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 모두가 착각했던 중국 청춘들의 삶
알렉 애쉬 지음, 박여진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 모두가 착각했던 중국 청춘들의 삶

_알렉 애쉬 (지은이), 박여진 (옮긴이) | 더퀘스트 | 2018-10-10

| 원제 Wish Lanterns (2016)

 

 

미아가 처음 문신을 한 것은 열일곱 살 때였다. 등에는 작은 AK-47 소총 문양이, 그 밑에는 ‘Bang of Youth'라는 영어문구가 새겨져 있다. 미아의 어머니가 그 문신을 처음 봤을 때는 문신을 벗겨내려고 두 시간 동안이나 박박 비누질을 해댔다. 하지만 문신이 없어지지 않자 눈물을 글썽이며 남자들은 이런 문신이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또 했다. 미아의 아버지는 딸과 일주일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큰 상처였지만 미아는 상처를 털어내며 자신이 왜 문신을 하게 됐는지를 떠올렸다. 미아에게 문신은 독립의 상징이었다.

 

 

미아는 1990년생이다. 미아의 부모님은 10대 소녀들이 제 몸에 문신을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19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부모님 세대는 물론 1980년대 세대와도 동떨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5년마다 세대 차이가 생긴다라고 말하곤 한다(혹자는 3년마다 생긴다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태어난 해 두 자리 숫자가 이름과 고향을 말한 다음에 반드시 밝혀야 하는 필수 정보다. 1980년대에 자란 아이들은 혼돈과 빈곤이 싹트기 시작한 시대를 살았다. 198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천안문 시위나 그 이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19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국제 정세의 영향을 온전히 받으며 자란 세대다. 미아가 바로 그 세대다.

 

 

우리는 중국의 청년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 땅을, 중국이란 나라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한국의 청년들과 비교해볼 때 그 마음의 거리감은 얼마나 될까? 미아와 같은 세대를 사회주의 국가에 태어나 자본주의 파도를 맞이한 중국의 신인류라고도 한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상으로 굴러가고 있다. 변화와 모순, 희망과 불안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세계 소비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세대는 25천만 명이 넘는 중국의 30대 젊은이들이다. 한국 인구의 5배가 넘는 숫자다.

 

 

마오쩌둥 정권 이후에 태어나 천안문 시위가 뭔지 모르는 이 젊은 세대를 바링허우(入零後)’라 부른다. 중국에서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바링허우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교육 수준도 높고, 경제적 상황도 많이 나아졌고, 무엇보다 외국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 책의 지은이 알랙 애쉬는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를 통해 세대또는 중국이라는 주제 안에 그려내기 힘든 바링허우 개개인들의 민낯 그대로의 삶을 그려주고 있다. 알랙 애쉬는 베이징에 거주하며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영국 저널리스트이다. 지은이 역시 서양의 밀레니엄 세대인지라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는 것에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는 앞서 잠깐 소개한 미아를 포함한 6인의 중국 젊은이들의 밀착취재 이야기가 담겨있다. 군인의 자녀이자 네티즌인 다하이’, 공산당원의 딸 프레드’, 슈퍼스타를 꿈꾸는 청춘 루시퍼’, 온라인 게임 마니아인 도시 거주 시골 청년 스네일’, 북쪽 지방 출신이면서 유행에도 민감한 세련된 젊은이 샤오샤오’, 서쪽 끝 신장성 출신의 반항아 미아’. 지은이는 이들의 탄생배경, 일화 등을 시작으로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과 표출되는 행동을 스토리텔링 형식을 빌려서 표현했다.

 

 

미아는 폭주하는 기관차 같은 고교시절을 보내면서 또한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잊지 않았다. 똑똑한 미아는 중국의 명문대 중 하나인 칭화대학교 아트디자인학과에 지원했다.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 결과 합격통보를 받는다. 대학에 입학한 첫해에 영국복식사에 관한 책을 읽다가 스킨헤드를 한 사람들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양 콧구멍 사이엔 피어싱도 했다. 미아 세대는 무척이나 다양한 부류로 분류된다. ‘출퇴근족(上班族)’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며 직장의 규율에 억압받는 이들을 말한다. ‘딸기족은 겉모습은 산뜻하고 그럴싸하지만 속은 무른 이들을 일컫는 말로 이 직업 저 직업을 옮겨 다니며 책임을 회피하는 부류를 뜻한다. ‘달빛족(月光族)’은 한 달 벌어서 한 달 안에 다 써버리는 부류를 말한다. ‘은 월급을 의미하며, ‘은 빛을 의미하지만 다 써버린다는 의미도 있어서 이 경우 후자의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켄라오족은 독립할 나이가 되어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생계를 의존해 사는 이들을 말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이들이 뱅뱅족이나 녜녜족에 속한다. 뱅뱅족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억눌린 세대를 말하며 녜녜족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슈퍼마켓 등에 진열된 라면이나 과자를 고의로 부숴서 훼손시키는 이들을 의미한다.

 

 

책에 소개되는 6명의 중국 청년들의 삶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중국사회가 개방 무드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평범하지 않다. 청년그룹에서도 그들은 튀는 아이들, 아웃사이더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체질상 무쇠밥통 공산당원이 되어서 공, 관직을 목표로 하진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들은 중국의 경제,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기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에선 중화사상을 집중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일상에선 서구의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향후 중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하면 너무 앞서가는 판단일까?

 

 

지은이는 작가노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내가 이 책을 쓰는 한 가지 이유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거의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해도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모습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 모습, 정치적 의견을 가질 권리가 없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더 많은 희망과 더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다른 나라 젊은 세대와 무척이나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도기 세대이며 빠르건 더디건 중국을 변화시킬 시작 지점에 있는 세대다.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들의 조국은 더욱 강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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