이 자꾸 빠져나가 공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도 할아버지의 밥풀은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할아버지는 두툼한 손가락으로 밥풀을 조물조물 뭉치더니 구멍에 대고 꾹꾹 눌렀지요. 옆으로 삐져나온 밥풀들은 쓱쓱 문질러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그러고는 뿌듯한 얼굴로 아이들에게 공을 건넸어요.” 힘없이 굴러다니던 공은 탄력을 받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갔다.

 

 

봉구할머니와 봉구의 단짝 친구 현석의 할머니가 마을회관에서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도, 할아버지의 밥풀 사랑은 여지없다. “성큼성큼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밥풀 한 덩이를 입술에 떡! ! 붙였어요. 그러고는 손으로 꾹 눌렀어요. 할머니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웅얼웅얼했어요. 입술에는 밥풀을 덕지덕지 붙인 채 말이에요.” 압권이다. 시끄러운 할머니들의 입을 밥풀로 붙여버린 것이다.

 

 

핵가족화 되면서 독거노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많이 외롭고 힘이 드실 것이다. 몸이 아파도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고, 끙끙 앓으시면서 문밖으로 나오실 생각도 못하실 것이다. 이 책에서 밥풀은 사랑이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끈끈한 접착제다. 할아버지의 밥풀 사랑은 곧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작가도 그 마음을 담고 싶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우리 살아가는 삶이 밥풀처럼 그렇게 정겹고 단단했으면 좋겠다(실제로 밥풀의 접착력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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