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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평점 :
【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_마이클 샌델, 폴 담브로시오 (지은이), 김선욱, 강명신, 김시천 (옮긴이) | 와이즈베리 | 2018-09-14
| 원제 Encountering China (2017년)
7,8년 전 한국 사회는 때 아닌 ‘정의’신드롬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 시작은 마이클 샌델입니다.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 때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샌델에겐 이 시대의 최고 석학이자 철학계의 록스타란 별명이 붙어있습니다. 국내에서 번역된 샌델의 저서가 여러 권 됩니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도서들을 대충 추려봤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완벽에 대한 반론』 『민주주의의 불만』 『공동체주의의 공공성』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가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을까요? 과연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는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팽배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게 정의는 불탔지만, 여전히 정의의 정의는 숙제로 남은 듯합니다.
중국으로 넘어가 봅니다. 마이클 샌델의 인기(관심도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가 상당하군요. 2012년 12월 어느 날밤, 중국 남동 해안에 있는 샤먼 대학 캠퍼스. 강당을 다 채우고도 남은 군중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주가 된) 군중들의 시선이 꽂힌 곳엔 마이클 샌델이 있었습니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샌델은“할리우드 영화배우와 NBA선수들이 받을 법한”수준의 인기를 중국에서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는 중국의 철학 연구자들이 마이클 샌델의 이론과 저작을 동양철학의 시각으로 분석한 결과물입니다. 책의 후반부는 이 글들에 대한 샌델의 답변이 이어집니다. 주요 내용은 ‘정의, 조화 그리고 공동체’, ‘시민의 덕과 도덕 교육’, ‘다원주의, 도가’, ‘자아관’ 등입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샌델의 도덕, 정의론’과 ‘중국의 유가(儒家)’입니다. 즉, 중국의 유가론으로 샌델이 내세운 도덕, 정의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유가적 관점에서 본 샌델의 『민주주의의 불만』
샌델 외에 여러 필진이 참여했지만, 천라이(칭화대학 철학과 교수, 칭화국학연구원 원장)의 글을 정리해봅니다. 천라이는 샌델의 저서 『민주주의의 불만』을 텍스트로 삼습니다. 샌델의 『민주주의의 불만』은 ‘민주주의의 역사’가 큰 흐름입니다. 미국의 헌법과 정치경제사를 풀어나가면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정착되었고,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지금까지 어떻게 치열하게 대립하며 싸워왔는지 자세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샌델은 ‘가족에서 이웃, 국민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점을 염려합니다. 아울러 자유주의 정치 이론의 ‘중심관념’은 자국의 시민들이 신봉하는 도덕적, 종교적 견해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천라이는 공화주의를 중국 사상과 비교하면서, 특히 유가의 덕 이론의 관점을 논합니다. 현대 중국의 개인적 삶에서 주로 요구되는 세 부류의 덕목을 이야기 합니다.
1) 인애, 도의, 성실, 신뢰성, 효도, 화목
2) 자강, 근면, 용기, 정직, 신실, 염치
3) 애국, 준법, 집단이익지향, 예의, 공적사안에 참여, 직업에 대한 헌신 등.
1) 2)는 ‘사적인 덕’에 속합니다. 개인에겐 근본적인 도덕에 해당됩니다. 3)은 ‘공적인 덕’입니다. “유가가 주창하는 덕은 상대적으로 두텁다. 비유교 국가들에서 개인의 근본적인 도덕은 대부분 흔히 종교적 가르침을 통해 함양되지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에선 2,000여년 이상이나 유가적 가치가 전통사회와 문화의 지배적 가치였다. 이러한 가치들은 중국 문명 자체의 전통이다. 유가의 학자, 관료는 이러한 문명의 계승자이자 담지자로서 복무하는 도덕 교육자들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유학은 분명 종교가 아니다.”
샌델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천라이는 실질적인 도덕 판단에서 정치의 독립을 주장하는 현대 정치철학의 경향을 '위험하다'며 거부한다. ‘정치가 각 사람이 단지 한 표를 행사할 뿐인 선거 게임으로 바뀌어서, 정치가 사회에 대한 헌신, 질서, 윤리, 혹은 도덕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것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사회적, 정치적 삶에서 도덕이 부재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도덕적 힘의 지원이 없다면 정치는 사회를 도덕적 혼란 상태의 나락으로 떨어뜨릴’것이며 ‘정치적 정당성이 없는 상태’로 만들 것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판은 도덕점수를 얼마나 줄 수 있는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이 주는 유익함은 마이클 샌델의 주요 생각을 대략적이나마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변화의 아이콘인 중국이 샌델을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됩니다. 도덕과 정의의 안전지대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중국의 유가(儒家)사이 중간지점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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